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보러 간다며 전기 주행거리가 길면 무조건 이득인지 물었다. 저는 차보다 먼저 주차장을 확인하라고 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쓰지만, 집이나 직장에서 꾸준히 충전할 수 있어야 전기 주행의 이점을 누린다. 충전할 자리가 없다면 제원표의 숫자만 보고 결정하기 어렵다.
먼저 일주일의 주행거리를 적어본다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에 충전한 전기로 달리다가 필요하면 엔진을 쓴다.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회생제동으로도 전기를 조금 채우지만, 전기 주행을 자주 하려면 외부 충전이 필요하다. 충전을 안 해도 차는 달린다. 다만 그럴 거라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구매 이유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출퇴근 거리가 하루 왕복 30km이고 주 5일 운전한다면 평일 주행거리는 150km다. 저녁마다 충전할 수 있으면 상당 부분을 전기로 다닐 수 있다. 반대로 평일에 충전할 곳이 없고 주말에만 한 번 충전한다면 전기 주행거리가 긴 모델을 골라도 활용할 기회가 적다. 주행거리보다 충전 횟수가 먼저다.
BMW 코리아가 표시한 국내 인증 수치로는 530e xDrive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66km, X5 xDrive50e는 77km다. 이 숫자는 같은 조건에서 비교할 기준이지, 매번 보장되는 거리는 아니다. 추운 날 난방을 켜거나 고속도로를 오래 달리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X5는 차체가 큰 SUV라 530e보다 인증 거리가 길다는 사실만으로 전기 사용 비용까지 낮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연식과 세부 사양에 따라 제원도 달라지니 계약하려는 차량의 국내 인증표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충전할 자리와 시간을 먼저 확인한다
아파트라면 주차 공간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충전기가 있는지 확인한다. 설치돼 있다는 말만 듣고 넘기면 곤란하다. 퇴근 후 빈자리가 있는지, 충전이 끝난 차를 옮겨야 하는지, 이용 요금과 주차 규칙이 어떤지까지 봐야 한다. 직장 충전기를 쓸 계획이라면 방문객과 직원의 이용 조건이 다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충전 방식도 계약할 차량 기준으로 확인한다. 충전소에 급속 충전기가 있다고 해서 모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그 방식으로 충전되는 것은 아니다. 차량이 지원하는 커넥터와 충전 방식, 충전 케이블 제공 여부를 판매점에서 확인하고 평소 쓸 충전기와 맞춰보는 게 안전하다. 충전 시간 역시 차량과 충전기 사양에 따라 달라진다.
가정용 일반 콘센트에 임의의 연장선을 연결해 충전하는 방식은 권하지 않는다. 충전 설비와 전기 배선은 관리 주체의 허가와 적합한 설치가 필요하다. 주차장에 충전기가 없으면 설치 가능 여부와 비용을 먼저 알아봐야 한다. 차를 받은 뒤 해결하려고 하면 매일 충전소를 찾아다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연료비는 내 요금으로 계산한다
계산은 어렵지 않다. 월 22일, 하루 30km를 모두 전기로 달린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660km다. 530e xDrive의 표시 복합 전비 2.9km/kWh를 적용하면 주행에 필요한 전기는 약 228kWh다. 충전 과정의 손실을 감안해 콘센트나 충전기에서 실제로 약 250kWh를 쓴다고 가정하고, 내가 쓰는 충전 요금이 1kWh당 200원이라면 월 전기요금은 약 5만 원이다.
비교 대상으로 휘발유 차가 실제로 10km/L를 기록하고 휘발유가 1L당 1,700원이라고 가정하면 같은 660km에 약 11만 2천 원이 든다. 차이는 월 6만 원 남짓이다. 이건 계산 방법을 보여주는 예시다. 계절에 따른 전비, 충전 손실, 실제 요금, 엔진이 개입하는 구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표시 복합 연비와 전비를 단순히 더하거나, 공인 연비를 충전 없이 달릴 때의 연비로 받아들이면 계산이 어긋난다.
유지비에는 전기와 휘발유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엔진 오일과 필터, 타이어, 브레이크, 보험료를 함께 봐야 한다. 구매하려는 가솔린 모델과의 실구매가 차이가 크다면 월 연료비 절감액만으로 그 차액을 회수하는 데 오래 걸릴 수 있다. 할인이나 금융 조건은 시기에 따라 바뀌므로 계약서에 적힌 실제 금액으로 비교하는 편이 정확하다.
중고차라면 충전과 정비 기록을 같이 본다
중고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주행거리 숫자만 보고 고르지 않는다. 충전 포트가 정상적으로 열리고 닫히는지, 실제 충전이 시작되고 끝나는지 확인한다. 계기판의 경고 메시지도 시동을 켠 직후와 시승 후에 모두 본다. 엔진과 전기 모터가 바뀌는 과정에서 이상한 충격이나 소음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정비 기록에는 정기 점검과 소모품 교체 내역이 이어져 있는지 확인한다. BMW 코리아의 안내에 따르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고전압 배터리 보증은 8년 또는 20만km 기준이다. 다만 최초 인도 시점과 차량 조건에 따라 적용 내용을 확인해야 하므로 차대번호를 가지고 공식 서비스센터에 남은 보증을 조회하는 게 좋다. 배터리 상태를 계기판의 남은 주행거리 숫자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저라면 모델 이름보다 먼저 충전 가능한 날이 한 주에 며칠인지 세어보겠다. 매일 충전하고 짧은 거리를 자주 달린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생활 속에서 드러난다. 충전이 어려운 생활이라면 같은 예산의 다른 구동 방식까지 놓고 비교하는 게 덜 후회할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