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채굴단가가 비트코인 가격을 받쳐준다는 글을 봤다. 숫자 하나가 가격의 바닥처럼 제시돼 있었는데, 그 값에 어떤 전기료와 장비를 넣었는지는 빠져 있었다. 채굴단가는 모든 채굴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가격이 아니다. 장비와 전력 계약이 다르면 같은 날에도 손익분기점이 크게 벌어진다.
1. 전기료가 먼저 단가를 가른다
채굴단가를 볼 때 나는 우선 ‘채굴기 한 대가 하루에 전기를 얼마나 쓰는가’부터 계산한다. 비트메인의 S21 Pro 공시 사양은 해시레이트 234TH/s, 소비전력 3,510W다. 24시간 계속 가동하면 84.24kWh를 쓴다. 전기료가 kWh당 0.06달러라면 하루 약 5.05달러, 0.10달러라면 약 8.42달러다. 전기료 차이만으로 하루 비용이 약 3.37달러 벌어진다.
여기까지는 전기료뿐이다. 냉각 설비, 시설 임차료, 채굴풀 수수료, 정비비, 장비 감가상각을 넣으면 실제 원가는 올라간다. 제조사 사양도 정해진 온도에서 측정한 전형적인 값이다. 현장 온도나 장비 설정에 따라 전력과 해시레이트가 달라질 수 있다. 케임브리지 대체금융센터가 네트워크 전력 사용량을 단일 확정치가 아닌 추정 범위와 함께 제시하는 이유도 이런 차이 때문이다.
2. 난이도와 보상이 채굴량을 바꾼다
전기료가 그대로여도 채굴단가는 움직인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약 2,016블록마다 채굴 난이도를 조정한다. 경쟁하는 해시레이트가 늘고 난이도가 오르면, 같은 장비가 같은 전기를 쓰면서 얻는 비트코인은 줄어든다. 원가를 나눌 채굴량이 작아지는 셈이다.
2024년 반감기에는 블록당 신규 발행 보상이 6.25BTC에서 3.125BTC로 줄었다. 다만 채굴자의 수입은 신규 발행분에 거래 수수료가 더해진다. 거래가 몰려 수수료가 높아진 날과 한산한 날의 채굴 수익은 다르다. 반감기 직전 단가를 그대로 가져와 현재 가격과 비교하면 이 변화를 놓치기 쉽다.
3. 예시 숫자로 손익분기점을 계산한다
가정을 하나 놓아보자. 해시프라이스가 하루 1PH/s당 35달러라면, 0.234PH/s인 S21 Pro 한 대의 하루 예상 매출은 약 8.19달러다. 해시프라이스는 일정한 연산 능력이 하루에 벌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을 나타내며, 실제 수령액을 보장하는 값은 아니다.
앞의 전기료를 적용하면 kWh당 0.06달러인 곳은 전기료를 뺀 금액이 약 3.14달러 남는다. 0.10달러인 곳은 약 0.23달러 적자다. 이 가정에서 전기료만 감당하는 한계는 kWh당 약 0.097달러다. 두 채굴장의 장비가 같아도 전력 계약 하나로 가동 판단이 갈리는 모습이 보인다.
‘BTC 한 개를 캐는 데 얼마인가’를 계산하려면 달러 매출 대신 BTC 기준 예상 채굴량으로 비용을 나눠야 한다. 예를 들어 해시프라이스가 하루 1PH/s당 0.0004BTC라면, 이 장비의 예상 채굴량은 하루 0.0000936BTC다. 전기료가 0.06달러일 때 전기료만 반영한 단가는 약 5만 4천 달러/BTC다. 여기에 하루 2달러의 다른 비용을 더하면 약 7만 5천 달러/BTC로 뛴다. 모두 계산을 보여주기 위한 가정값이며, 현재 시장의 채굴단가를 뜻하지 않는다.
4. 온체인 이동은 매도 압력과 따로 확인한다
트레이딩에서는 채굴단가가 높아졌다는 말만으로 매수하지 않는다. 먼저 난이도와 BTC 기준 해시프라이스를 보고, 채굴자 지갑에서 거래소로 향하는 물량이 늘어나는지도 확인한다. 글래스노드는 채굴자에서 거래소로 이동한 BTC를 별도 지표로 집계한다. 하루 급증보다 여러 날 이어지는 흐름이 판단에 더 도움이 된다.
그런데 거래소로 보낸 물량이 전부 즉시 팔리는 것은 아니다. 지갑 분류에는 오차가 있고, 내부 이동이나 담보 목적의 전송도 섞일 수 있다. 그래서 채굴자 보유량 변화와 거래소 유입을 본 다음, 실제 거래량과 호가가 그 물량을 받아냈는지까지 본다. 반대로 채굴자의 운영 비용이 높아 보여도 보유 현금이 넉넉하다면 당장 매도할 이유가 약할 수 있다.
채굴단가는 채굴자의 압박을 읽는 데 쓸 만한 숫자다. 다만 하나의 값으로 비트코인 가격의 바닥을 찍어주는 선은 아니다. 내 매매 화면에서는 전기료와 난이도로 계산한 손익 범위 옆에 채굴자 자금 이동과 거래소 수급을 함께 둔다. 숫자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만 그 신호에 무게를 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