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접촉사고를 겪은 운전자가 제게 물었습니다. “이제 8주가 지나면 치료를 못 받나요? 합의금도 정해진 금액만 받나요?” 운전 교육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2026년 개정으로 달라진 것은 경상환자의 장기치료 확인 절차와 향후치료비 지급 기준입니다. 8주가 지나면 치료가 자동으로 끝나거나 합의금에 일률적인 상한이 생긴 것은 아닙니다.
먼저 사고일과 보험계약 시작일을 구분하세요
두 변경 사항은 적용 날짜가 다릅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에 따른 8주 초과 치료 검토는 2026년 9월 10일 이후 발생한 사고부터 적용됩니다. 그 전에 난 사고를 지금 치료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새 절차에 넣지는 않습니다.
향후치료비 기준은 사고일만으로 판단하면 틀릴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에 따르면 이 기준은 2026년 10월 25일 이후 책임이 시작되는 보험계약부터 적용됩니다. 2026년 10월 15일 현재는 해당 계약의 책임개시일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사고를 보상하는 보험계약의 시작일을 보험회사에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9월 20일에 사고가 났다면 8주 초과 치료 검토 대상인지는 새 사고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그렇다고 향후치료비 기준까지 자동으로 새 약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회사와 이야기할 때 “제 사고에 적용하는 약관의 책임개시일이 언제인가요?”라고 먼저 물어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경상환자가 8주 넘게 치료받으려면
새 장기치료 검토 절차의 대상은 주로 상해등급 12~14급 경상환자입니다. 목이나 허리의 염좌처럼 가볍게 보이는 진단도 통증의 경과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8주는 치료 종료선이 아니라 추가 치료의 필요성과 기간을 확인하는 기준입니다.
순서를 놓치면 실제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지급보증 문제로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11조의2와 제11조의3에 적힌 기한을 사고일부터 세어야 합니다.
- 4주를 넘겨 치료할 때: 보험회사가 진단서를 요청하면 사고일부터 4주 이내에 제출합니다. 기한 내 내지 않으면 보험회사는 4주가 지난 시점에 진료비 지급 의사가 종료된다는 사실을 환자와 의료기관에 통지해야 합니다.
- 8주를 넘겨 치료할 때: 보험회사가 상해 정도와 치료 경과 자료를 요청하면 사고일부터 7주 이내에 제출합니다. 보험회사가 이를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 보내면 진흥원은 자료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치료 필요성과 기간을 검토해 알립니다.
- 검토 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 통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직접 신청하거나 보험회사에 신청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사고 후 3주째부터 진료기록과 진단서 발급 시점을 챙겨두면 4주 기한에 쫓기지 않습니다. 통증이 이어진다면 진료할 때 증상이 언제, 어떤 동작에서 심해지는지 구체적으로 말하고 기록을 남기세요. 검토에 필요한 것은 합의금을 높이려는 주장보다 실제 치료 경과입니다.
향후치료비가 바뀌어도 모든 배상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향후치료비는 아직 받지 않은 장래 치료를 예상해 합의 과정에서 지급하던 돈입니다. 새 표준약관은 이를 객관적으로 장래 치료가 필요한 1~11급 중상환자에게 지급하는 기준으로 명확히 했습니다. 12~14급 경상환자에게는 향후치료비를 합의금에 얹어 지급하던 관행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신 필요한 치료를 실제로 받는 동안의 치료비 보상 여부를 따져야 합니다.
여기서 “경상환자 합의금은 0원”이라고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위자료, 실제 수입 감소가 입증되는 휴업손해, 그 밖의 인정되는 손해는 각각 별도로 산정합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상 12~14급의 부상 위자료 기준액은 15만 원입니다. 이 숫자가 최종 합의금은 아닙니다. 부상 정도, 치료 내용, 소득 자료, 과실비율에 따라 지급 항목과 금액이 달라집니다.
2023년부터 적용된 경상환자 치료비의 과실책임 기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12~14급 환자의 대인배상Ⅱ 치료비 중 본인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자기신체사고나 자동차상해 담보 또는 본인 부담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내 치료비 전액을 끝까지 상대 보험사가 부담한다고 생각하면 합의 단계에서 금액이 맞지 않습니다.
합의 제안을 받으면 항목별 금액을 확인하세요
제가 교육생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사고 직후의 순서입니다. 먼저 다친 사람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119에 연락합니다.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다면 현장 사진을 남긴 뒤 이동하고, 보험회사에 사고를 접수합니다. 사람을 다치게 한 사고라면 도로교통법상 필요한 구호와 신고 의무도 챙겨야 합니다. 합의금 이야기는 그다음입니다.
보험회사에서 금액을 제시하면 총액만 듣고 끝내지 마세요. 위자료, 휴업손해, 이미 발생한 치료비, 향후치료비가 각각 얼마로 잡혔는지 서면으로 확인합니다. 휴업손해를 청구한다면 실제 소득 감소를 보여줄 급여명세서나 사업소득 자료도 준비합니다. 통원 횟수만으로 일정한 휴업손해가 자동 지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몸 상태가 아직 불안정한데 “지금 합의하면 치료비까지 넉넉히 드린다”는 말만 듣고 서명하지는 마세요. 합의서에 앞으로의 치료비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적혀 있는지 읽어야 합니다.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있다면 필요한 절차와 지급보증 기간을 먼저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사고를 처리할 때는 빠른 합의보다 날짜와 서류를 정확히 챙기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사고일, 보험계약 책임개시일, 진단서 제출기한을 따로 적어두세요. 그 세 가지가 맞아야 치료도 이어가고 합의금 항목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