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가분양 상담 자리에서 ‘연 6%대 수익률’이라는 숫자를 들었다. 분양가는 5억 원, 예상 보증금은 3천만 원, 월세는 220만 원이었다. 숫자만 보면 제법 그럴듯하다. 그런데 경매 물건을 볼 때도 저는 감정가보다 실제로 들어올 돈을 먼저 따진다. 새 상가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아직 임차인도 없는 점포의 월세를 확정 수입처럼 적어놓으면 계산은 시작부터 틀어진다.
예상 월세 220만 원은 누구의 숫자인가
상담 직원이 보여준 월세는 주변 상가의 실제 계약액일 수도 있고, 분양을 위해 잡은 희망 임대료일 수도 있다. 두 숫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같은 건물 1층이라도 횡단보도에서 보이는 자리와 기둥 뒤에 가린 자리는 임차인이 내겠다는 돈이 다르다. 전용면적이 비슷해도 출입구, 주차 동선, 간판을 달 수 있는 위치에 따라 장사가 달라진다.
저라면 홍보관을 나오자마자 주변 점포를 걷는다. 평일 낮과 퇴근 시간, 주말에 한 번씩 본다. 문 닫은 칸이 몇 개인지, 손님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는지 적는다. 인근 중개업소에는 ‘이 정도 면적의 빈 점포를 지금 내놓으면 실제 계약 월세가 얼마쯤이냐’고 묻는다. 광고에 걸린 호가와 최근 계약된 금액도 구분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는 거래가 있다면 함께 보되, 같은 층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점포에 그대로 대입하지는 않는다.
특히 ‘대형 브랜드 입점 예정’이라는 말은 조심해서 듣는다. 어느 호실에 언제 들어오는지, 계약이 체결됐는지 확인되지 않으면 수익 계산에 넣지 않는다. 상권이 좋아질 가능성은 가격을 비싸게 살 이유가 아니라, 확인할 과제다.
분양가만 넣으면 수익률이 높게 나온다
위 숫자로 단순 계산하면 월세 220만 원의 연 임대료는 2,640만 원이다. 분양가 5억 원에서 보증금 3천만 원을 뺀 4억 7천만 원으로 나누면 약 5.6%다. 상담 현장에서 자주 보는 계산이다. 하지만 보증금은 나중에 임차인에게 돌려줄 돈이고, 임차인이 들어오기 전에는 받을 수도 없다.
취득세와 등기 비용, 건물분 부가가치세의 납부 시점, 대출 비용, 공실 중 관리비, 임차인을 구할 때 쓸 중개보수까지 현금 흐름표에 넣어야 한다. 부가가치세 환급 가능 여부도 사업자 유형과 사용 방식에 따라 달라지니, 환급 예정액을 계약금처럼 당장 쓸 수 있는 돈으로 잡으면 곤란하다. 세금 계산은 계약 구조를 들고 세무사에게 확인하는 편이 낫다.
대출 3억 원에 연 이자율 5%를 가정하면 이자만 연 1,500만 원이다. 월세가 열두 달 모두 들어오고 기타 비용이 연 360만 원이라면, 이자와 그 비용을 뺀 돈은 연 780만 원이다. 여기서 석 달 비면 월세 660만 원이 사라져 120만 원만 남는다. 재산세와 소득세, 원금 상환, 추가 수선비는 아직 반영하지 않은 숫자다. 대출이 실제로 3억 원 나오는지도 별도 문제다. 은행이 보는 담보가치와 임대 전망은 분양 상담표와 같지 않을 수 있다.
계약서에서 봐야 할 것은 멋진 조감도 밖에 있다
상가분양은 완공 전 계약이 많다. 그래서 도면에 표시된 내 호실과 나중에 인도받을 공간이 얼마나 같은지 꼼꼼히 봐야 한다. 전용면적과 공용면적, 기둥 위치, 천장 높이, 출입구와 계단 위치를 확인한다. 업종별로 필요한 배기·급배수 설비나 전기 용량이 확보되는지도 중요하다. 음식점을 받을 생각인데 배기 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면 예상 월세부터 다시 써야 한다.
분양신고 대상 건축물이라면 분양신고가 수리됐는지 확인하고, 분양계약서에 적힌 분양대금 납부 계좌와 대금 관리자도 본다. 건축물분양법은 분양신고와 계약서 기재 사항을 정하고 있지만, 신고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임대수익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수익 보장’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면 누가, 얼마를, 언제까지 지급하는지와 지급하지 못할 때의 조건이 계약서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구두 설명만 믿고 계약금을 보내면 나중에 입증하기 어렵다.
저는 잔금일도 크게 표시한다.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의 조건이 같은지, 준공이 늦어지면 이자와 잔금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올 때 부족한 돈을 어디서 마련할지 적어본다. 계약을 끝내고 싶어도 단순한 변심인지, 계약이나 법에서 정한 해제 사유가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계약금부터 넣고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순서는 위험하다.
빈 점포로 버틸 기간을 먼저 정한다
경매에서는 싸게 낙찰받아도 명도가 길어지면 계획이 무너진다. 상가분양에서는 그 자리에 공실이 들어간다. 준공 직후 주변 점포가 한꺼번에 임차인을 구하면 임대료를 낮추거나 인테리어 지원, 무상 임대 기간을 제시해야 할 수도 있다. 분양 광고의 월세 220만 원만 믿고 잔금 자금을 꽉 채운 사람에게는 몇 달의 공실도 크게 다가온다.
저는 계산할 때 월세를 기대치보다 낮춰 보고, 공실 기간도 별도로 잡는다. 그래도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낼 현금이 남는지 확인한다. 임차인이 들어온 뒤에도 임대차계약의 기간과 갱신 조건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갱신요구권 등은 임대인의 향후 임대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계약서를 쓸 때 함께 따져야 한다.
상가분양을 권유받으면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건 ‘얼마나 오를까’가 아니다. 약속한 월세보다 낮게 계약하고 몇 달을 비워도 내가 잔금을 치르고 버틸 수 있는가. 그 질문에 숫자로 답이 나와야, 좋은 자리라는 말도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