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손흥민·이재성 SOS 비화 듣고 다시 본 월드컵

박항서 손흥민·이재성 SOS 비화 듣고 다시 본 월드컵

체코전을 2대1로 이긴 뒤에도 대표팀 분위기가 가볍지만은 않았던 게 기억난다. 승리 직후 손흥민이 취재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고, 경기 밖에서 벌어진 일이 선수단을 따라다녔다. 나중에 공개된 박항서 전 선수지원단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의 침묵이 다르게 보였다.

체코전 승리 뒤 두 선수가 박항서를 찾아간 이유

사건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둔 대표팀 훈련 영상에서 시작됐다. 영상에 일부 취재진이 손흥민을 조롱하는 듯한 대화와 욕설이 담겨 논란이 커졌다. 선수들은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한동안 거부했다. 그 와중에 한국은 체코를 2대1로 꺾었다.

그런데 승리만으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박항서는 서형욱 해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체코전이 끝난 뒤 손흥민과 이재성이 자신을 찾아와 해결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현장 책임자에게 직접 도움을 청해야 했다는 사실이 이 비화의 출발점이다.

박항서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앞서 이 사건을 정식으로 보고받지 못했다. 협회 관계자들이 나누는 말을 듣고 뒤늦게 상황을 알았고, 영상을 확인한 뒤 빠른 수습을 요청했다고 한다. 선수지원단장이라는 직함은 있었지만 보고 체계와 권한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회고다. 선수 보호가 필요한 순간에 누가 움직여야 하는지부터 흐릿했던 셈이다.

SOS의 내용은 구체적인 세 가지였다

손흥민과 이재성이 전한 요구는 박항서의 설명대로라면 세 가지였다. 협회의 공개 성명에 유감을 밝히고 해당 기자의 실명을 넣을 것, 공개 사과를 받을 것, 그리고 공식적인 취재 거부 방침을 세울 것. 단순히 기분이 상했다는 항의가 아니었다. 누가 책임지고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을 보호할지 묻는 요청이었다.

박항서는 멕시코와의 2차전을 앞두고 손흥민, 이재성, 황인범, 황희찬과 협회 관계자들의 대면 자리도 마련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뚜렷한 해결 없이 2차전을 치렀다. 국제축구연맹 기록상 한국은 그 경기에서 멕시코에 0대1로 졌다. 두 경기 사이의 흐름을 놓고 보면, 선수단이 경기 준비와 별개로 계속 이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여기서 선은 그어야 한다. 멕시코전 패배를 취재진 논란이나 협회의 대응 하나로 설명할 근거는 없다. 실점 장면과 경기 내용에는 전술, 상대 전력, 선수 상태 등 여러 변수가 얽힌다. 박항서 역시 인터뷰에서 이 사건이 경기력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수치로 단정하지 않았다. 확인되는 것은 갈등이 1차전 이후에도 이어졌고, 선수들이 해결을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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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성명 이후에도 남은 한 가지

박항서에 따르면 이후 기자단 대표가 선수들 앞에서 사과했고, 협회도 성명을 냈다. 문제가 된 기자는 협회 공동 취재단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선수들의 인터뷰도 재개됐다. 다만 성명에는 선수들이 요구한 기자의 실명이 들어가지 않았다. 박항서는 세 가지 요구 가운데 그 부분을 제외하면 받아들여졌다고 봤다.

이 대목에서 눈에 띄는 건 사과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처음 요청을 받은 때부터 실제 조치가 나오기까지 선수와 지원단장, 협회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움직여야 했다는 과정이다. 박항서는 선수들에게 제때 보호막이 돼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그 말에는 현장에서 느낀 책임감과 함께, 지원 체계가 늦게 작동했다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1승 2패 기록에 적히지 않는 것

한국의 조별리그 성적은 체코전 2대1 승리, 멕시코전 0대1 패배, 남아프리카공화국전 0대1 패배였다. 1승 2패, 득점 2골과 실점 3골. 기록만 펼치면 첫 경기에서 승점을 얻고도 이후 두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해 탈락한 대회다. 하지만 박항서의 증언을 곁들이면 그 세 경기 사이 선수단이 무엇을 처리해야 했는지도 보인다.

손흥민과 이재성의 요청을 승패의 원인으로 곧장 연결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기록을 보는 팬으로서 더 궁금한 건 다음 대회에서 같은 일이 생겼을 때다. 선수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즉시 보고받고, 누가 선수와 소통하며, 누가 조치의 책임을 지는가. 경기력은 잔디 위에서 드러나지만, 선수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그 전에 만들어진다. 이번 비화가 오래 남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박항서 손흥민·이재성 SOS 비화 듣고 다시 본 월드컵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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