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천 따라 만난 예술

전주천 따라 만난 예술

전주 한옥마을의 붐비는 길에서 벗어나 전주천을 따라 걸으면 서예와 공예, 공연을 무료로 만나는 문화 산책길이 이어진다. 강암서예관과 전주한벽문화관을 연결하는 코스로, 두 시설 사이의 도보 이동 시간은 약 5분이다. 한옥마을에서도 걸어서 약 10분 거리여서 전주 도심 여행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전주천 물길을 곁에 둔 산책로는 한옥마을 중심부와 다른 차분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길을 따라 걸으면 전통 한옥 형태의 강암서예관과 현대적인 외관을 갖춘 전주한벽문화관이 차례로 나타난다. 두 곳 모두 입장료 없이 관람할 수 있어 약 두 시간 반 동안 전주의 전통예술과 지역 공예를 살펴보는 코스로 활용할 수 있다.

강암서예관에서 만나는 전주의 글씨

강암서예관은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74에 자리한다. 한옥 지붕 아래에는 ‘剛菴書藝館’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전주를 대표하는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의 작품과 생애, 유품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시설강암서예관
소재지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74
운영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일요일
관람료무료

강암 송성용 선생은 다섯 살에 붓을 잡았고 열여섯 살 무렵 서예가로서 일가를 이룬 인물로 소개된다. 일제의 단발 요구에도 상투를 자르지 않았으며 창씨개명도 거부했다. 1965년 전주로 거처를 옮긴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전주의 관문인 호남제일문을 비롯해 내장산 내장사와 토함산 석굴암에서 볼 수 있는 현판 글씨도 강암 선생의 손에서 나왔다. 도시와 사찰에서 지나치기 쉬웠던 글씨의 배경을 전시 공간에서 한데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1층 로비에는 ‘剛菴은 歷史다’라는 글씨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는 1995년 동아일보가 개최한 강암 회고전의 주제어로 소개돼 있다. 선생이 살아온 시대와 예술 활동을 함께 비추는 문구로, 전시의 성격을 압축해 보여준다.

바람을 품은 대나무 그림

전시실에서는 대나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두드러진다. 특히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표현한 풍죽은 강암 선생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먹의 농담과 줄기의 방향, 잎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정지된 화면에서도 바람이 지나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한 풍죽 작품에는 ‘開門風動竹 疑是故人來’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문을 열었을 때 바람에 대나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친구가 찾아온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는 내용이다. 전시장 해설판은 이 문장을 당나라 시인 이백이 대나무를 두고 읊은 시구로 설명한다.

작품마다 마련된 한글 해설은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도 그림과 글씨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먼저 화면의 선과 여백을 보고, 해설을 읽은 뒤 다시 작품을 바라보면 붓의 움직임과 작품에 담긴 정서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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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양심과 강암의 소장품

전시실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암 선생에게 보낸 휘호도 전시돼 있다. ‘行動하는 良心’이라고 적힌 작품으로, 1993년 늦가을에 전달된 것으로 소개된다. 윗부분의 ‘爲剛菴先生惠正’은 강암 선생에게 드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벽 한 면을 채운 대형 천자문도 전시 규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리 진열장에는 강암 선생이 사용했던 붓과 벼루를 비롯해 한복과 버선, 갓 등의 유품이 놓여 있다. 작품뿐 아니라 서예가의 생활과 작업 환경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강암서예관의 소장품에는 추사 김정희와 오세창의 글씨, 정약용과 송시열의 편지, 김홍도의 그림도 포함돼 있다. 전시실을 차분히 이동하면 한 사람의 예술 세계에서 출발해 한국 서화와 문인 문화의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주천을 따라 한벽문화관으로

강암서예관을 나와 전주천을 따라 약 5분 걸으면 전주한벽문화관에 도착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20에 있는 시설로, 강암서예관과 같은 도로 위에 자리한다.

고즈넉한 한옥 형태의 강암서예관과 달리 전주한벽문화관은 큰 유리창을 갖춘 현대식 건물이다. 로비에는 전시와 공연을 알리는 배너가 이어지고, 실내와 야외 공간에는 전시실과 체험실, 공연장, 전통혼례 시설이 배치돼 있다.

시설전주한벽문화관
소재지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20
운영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일요일과 월요일
입장료무료

1층에는 한벽전시실과 한옥마을사업소가 있고, 2층에는 조리체험실과 전통문화교육체험실이 마련돼 있다. 야외에는 전통혼례청과 경업당, 한벽공연장이 자리한다. 전시 관람과 전통문화 체험, 공연을 한 공간에서 연결할 수 있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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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와 제주 공예의 만남

1층 한벽전시실에서는 제1회 전주 제주 공예문화교류전 ‘두 도시의 별 하나의 풍경’이 무료로 열렸다. 전주와 제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로, 한벽전시실은 이 밖에도 여러 전시를 주기적으로 선보인다.

