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어원은 왜 섬에서 시작됐을까요?

1회
군산 어원은 왜 섬에서 시작됐을까요?

지명을 설명하다 보면 학생들이 “군산에는 산이 그렇게 많아요?” 하고 묻곤 합니다. 군산을 평야와 항구의 도시로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꽤 자연스러운 질문이지요. 그런데 군산 어원을 따라가려면 지금의 시가지에서 눈을 돌려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먼저 보아야 합니다.

‘군산’의 군은 고을이 아니라 무리입니다

군산은 한자로 群山이라고 씁니다. ‘군’은 고을을 뜻하는 郡이 아니라 무리를 뜻하는 群이고, ‘산’은 뫼 山입니다. 글자 그대로 읽으면 ‘무리 지은 산’이지요. 같은 소리의 한자라고 뜻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군산’을 군청이 있는 고을의 산쯤으로 풀이하면 이름에 담긴 풍경을 놓치게 됩니다.

그 풍경은 육지보다 바다에서 찾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오늘날의 선유도와 그 둘레 섬들을 바다 쪽에서 바라보면 봉우리들이 여럿 모여 솟은 듯 보입니다. 섬 하나하나에는 산이 있고, 멀리서는 섬과 산의 윤곽이 겹쳐 보이지요. 국립군산대학교 신문도 군산이라는 이름을 설명하며 선유도 주변의 섬들이 무리 지어 보이는 모습을 짚었습니다. 한자의 뜻과 실제 지형을 나란히 놓으면 이름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먼저 ‘군산도’라고 불린 곳은 선유도였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옛 기록 속 ‘군산’은 처음부터 지금의 군산 시가지를 가리킨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군산시가 공개한 지역사 자료는 고려 시대 문헌에 등장하는 ‘군산도’가 오늘날의 고군산 지역을 가리켰다고 설명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도 선유도의 옛 이름으로 군산도(群山島)를 제시합니다. 이름이 먼저 붙은 곳은 바다의 섬이었던 셈입니다.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를 방문한 뒤 남긴 『선화봉사 고려도경』에도 군산도가 등장합니다. 이 기록을 읽을 때 ‘지금 군산 시내를 다녀갔다’고 받아들이면 장소가 어긋납니다. 당시의 군산도는 오늘날 선유도를 중심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같은 두 글자라도 어느 시대의 기록인지에 따라 지도에서 짚어야 할 자리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교실에서 지명을 읽을 때 저는 한자를 바로 외우게 하기보다 지도 위에 먼저 표시해 봅니다. ‘군산도’의 도(島)는 섬이고, 군산(群山)은 무리 지은 산입니다. 그러고 나서 선유도 주변 섬들을 찾아보면 이름이 왜 바다의 풍경에서 나왔는지 스스로 납득하게 됩니다. 글자 풀이가 풍경과 만나는 순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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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이름은 어떻게 육지로 건너왔을까요?

서해의 섬과 금강 하구는 배가 오가고 해안을 지키는 일이 맞물린 공간이었습니다. 군산도에는 수군의 거점이 있었고, 육지 쪽 진포에도 군사 시설이 자리했습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연표에는 1426년 옥구 북쪽 진포에 ‘군산진’이라는 이름의 수군진이 설치된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섬을 가리키던 군산이라는 말이 육지의 군산진에도 쓰이게 된 흐름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다만 어느 한 해에 이름이 단번에 옮겨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료마다 수군 시설의 이동과 설치를 설명하는 시점이 다르고, 진의 이름과 지역 이름이 자리 잡는 과정도 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름의 이동을 설명할 때는 ‘섬의 군산도가 먼저였고, 뒤에 육지의 군산진과 군산이라는 지명이 쓰였다’는 순서를 붙잡는 편이 정확합니다.

육지의 군산은 항구와 창고의 이름에도 남았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세곡을 모아 배로 운반하던 군산창이 있었고, 군산항은 훗날 개항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바닷길을 지키고 물자를 실어 나르던 장소에 같은 이름이 거듭 쓰이면서, 군산은 지금 우리가 아는 도시의 이름으로 굳어졌습니다. 지명은 지도 위에서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오간 길을 따라 쓰임이 넓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고군산’의 ‘고’는 무엇일까요?

선유도 일대를 가리키는 ‘고군산’은 옛 고(古)를 써서 古群山이라고 적습니다. 지금의 군산과 구별해 ‘옛 군산’이라고 부르는 말이지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군산도에 있던 수군 부대와 진포의 군산진을 잇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기존의 군산도를 고군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연표에도 섬 쪽의 ‘고군산진’과 육지 쪽의 ‘군산진’이 따로 등장합니다.

‘고군산군도’라는 이름을 보면 글자가 길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례로 풀면 쉽습니다. 고군산은 옛 군산, 군도(群島)는 무리 지은 섬이라는 뜻입니다. 앞의 群山은 지명에 들어 있는 말이고, 뒤의 群島는 섬들의 모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같은 ‘군’ 자가 두 번 쓰이지만 각각 맡은 자리가 다릅니다.

군산 어원에서 기억할 장면은 하나입니다. 바다 위 섬들이 산처럼 무리 지어 보였고, 그 이름이 먼저 군산도에 붙었습니다. 이후 육지의 군산진과 도시 이름으로 쓰임이 이어졌지요. 지금 군산의 거리를 걷다가 ‘군산’이라는 표기를 만나면, 글자 뒤에 남은 선유도 앞바다의 풍경도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군산 어원은 왜 섬에서 시작됐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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