조각을 다시 보는 두 시선

조각을 다시 보는 두 시선

나무와 호수가 어우러진 안산 화랑유원지의 경기도미술관에서 소장품전 《다시 볼래? RE:VIEW》가 열린다. 전시는 2026년 9월 1일부터 11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최정화·배형경·양태근 작가의 조각 일곱 점을 야외와 실내에 나누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미술관 야외 조각전 《멈춰 서서》에서 소개된 작품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다. 같은 작가가 만든 조각을 서로 다른 공간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핵심이다. 야외에서는 나무와 하늘, 물과 햇빛이 작품 주변의 풍경을 이루고, 실내에서는 조각의 재료와 형태를 가까운 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야외와 실내를 잇는 전시

《다시 볼래? RE:VIEW》는 작품을 놓는 장소에 따라 감상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야외 작품은 자연환경과 함께 보이며 날씨와 빛, 주변 풍경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실내 작품은 일정한 공간 안에서 세부적인 색과 표면, 재료의 결합 방식을 집중해 관찰할 수 있다.

전시 동선은 미술관 밖 조각공원과 내부 공간으로 이어진다. 관람객은 야외에서 세 작가의 작품 네 점을 먼저 만난 뒤, 실내에서 같은 작가들의 조각 세 점을 다시 볼 수 있다. 모두 일곱 점으로, 야외와 실내의 작품이 작가별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금속 고리로 완성한 생명체

야외 조각공원에서 만나는 양태근 작가의 첫 작품은 나무 사이에 놓인 〈축제〉다. 멀리서 바라보면 오리나 닭을 떠올리게 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닭의 형상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작품의 몸통은 공업용 금속 와셔를 아르곤 용접으로 이어 붙여 제작했다. 수많은 둥근 금속 고리가 모여 하나의 몸체를 만들고, 고리 사이의 빈 공간으로 빛이 통과한다. 꼬리 부분에는 꽃이 담긴 화분이 놓여 있어 금속으로 만든 몸통과 서로 다른 인상을 형성한다.

인접한 곳에는 같은 작가의 〈기다림〉이 자리한다. 이 작품 역시 와셔를 연결해 만들었지만 〈축제〉와는 전체적인 형태가 다르다. 머리 부분이 생략된 것처럼 보이는 구조 때문에 무엇을 나타낸 것인지 곧바로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형상을 보여주는 〈축제〉와 달리, 보는 위치와 거리에 따라 여러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양태근 작가는 자연과 생태,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작품에 담아 왔다. 두 작품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전체 윤곽을 확인한 뒤 가까이에서 와셔의 배열과 연결 구조를 살펴보면 형태와 재료의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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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서 마주한 사람의 형상

숲길을 따라가면 배형경 작가의 〈인간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 1〉을 만날 수 있다. 높이 170cm의 청동 조각으로 실제 사람과 비슷한 크기다. 작은 얼굴과 큼직한 손, 아래로 숙인 고개가 대비를 이루며 인체의 자세를 강조한다.

작품은 나무 사이에 홀로 서 있는 모습으로 배치돼 있다. 뚜렷한 표정을 앞세우기보다 숙인 고개와 손, 몸의 자세가 먼저 시선을 끈다. 숲길의 실제 사람과 비슷한 규모로 제작된 만큼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인체 조각의 존재감이 선명해진다.

얼굴의 세밀한 표정보다는 전체 자세와 손의 크기가 작품의 분위기를 이끈다. 주변의 나무와 빈 공간도 조각을 바라보는 장면에 함께 들어오며, 한곳에 멈춰 선 인물의 모습이 숲의 풍경과 나란히 펼쳐진다.

물과 빛을 품은 꽃꽂이

야외에서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작품은 미술관 입구 오른편 물가에 설치된 최정화 작가의 〈꽃꽂이〉다. 커다란 꽃과 열매 장식을 활용한 화려한 조형물로, 물가와 나무, 하늘을 배경으로 놓여 있다.

햇빛을 받은 장식은 반짝이고 바람이 불면 물결이 움직인다. 작품의 색과 형태뿐 아니라 주변 자연이 한 장면 안에 함께 들어오는 구성이다. 계절에 따라 나무와 하늘, 물가의 모습이 달라지는 만큼 조각을 둘러싼 풍경도 계속 변화한다.

〈꽃꽂이〉는 작품만 따로 보는 방식과 주변 풍경을 함께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조각의 화려한 장식에 집중할 수도 있고, 물결과 나무가 어우러진 전체 풍경 속에서 작품의 위치를 살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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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다시 만난 양태근

야외 조각을 둘러본 뒤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면 앞서 만난 세 작가의 작품이 다시 이어진다. 실내 전시의 첫 작품은 MD숍 안에 놓인 양태근 작가의 〈속삭임〉이다. 오리를 연상시키는 조각이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이다.