전주 지역 작품 가운데 권금희 작가의 ‘해바라기 순정’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90센티미터인 화면을 해바라기로 채운 작품이다. 나비까지 표현돼 있으며, 가까이에서 보면 작품의 요소들이 평면에 머물지 않고 액자 밖으로 솟아오른 듯한 입체감을 드러낸다. 작품에는 온고을공예방이 함께 표기돼 있다.

이미경 작가의 ‘어해도’는 100센티미터와 57센티미터 크기의 물고기 그림으로, 공예사랑청강의 작품이다. 김금채 작가의 ‘연꽃자수 모시발’은 모시발 위에 연꽃을 수놓은 작업으로 그리꼬매의 작품으로 소개됐다. 서로 다른 재료와 기법이 한 전시장에서 어우러지며 전주 공예의 폭을 보여준다.

루이엘모자박물관의 조현종 작가가 선보인 ‘접이식 갓’은 전통 갓을 접을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이다. 전통 복식에 쓰이는 갓의 형태와 실용적인 구조가 함께 드러나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KingK 가죽공방 양은하 작가의 가죽조각보 가방 세트, 향수공방 모뉴센트 정경숙 작가의 ‘향의 결’, 박금숙 작가의 닥종이 인형도 함께 전시됐다. 도예와 가죽, 자수, 향, 종이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작품이 이어지면서 한옥마을 공방들의 개성과 지역 공예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한벽전시실은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인 동시에 전주의 여러 공방과 창작자를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작품마다 재료와 표현 방식이 달라 가까이에서 세부를 살피며 관람하기 좋다.

전시에서 공연으로 이어지는 하루

전주한벽문화관에서는 전시뿐 아니라 공연도 이어진다. 로비에 마련된 공연 배너에는 2026년 10월 일정이 안내돼 있었다. 한벽공연장과 실내공연장, 야외 공간을 활용해 저녁 시간대 공연이 열리는 구성이다.

  • 2026년 10월 1일, 8일, 15일, 22일 목요일 오후 7시 한벽공연장 공연
  • 2026년 10월 7일, 14일, 28일 수요일 오후 7시 실내공연장 공연
  • 2026년 10월 1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공연

야외로 나가면 잔디마당 너머에 전통혼례청과 전통문화교육체험관 경업당 등 한옥 건물이 늘어서 있다. 해가 기울면 기와지붕 위로 저녁빛이 내려앉고, 전통 건축물과 공연 공간이 한 장면 안에 어우러진다. 낮에는 전시를 관람하고 저녁에는 공연을 보는 일정으로 하루를 구성할 수 있다.

무료 문화산책 이용 정보

강암서예관과 한벽전시실은 모두 관람료가 없다. 두 시설은 전주천을 따라 약 5분이면 걸어서 이동할 수 있으며, 전주 한옥마을에서도 약 10분 거리다. 붐비는 관광 중심지를 둘러본 뒤 조용한 산책과 문화 관람을 이어가기에 알맞은 동선이다.

  1. 한옥마을에서 전주천 방향으로 이동한다.
  2. 강암서예관에서 강암 송성용 선생의 서예와 유품을 관람한다.
  3. 전주천 산책로를 따라 약 5분 걸어 전주한벽문화관으로 이동한다.
  4. 한벽전시실에서 공예 작품을 감상한다.
  5. 공연 일정이 맞으면 실내공연장이나 한벽공연장에서 저녁 공연을 관람한다.

강암서예관 로비에서는 붓글씨 한 줄 체험을 할 수 있다. 전주한벽문화관 2층 체험실 이용은 사전 문의가 필요하며, 공개된 문의처는 전주한벽문화관 063-280-7040이다.

이 코스는 조용한 전주를 찾는 여행객과 서예·공예 전시를 좋아하는 관람객에게 적합하다. 강암서예관의 먹빛과 한벽전시실의 다채로운 공예품, 야외 한옥과 공연 공간이 짧은 도보 구간 안에서 이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어지는 전주 제주 공예 교류

전주에서 열린 ‘두 도시의 별 하나의 풍경’ 전시는 2027년 2월 제주 돌담갤러리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후에도 매년 전주와 제주를 오가며 개최될 예정으로 소개됐다. 두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교류하고 각 지역의 공예 문화를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전주천 한벽당 자락은 서예와 공예, 공연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무료 문화 산책길이다. 한옥마을의 활기에서 잠시 벗어나 물소리를 따라 걸으면 같은 전주 안에서도 한층 차분한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전주천 따라 만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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