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오르는 화면을 보고 알트코인을 모두 팔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도미넌스 숫자 하나로는 답이 안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점유율이 높아진 것인지, 알트코인이 더 빠르게 무너져서 높아진 것인지에 따라 시장의 상태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실시간 차트를 열면 점유율보다 그 옆의 가격과 시가총액부터 확인한다.
1. 도미넌스 1%포인트의 뜻부터 확인한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계산은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전체 시가총액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하면 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조 2,000억 달러, 전체가 2조 달러라면 도미넌스는 60%다. 다음 날 61%가 됐다면 변화폭은 1%가 아니라 1%포인트다. 이 차이를 섞어 쓰면 움직임을 실제보다 크게 읽기 쉽다.
차트마다 분모도 다르다. 트레이딩뷰의 BTC.D는 상위 125개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코인마켓캡의 도미넌스 차트는 추적하는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전체 시장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같은 시각에도 서비스별 숫자가 조금 다를 수 있다. 지지선과 고점을 비교할 때는 한 서비스의 차트를 계속 쓰는 편이 낫다. 특히 과거 차트에 갑자기 뾰족한 봉이 생겼다면 자금 이동뿐 아니라 집계 대상의 편입·제외도 확인해야 한다.
2. BTC 가격과 전체 시가총액을 함께 놓는다
실시간 차트에서 먼저 보는 조합은 BTC.D, 비트코인 달러 가격, 전체 시가총액 세 가지다. 도미넌스 상승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겹치고 전체 시가총액도 늘면 비트코인이 시장의 상승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도미넌스는 오르는데 비트코인 가격과 전체 시가총액이 함께 떨어지면 알트코인 쪽 하락폭이 더 커서 비중만 높아졌을 수 있다. 같은 상승 신호처럼 보여도 전자는 상대적 강세, 후자는 방어적인 시장에 가깝다.
숫자로 놓으면 더 분명하다. 전체 시가총액이 2조 달러에서 1조 8,000억 달러로 줄어드는 동안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조 2,000억 달러에서 1조 1,000억 달러로 내려갔다고 치자. 비트코인 자체도 하락했지만 도미넌스는 60%에서 약 61.1%로 오른다. 이때 도미넌스 상승만 보고 비트코인 매수세가 강하다고 해석하면 시장에 빠져나간 2,000억 달러를 놓친다. 예시는 계산을 보여주기 위한 가정이며 현재 시세가 아니다.
3. 알트코인 강세는 스테이블코인을 빼고 다시 본다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내려간다고 곧바로 알트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제자리여도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가 커지면 전체 시장의 분모가 늘어 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다. 또 이더리움 한 종목이 강하게 올라 도미넌스를 끌어내렸다면 중소형 알트코인까지 상승 중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트레이딩뷰에서는 BTC.D와 함께 비트코인을 뺀 시가총액인 TOTAL2를 본다. 이더리움까지 뺀 시장은 TOTAL3,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시장은 TOTAL2ES로 확인할 수 있다. 도미넌스가 하락하는 동안 TOTAL2ES도 늘고, 여러 알트코인의 현물 거래량이 함께 증가한다면 확산의 근거가 더 쌓인다. 반대로 일부 대형 종목만 오르고 나머지 종목의 거래량이 얇다면 도미넌스 하락만으로 시장 전체의 위험 선호를 말하기 어렵다.
4. 온체인 흐름과 선물 포지션으로 과열을 거른다
거래소와 온체인 데이터를 붙여 본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도미넌스도 높아질 때 현물 거래량이 늘며 거래소 보유 비트코인이 줄어드는지 확인한다. 거래소 보유량 감소는 매도 가능한 물량이 줄어드는 신호일 수 있지만, 지갑 이동만으로 매수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글래스노드도 거래소 잔고 수치가 식별된 거래소 주소에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주소 분류가 갱신되면 과거 데이터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선물 시장에서는 미결제약정과 펀딩비를 같이 본다. 가격이 급등하는데 미결제약정이 빠르게 쌓이고 펀딩비까지 높아지면 현물 수요보다 레버리지 롱 포지션의 영향이 큰지 의심한다. 펀딩비가 양수일 때는 일반적으로 롱 보유자가 숏 보유자에게 비용을 낸다. 이런 구간에서는 방향을 맞혀도 짧은 하락에 강제 청산될 수 있어 포지션 크기가 먼저다.
내가 도미넌스 차트를 보는 이유는 알트코인 매수·매도 버튼을 대신 눌러주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움직임이 비트코인의 실제 강세인지, 다른 자산의 약세인지, 파생상품의 과열인지 구분할 단서를 주기 때문이다. 실시간 숫자는 빨리 바뀐다. 그래서 한 틱의 변화보다 가격·시가총액·현물 거래량·온체인 흐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를 더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