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2026년 월드컵 기록표를 다시 봤는데, 묘한 숫자가 눈에 걸렸다. 메시가 8골 4도움, 호날두가 3골이었다. 둘의 시대가 저문다는 이야기를 오래 들었지만, 마지막 월드컵에서도 두 선수는 여전히 득점란에 이름을 남겼다. 그래서 호날두와 메시의 은퇴와 후계자를 이야기할 때는 나이보다 먼저, 각자가 팀에서 맡아 온 역할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퇴라는 말에도 서로 다른 시간이 흐른다
메시는 2026년 10월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작별했다. FIFA 기록에 따르면 베냉전에서 대표팀 마지막 골을 넣으며 통산 126골로 마쳤다. 그렇다고 축구화를 벗은 것은 아니다. 인터 마이애미에서는 계속 뛰고 있고, MLS의 2026년 정규시즌 기록에도 24경기 21골 13도움이 찍혀 있다. 대표팀 경력의 종료와 선수 생활의 종료는 다른 이야기다.
호날두는 포르투갈이 스페인에 0대 1로 진 2026년 월드컵 16강전 뒤,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었다고 밝혔다. 이 말 역시 선수 은퇴 선언과 같지는 않다. UEFA가 집계한 그의 포르투갈 대표팀 득점은 그해 7월 기준 146골. 41세 선수가 월드컵에서 3골을 더했다는 사실은 전성기의 폭발력과 별개로, 여전히 골문 앞에서 위협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작별 시계는 다르게 간다. 메시는 대표팀과의 이별을 확정했고, 호날두는 월드컵 무대에 선을 그었다. 이 차이를 놓치면 후계자 이야기 역시 너무 급하게 흘러간다.
득점표를 펼치면 음바페와 홀란이 보인다
2026년 월드컵에서 음바페는 10골 4도움으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홀란은 7골을 넣었다. 메시의 8골 4도움까지 나란히 놓으면 새 얼굴들이 이미 큰 무대에서 결과를 내고 있다는 게 보인다. 특히 음바페는 2018년 4골, 2022년 8골에 이어 2026년에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한 대회만 반짝한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같은 골 수라도 장면은 다르다. 음바페는 넓은 공간으로 뛰어 들어가 수비 라인을 뒤로 물리고, 홀란은 박스 안에서 기회가 왔을 때 마침표를 찍는다. 호날두의 후반기 역할과 가까운 쪽은 홀란의 마무리 능력이다. 음바페에게서는 젊은 호날두가 보여줬던 측면 돌파와 직접 득점의 조합이 떠오른다. 두 선수 모두 강력한 득점원인데, 팀이 그들에게 공을 전달하는 방식까지 함께 봐야 경기 영향력을 읽을 수 있다.
메시의 빈자리는 골보다 패스에서 더 크게 보인다
메시를 대신할 선수를 고르기 어려운 이유는 득점과 경기 조율이 한 몸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2026년 월드컵의 8골도 대단하지만, 같은 대회 4도움은 그가 여전히 동료의 슈팅 장면을 만들었다는 증거다. MLS에서 21골과 함께 기록한 13도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메시의 후계자를 득점 순위만으로 찾으면 경기의 절반을 놓치게 된다.
아르헨티나 안에서는 훌리안 알바레스와 니코 파스 같은 선수들에게 눈이 간다. 알바레스가 전방에서 압박하고 빈 공간으로 움직이는 장면, 파스가 공격 전개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함께 봐야 한다. 누군가 한 명이 메시의 왼발과 시야를 그대로 이어받기보다는 여러 선수가 그가 해오던 일을 나눠 맡을 가능성이 크다. 라민 야말도 창의적인 측면 공격수로 자주 거론되지만, 그를 ‘새 메시’라는 이름에 가두면 자신의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장점이 흐려진다.
다음 시대를 볼 때 기록표에 더할 것들
나는 후계자를 볼 때 세 가지를 함께 체크한다. 첫째, 득점과 도움을 여러 시즌 이어가는가. 둘째, 강한 상대가 공간을 지웠을 때도 결정적인 장면을 만드는가. 셋째, 그 선수가 빠졌을 때 팀의 공격 경로가 얼마나 달라지는가. 첫 번째는 기록표로 확인할 수 있지만, 뒤의 두 가지는 경기를 끝까지 봐야 보인다.
2026년 월드컵에서 음바페의 10골은 분명 다음 시대를 대표할 만한 숫자다. 그런데 메시도 마지막 월드컵에서 8골을 넣고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끌었다. 새 세대가 올라오는 순간과 이전 세대가 물러나는 순간이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 셈이다. 호날두와 메시를 보며 축구를 좋아하게 된 팬으로서는 조금 아쉽다. 그래도 다음 경기에서 누가 공간을 만들고, 누가 그 한 걸음을 골로 바꾸는지 지켜보는 재미는 벌써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