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34평 아파트 견적서를 같이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한 업체는 5천만 원대, 다른 업체는 8천만 원대였어요. 처음엔 자재 등급 차이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싼 견적에는 창호와 욕실 한 곳이 빠져 있었습니다. 34평 인테리어 비용은 총액부터 비교하면 이런 차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우리 집은 어디까지 고칠 건지 먼저 적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34평은 보통 전용면적 약 84㎡인 아파트의 공급면적 기준입니다. 같은 34평이어도 입주 5년 된 집과 25년 된 집의 공사비는 다릅니다. 제가 예산을 잡을 때는 먼저 ‘표면만 새로 하는 집’인지, ‘낡은 설비까지 손보는 집’인지 나눕니다.
벽지·바닥·조명처럼 눈에 보이는 곳을 바꾸고 주방과 욕실은 그대로 쓴다면 부분 공사 예산부터 잡으면 됩니다. 주방이나 욕실 한두 곳까지 바꾸면 비용은 금방 수천만 원대로 올라갑니다. 철거부터 주방, 욕실 두 곳, 바닥, 문과 몰딩까지 교체하는 전체 공사는 2026년 공개된 34평 견적 사례에서 대략 6천만~8천5백만 원대를 출발 범위로 볼 만합니다. 창호나 맞춤 가구, 설비 보수가 많으면 그 이상도 나옵니다. 이 숫자는 계약 가격이 아니라 비교를 시작할 기준선입니다.
‘평당 얼마’라는 말도 조심해서 듣습니다. 공급면적 34평에 평당 180만 원을 곱하면 6천120만 원이지만, 그 안에 창호·시스템 에어컨·가전·부가세가 모두 들어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포함 항목을 확인하기 전에는 평당 단가가 싸다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6천만 원 견적이라면 항목을 이렇게 쪼개 봅니다
예를 들어 창호까지 교체하는 34평 전체 공사를 6천만 원으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철거와 폐기물 400만 원, 창호 900만 원, 주방 1천100만 원, 욕실 두 곳 1천만 원, 바닥 650만 원, 도배 350만 원, 문·몰딩 600만 원, 전기·조명 350만 원, 도장·필름·실리콘 300만 원, 보양·청소 등 350만 원입니다. 합계가 6천만 원입니다. 실제 견적은 창호 면적, 마루 종류, 욕실 방수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지니 이 금액을 공종별 비교 틀로만 쓰세요.
제가 가장 먼저 보는 칸은 철거와 폐기물입니다. 오래된 집에서 바닥을 뜯었더니 바탕면이 고르지 않거나, 욕실 타일을 걷어낸 뒤 누수 흔적이 드러나는 일이 있습니다. 현장 확인 전 견적에는 이런 보수비가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계약 금액과 별개로 10~15%, 위 예시라면 600만~900만 원 정도를 예비비로 남겨 둡니다. 예비비까지 합치면 준비할 돈은 6천600만~6천900만 원입니다.
견적서를 받을 때는 같은 공사 범위를 적어 최소 두세 곳에 전달합니다. ‘욕실 전체’ 한 줄보다 욕실 두 곳 각각의 철거·방수·타일·도기·수전 범위가 적혀 있어야 비교가 됩니다. 자재는 제품명이나 규격까지, 창호는 교체 위치까지 확인합니다. 부가세, 폐기물 처리, 엘리베이터 사용료, 이웃집 보양, 준공 청소가 포함됐는지도 표시해 달라고 합니다. 빠진 항목은 공사 중 추가금으로 돌아오기 쉽거든요.
직접 해서 아낄 곳과 맡겨야 할 곳
11년 동안 직접 고쳐 보니 셀프 시공은 재료비보다 시간을 먼저 계산해야 했습니다. 방 하나를 페인트칠할 때도 가구 이동과 비닐 보양, 구멍 메우기, 사포질, 두 차례 도장, 건조까지 하면 주말 이틀을 쓰기 쉽습니다. 페인트와 보양재, 롤러만 사면 끝날 것 같지만 사다리와 청소 도구가 없으면 그 비용도 더해야 합니다. 한 번 쓰고 말 공구는 구매 전에 대여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벽면 상태가 좋다면 작은 방 페인트칠, 가구 손잡이 교체, 선반 조립처럼 되돌리기 쉬운 작업부터 맡아볼 만합니다. 반대로 누수 흔적이 있거나 벽지가 들뜬 곳에 페인트만 칠하면 며칠 지나 같은 자리가 다시 올라올 수 있습니다. 원인 확인과 바탕면 보수 시간을 빼고 ‘하루 완성’으로 계산하면 거의 어긋납니다.
욕실 방수와 배관, 창호, 분전반과 배선 작업은 숙련된 시공자에게 맡깁니다. 특히 조명은 등기구를 고르는 일과 전선을 만지는 일이 다릅니다. 전기 연결이나 배선 변경을 비용 절감용 셀프 작업으로 잡지 마세요. 물이 닿는 욕실의 누전 위험이나 아래층 누수 비용은 아낀 인건비보다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공사 전 확인이 추가금을 줄입니다
비용을 줄이려면 자재를 무조건 낮추기보다 멀쩡한 것을 남길 곳부터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창호 기밀과 개폐가 괜찮다면 교체 대신 손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주방도 몸통이 튼튼하다면 문짝과 손잡이 교체 범위를 따져봅니다. 다만 문짝만 바꿀 수 있는지는 규격과 경첩 상태를 봐야 합니다. 욕실은 방수층에 문제가 의심되는데 표면 타일만 덮는 식으로 예산을 맞추지 않습니다.
계약 전에는 업체와 현장에서 같은 곳을 가리키며 ‘철거할 것, 남길 것, 새로 설치할 것’을 표시해 둡니다. 공사 일정도 철거 뒤 상태 확인, 설비, 방수와 건조, 목공, 마감, 청소 순서로 여유 있게 받는 게 좋습니다. 전체 공사를 4~5주로 잡더라도 현장 상태나 자재 납기에 따라 늘어날 수 있으니 이사 날짜를 하루 차이로 붙이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34평 인테리어 비용에서 가장 아까운 돈은 처음부터 필요했던 작업을 빠뜨렸다가 다시 뜯으며 쓰는 돈입니다. 저는 견적서의 총액보다 빠진 줄이 없는지를 오래 봅니다. 그 몇 줄을 확인하는 시간이 셀프 시공으로 주말 내내 일하는 것보다 더 큰 절약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