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말에는 비트코인 가격만 보고 샀다가 오래 물렸다. 그 뒤로 ‘기계만 켜두면 비트코인이 쌓인다’는 채굴기 광고를 볼 때도 먼저 비용부터 계산하게 됐다. 채굴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면 광고에 적힌 예상 수익을 훨씬 차분하게 볼 수 있다.
채굴기는 거래 내역에 붙일 숫자를 찾는다
비트코인 채굴기는 금을 캐듯 코인을 찾아내는 기계가 아니다. 채굴자는 새 거래들을 블록으로 묶고, 그 블록이 네트워크가 정한 조건을 만족하도록 계산한다. 채굴기는 블록의 요약 정보인 ‘블록 헤더’를 반복해서 해시한다. 해시는 입력값을 일정한 길이의 숫자로 바꾸는 계산이다.
블록 헤더에는 이전 블록의 해시, 거래 내역을 요약한 값, 시간 정보, 난이도를 나타내는 값, 논스 등이 들어간다. 채굴기는 논스 같은 값을 바꿔가며 블록 헤더를 SHA-256 방식으로 두 번 해시한다. 나온 숫자가 네트워크가 정한 목표값 이하이면 조건을 통과한다. 흔히 ‘앞에 0이 많이 붙은 해시를 찾는다’고 설명하는데, 실제 판정은 숫자가 목표값 이하인지 비교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채굴기가 정답을 영리하게 추측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입력값을 조금만 바꿔도 결과를 미리 알기 어려워서 엄청나게 많은 후보를 시도한다. 반면 조건을 만족한 결과인지 확인하는 일은 빠르다. 이런 작업증명 덕분에 이미 기록된 거래를 뒤집으려면 큰 계산 비용을 다시 치러야 한다.
해시레이트가 높으면 보상이 보장될까
채굴기 사양의 TH/s는 초당 시도하는 해시 계산 횟수를 뜻한다. 100 TH/s라면 이론적으로 초당 100조 번을 시도한다는 의미다. 시도를 많이 할수록 블록을 찾을 확률은 커지지만, 오늘 몇 개를 찾을지는 확정할 수 없다. 복권을 더 많이 사는 것과 비슷한 확률 문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평균 약 10분마다 블록 하나가 만들어지도록 약 2,016블록마다 난이도를 조정한다. 채굴기가 더 많이 투입돼 전체 해시레이트가 올라가면, 내 기계의 성능이 그대로여도 전체 계산에서 차지하는 몫은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장비 판매 페이지의 ‘하루 채굴량’을 고정 수입처럼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혼자 채굴하면 블록을 찾았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개인 장비 한 대로는 오랫동안 아무 보상도 못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여러 채굴자가 계산 능력을 모으는 채굴풀을 이용한다. 풀에서는 기여도를 증명하는 ‘셰어’를 제출하고, 운영 방식에 따라 보상을 나눠 받는다. 입금이 더 자주 보일 수는 있어도 채굴 확률 자체가 공짜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풀 수수료와 지급 방식도 확인해야 한다.
보상보다 먼저 전기요금을 계산한다
2024년 반감기 이후 새 블록의 기본 보상은 3.125 BTC다. 여기에 해당 블록에 담긴 거래 수수료가 더해진다. 이 숫자는 블록을 찾은 채굴자 또는 채굴풀이 받는 금액이지, 기계 한 대를 켠 사람에게 매번 지급되는 금액이 아니다.
예를 들어 소비전력이 3kW인 기계를 하루 종일 돌리면 72kWh, 30일이면 2,160kWh를 쓴다. 전기를 1kWh당 150원으로 가정해도 전력비만 월 32만 4천 원이다. 이는 실제 계약 요금이 아니라 계산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다. 냉각 장치, 환기, 소음 대책에 드는 비용까지 더하면 차이가 커진다.
장비를 비교할 때는 해시레이트만큼 전력 효율도 본다. 가령 100 TH/s를 내면서 3kW를 쓰는 기계의 효율은 30J/TH다. 같은 해시레이트라면 이 값이 낮은 쪽이 전기를 덜 쓴다. 그래도 기계값, 고장과 수리, 풀 수수료, 환율, 비트코인 가격, 난이도 변화를 넣어야 손익에 가까워진다. 예상 채굴량에 현재 시세만 곱한 표는 수익표라기보다 매출 추정치다.
구매 전에 숫자를 직접 맞춰보는 순서
나는 채굴기 광고를 보면 먼저 장비의 실제 소비전력과 해시레이트가 같은 운전 조건에서 측정됐는지 본다. 저전력 모드 수치와 최고 성능 모드 수치를 섞어 놓으면 효율이 실제보다 좋아 보일 수 있다. 다음에는 내 전기요금 조건으로 하루 비용을 계산하고, 채굴풀의 수수료와 최소 지급액을 확인한다.
- 하루 전력비: 소비전력(kW) × 24시간 × 실제 적용 전기요금
- 예상 매출: 내 해시레이트가 네트워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 × 예상 블록 수 × 블록당 보상
- 남는 금액: 예상 매출에서 전력비, 풀 수수료, 냉각비와 장비 비용을 차감
예상 매출식은 방향을 잡기 위한 단순 계산이다. 하루 블록 수는 평균적으로 약 144개지만 실제 수는 달라지고, 거래 수수료도 블록마다 다르다. 네트워크 해시레이트와 난이도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통계나 블록 탐색기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채굴풀의 화면에 표시된 수익도 실제 지급 내역과 비교해 보는 편이 낫다.
2017년 말에는 오를 거라는 말에 숫자 확인을 건너뛴 대가를 치렀다. 채굴기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해시와 확률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구매 판단에는 내 전기요금과 장비를 돌릴 환경까지 넣은 계산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