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골목 맛집을 찾아 걸었더니 길이 더 오래 남았다

동인천 골목 맛집을 찾아 걸었더니 길이 더 오래 남았다

얼마 전 동인천에서 점심 한 끼를 먹으려고 길을 나섰다. 유명한 식당 앞에 줄을 서기보다는 역 뒤편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었다. 동인천역 4번 출구로 나오니 북쪽 광장 오른편으로 송현동 순대골목이 이어졌다. 가게 문이 열리고 닫히는 사이로 국물 냄새가 났고,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은 익숙한 걸음으로 골목을 지났다. 여행지에 왔다기보다 남의 동네 오전에 잠깐 섞인 기분이었다.

밥집을 고르기 전에 송현시장부터 걸었다

순대골목에서는 바로 자리에 앉지 않고 송현시장 쪽으로 한 바퀴 돌았다. 동인천역에서 시장이 가까워 길을 길게 계획할 필요가 없었다. 반찬을 고르는 사람, 손수레를 피해 비켜서는 사람, 가게 앞에 잠시 멈춰 선 사람이 좁은 길을 함께 썼다. 사진을 찍으려고 멈추면 오히려 내가 길을 막는 것 같아 카메라를 내려놓게 됐다.

인천투어 안내에도 송현동 순대골목은 동인천역 4번 출구 북쪽 광장 가까이에 있다고 적혀 있다.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출구를 기억해 두는 것만으로도 길 찾기가 한결 편하다. 순대국밥집이 몇 곳 이어져 있지만 점포마다 쉬는 날이 다르다. 어느 한 집을 목표로 멀리서 왔다면 문을 열었는지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겠다.

사실 이 골목에서 좋았던 건 ‘숨은 맛집을 발견했다’는 들뜬 느낌보다 평소의 점심시간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식당 안에서는 혼자 밥을 먹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고, 밖에서는 누군가의 장바구니가 내 옆을 스쳤다. 사람이 아주 없는 곳은 아니지만, 내가 걸은 평일 늦은 오전에는 서둘러 구경해야 할 만큼 북적이지 않았다.

내 점심은 참외전로 골목의 설렁탕이었다

한 바퀴 걷고 나니 따뜻한 국물이 당겼다. 역을 지나 참외전로 쪽으로 걸어 삼강옥에 들어갔다. 인천투어는 이 집이 1946년 동인천역과 배다리 철교 사이 옛 참외전 거리에 문을 열었다고 소개한다. 긴 내력을 알고 먹어서인지 식당으로 향하는 짧은 길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래도 점심에는 역사가 아니라 지금 내 앞에 놓인 한 그릇이 더 중요했다.

설렁탕을 받아 먼저 국물부터 떠먹었다. 뜨거운 국물은 급히 걷던 속도를 늦춰 주었고, 깍두기를 얹어 밥을 먹으니 그제야 제대로 쉬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조합을 찾아내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점심이었다. 식당에서 보낸 시간보다 앞서 걸은 골목과 밥을 먹고 다시 나설 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오래된 식당이라고 해서 늘 한적할 거라 기대하지는 않는 편이 좋다. 내가 간 시간과 다른 날의 점심 풍경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메뉴 값이나 영업시간도 바뀔 수 있으니, 꼭 이 집에서 먹고 싶다면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게 마음 편하다. 일정이 느슨하다면 문 열린 식당을 보고 그날 먹을 메뉴를 정하는 것도 이 동네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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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뒤에는 배다리 책방 골목으로

밥을 먹고 곧장 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배다리 쪽으로 걸으면 헌책방 골목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안내에 따르면 이 거리는 금곡동과 창영동 경계에 자리한다. 책방마다 책장이 놓인 방식이 달라 문 앞에서부터 걸음이 느려졌다. 찾던 책을 반드시 사겠다는 생각 없이 제목을 읽고, 다시 골목으로 나오는 정도가 내게는 딱 좋았다.

배다리에는 사진으로 익숙한 장소도 있다. 그래서 골목 전체가 언제나 조용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눈에 띄는 책방 앞에 사람이 모여 있다면 잠깐 지나쳐 다른 길로 걸으면 된다. 큰길에서 한 걸음 벗어나니 낮은 건물과 생활하는 집들이 이어졌다. 누군가의 집 앞을 걷는 동안에는 목소리를 낮추고, 문이나 창문을 향해 사진기를 들지 않았다.

이날 걸음은 송현시장과 순대골목에서 시작해 설렁탕을 먹고, 배다리 책방 골목에서 끝났다. 한 끼와 산책을 묶었을 뿐인데 동인천이 조금 더 또렷하게 기억났다. 골목 맛집은 접시 위에만 남지 않는 것 같다. 밥을 먹으러 가는 길과 먹고 난 뒤 천천히 걷던 길까지 함께 떠오르니까.

동인천 골목 맛집을 찾아 걸었더니 길이 더 오래 남았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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