작은 금속 고리들이 모여 둥근 몸체를 이루는 방식은 야외의 〈축제〉, 〈기다림〉과 연결된다. 다만 실내에서는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와셔가 서로 이어진 모양과 조각의 표면을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야외의 두 작품이 열린 공간에서 전체 윤곽을 먼저 드러냈다면, 〈속삭임〉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재료와 구조를 살펴보게 한다. 같은 재료를 활용한 작품도 크기와 전시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른 인상을 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색과 형태가 선명한 꽃나무

교육 공간에 마련된 윈도우 갤러리에는 최정화 작가의 〈Flower tree〉가 전시된다. 야외의 〈꽃꽂이〉가 물가와 하늘, 나무를 배경으로 풍경 속에 놓였다면, 실내의 〈Flower tree〉는 알록달록한 색과 다양한 형태가 보다 가까이 보인다.

야외에서는 작품과 자연의 관계가 두드러지고, 실내에서는 각각의 색과 장식적 형태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두 작품을 이어서 보면 같은 작가의 작업이 놓인 공간에 따라 관람객의 시선을 어디로 이끄는지 비교할 수 있다.

〈꽃꽂이〉를 볼 때는 주변 물가와 나무까지 시야에 들어오지만, 〈Flower tree〉 앞에서는 색과 형태 하나하나에 시선이 머문다. 야외와 실내라는 조건의 차이가 작품을 바라보는 거리와 범위를 바꾸는 셈이다.

크기와 자세가 바꾼 인체 조각

배형경 작가의 〈Man 2007〉도 윈도우 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높이 75cm의 청동 인체 조각으로, 야외에 설치된 높이 170cm의 〈인간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 1〉보다 작다.

두 작품은 크기뿐 아니라 인물의 자세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야외 작품은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지만 〈Man 2007〉은 머리를 들고 있으며 얼굴의 윤곽도 비교적 뚜렷하다. 숲속의 사람 키만 한 조각이 실제 인물이 서 있는 듯한 규모감을 전한다면, 실내의 작은 작품은 얼굴과 몸의 형태를 가까이 관찰하도록 이끈다.

같은 작가가 만든 인체 조각이라도 크기와 고개의 방향, 놓인 장소가 달라지면 바라보는 느낌도 달라진다. 야외 작품에서는 인물과 숲의 관계가 눈에 들어오고, 실내 작품에서는 청동으로 표현된 인체의 윤곽과 자세가 집중적으로 드러난다.

작품 일곱 점 한눈에 보기

공간작가작품주요 특징
야외양태근〈축제〉금속 와셔로 만든 닭의 형상과 꼬리 부분의 화분
야외양태근〈기다림〉와셔를 연결한 구조와 머리가 생략된 듯한 형태
야외배형경〈인간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 1〉높이 170cm의 청동 인체 조각
야외최정화〈꽃꽂이〉꽃과 열매 장식이 물가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조형물
실내양태근〈속삭임〉오리를 연상시키는 금속 조각
실내최정화〈Flower tree〉다채로운 색과 형태를 가까이 살필 수 있는 작품
실내배형경〈Man 2007〉높이 75cm의 청동 인체 조각

도슨트 해설과 전시 감상

도슨트 해설은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지나치기 쉬운 재료와 형태, 설치 위치를 다시 살펴보게 한다. 와셔가 연결된 방식이나 인체 조각의 손과 고개, 조형물 주변의 물과 나무처럼 각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를 차례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하나의 정해진 답을 제시하기보다 작품 앞에서 전체 모습을 보고, 가까이 다가가 세부를 살피며, 야외와 실내의 차이를 비교하도록 구성됐다. 조각을 본 뒤 다시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되므로 첫인상과 두 번째 인상이 어떻게 다른지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화랑유원지와 이어지는 동선

경기도미술관은 안산 화랑유원지 안에 자리한다. 미술관 주변에는 나무와 호수가 있으며, 야외 조각공원을 둘러본 뒤 실내 전시를 관람하거나 전시 관람을 마친 뒤 호숫가를 걸을 수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나무 사이의 조각과 잔잔한 호수, 가을빛이 드는 산책로가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야외 조각의 배경이 됐던 자연을 호숫가에서도 다시 마주할 수 있어 전시 공간과 유원지의 풍경이 끊기지 않는다.

관람 정보

전시명《다시 볼래? RE:VIEW》
전시 성격2026 경기도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전
장소경기도미술관 야외 조각공원과 실내 공간
위치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
전시 기간2026년 9월 1일부터 11월 29일까지
운영 시간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마지막 입장오후 5시
휴관일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
관람료무료
문의경기도미술관 031-481-7000

《다시 볼래? RE:VIEW》는 야외 네 점과 실내 세 점을 통해 세 작가의 조각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전시다. 작품의 크기와 자세, 색과 재료뿐 아니라 자연 속 조각과 실내 조각이 만드는 차이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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