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 표준어는 왜 우렁쉥이와 둘 다 맞을까요?

멍게 표준어는 왜 우렁쉥이와 둘 다 맞을까요?

수업 시간에 해산물 이름을 적다가 ‘멍게도 표준어예요?’ 하고 묻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시장에서는 늘 멍게라고 들었는데, 교재에서 ‘우렁쉥이’를 보니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나 싶었던 모양입니다. 두 이름 가운데 하나를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 멍게와 우렁쉥이는 모두 표준어입니다.

먼저 쓰이던 표준어는 우렁쉥이였습니다

두 이름의 관계를 알려면 순서를 보는 편이 쉽습니다. 원래 표준어로 쓰이던 이름은 ‘우렁쉥이’였습니다. ‘멍게’는 지역에서 쓰이던 말이었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멍게를 더 널리 쓰게 됐습니다. 횟집 메뉴에서 ‘멍게비빔밥’을 보고, 수산시장에서도 ‘멍게’를 찾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겁니다.

여기서 말의 유래를 어렵게 짐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멍게’가 ‘우렁쉥이’에서 소리 몇 개를 줄여 만든 말이라거나, 겉모양에서 반드시 생겨난 이름이라고 설명할 근거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역사는 따로 있습니다. 지역에서 쓰이던 ‘멍게’가 널리 퍼져 표준어의 자격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학생들에게 이 순서를 이야기하면 반응이 달라집니다. ‘멍게가 틀린 줄 알았어요’에서 ‘사람들이 쓰는 말이 기준에도 반영됐군요’로 생각이 옮겨 가지요. 표준어는 누군가 편한 대로 고른 단어 목록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말을 쓰는지도 기준을 세울 때 살핍니다.

1988년 규정은 멍게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멍게가 표준어가 된 시점을 말할 때는 연도를 나누어 보는 게 정확합니다. 현행 표준어 규정은 1988년 1월 19일 고시됐고, 1989년 3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국립국어원이 공개한 표준어 규정 제23항에는 방언이던 단어가 기존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되면 그 말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원칙이 나옵니다. 그 예로 바로 ‘멍게’와 ‘우렁쉥이’를 들고 있습니다.

중요한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23항은 원래의 표준어도 그대로 남겨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래서 새로 인정받은 ‘멍게’만 맞고 ‘우렁쉥이’는 틀리게 된 것이 아닙니다. 두 말이 나란히 표준어인 상태를 ‘복수 표준어’라고 부릅니다. 날짜까지 기억하려 애쓰기보다, 1988년에 고시된 규정에서 두 이름을 함께 인정했고 이 규정이 이듬해 시행됐다고 이해하면 흐름이 잡힙니다.

국립국어원의 규정 해설은 우렁쉥이를 남겨 둔 까닭도 알려 줍니다. 기존 이름이 학술 용어 등에서 쓰인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언어생활에 널리 자리 잡은 말은 받아들이고, 쓰임이 남아 있는 옛 표준어도 살린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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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무 방언이나 표준어가 될 수 있을까요?

‘많이 쓰면 다 표준어가 된다’고 받아들이면 조금 곤란합니다. 널리 쓰이는지는 중요한 판단 요소이지만, 어느 말이 표준어인지 개인의 느낌만으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멍게는 표준어 규정에 예시로 실려 있어 판단이 분명한 사례입니다. 새로운 표현이나 지역어가 궁금할 때도 익숙하게 들린다는 이유만으로 표준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국립국어원의 규정과 사전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비슷한 사례로 ‘물방개’와 ‘선두리’가 있습니다. 표준어 규정 제23항은 지역에서 쓰이던 ‘물방개’가 널리 쓰이게 된 경우를 들면서 기존 표준어 ‘선두리’도 남겨 둡니다. ‘멍게·우렁쉥이’와 같은 방식입니다. 이 예를 함께 보면 규정이 어느 한 낱말만을 위해 만들어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보입니다.

반대로 원래 표준어가 거의 쓰이지 않게 됐다고 판단해 새로 널리 쓰이는 말만 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표준어 규정 제24항의 ‘빈대떡’과 ‘빈자떡’이 그런 예입니다. 그러니 ‘옛 이름은 언제나 함께 표준어로 남는다’고 외워서도 안 됩니다. 멍게와 우렁쉥이는 둘 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이 낱말의 사정입니다.

글에서는 어느 이름을 쓰면 자연스러울까요?

음식 이야기라면 독자에게 익숙한 ‘멍게’를 쓰면 자연스럽습니다. ‘멍게를 손질해 비빔밥에 넣었다’는 문장에 맞춤법 문제는 없습니다. ‘우렁쉥이를 양식한다’처럼 우렁쉥이를 써도 맞습니다. 한 글 안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두 이름을 번갈아 쓰면 다른 해산물로 오해할 수 있으니, 처음에 ‘멍게(우렁쉥이)’라고 밝히고 이후 한 이름으로 이어 가는 방법도 좋습니다.

수업에서는 둘 중 어느 쪽에 동그라미를 쳐야 하느냐는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저는 먼저 두 이름이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지, 왜 둘 다 표준어가 됐는지를 말해 줍니다. 그러면 답을 하나 더 외우는 대신 말이 바뀌어 온 과정을 기억하게 됩니다. 시장에서 오래 쓰인 ‘멍게’와 먼저 표준어였던 ‘우렁쉥이’가 함께 남아 있다는 점이, 이 이름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멍게 표준어는 왜 우렁쉥이와 둘 다 맞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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