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갈비탕을 끓이면 같은 재료를 쓰고도 국물 맛이 달라집니다. 대개 갈비를 씻은 뒤 물을 얼마나 붓고, 어느 불에서 얼마나 끓였는지가 달라요. 고집센그집갈비탕처럼 큼직한 갈비가 든 뜨끈한 한 그릇이 생각날 때, 집에서는 국물의 양과 불 조절부터 잡으면 훨씬 수월합니다. 아래 방법은 그 식당의 조리법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맑은 갈비탕을 끓일 때 제가 쓰는 방식입니다.
갈비 800g에 물은 2.2L부터 잡아요
3그릇 분량으로 뼈 붙은 소갈비 800g, 무 250g, 대파 1대, 양파 1/2개, 마늘 6쪽을 준비합니다. 끓일 물은 2.2L, 간은 국간장 1큰술과 소금 1작은술부터 시작해요. 당면을 넣고 싶다면 마른 당면 60g이면 충분합니다. 대파나 양파가 하나 빠져도 갈비탕은 끓일 수 있어요. 다만 갈비와 무는 있는 편이 국물 맛을 내기 쉽습니다.
물을 처음부터 적게 잡으면 갈비가 부드러워지기 전에 국물이 지나치게 졸아요. 그렇다고 완성 직전에 찬물을 한꺼번에 부으면 맛이 옅어집니다. 2.2L로 시작해 끓는 동안 줄어든 만큼 뜨거운 물을 조금씩 보충하고, 마지막에는 국물이 약 1.5~1.7L 남도록 맞추는 방법이 안정적입니다. 냄비 크기와 뚜껑을 덮는 정도에 따라 증발량은 달라지니 마지막 양을 눈으로 확인하세요.
핏물은 빼고 첫 끓인 물은 버립니다
갈비는 찬물에 1시간 담그고, 중간에 물을 한 번 갈아줍니다. 냉동 갈비라면 냉장고에서 완전히 해동한 다음 담가요. 핏물이 조금 남아 있어도 겁낼 필요는 없지만, 뼈 단면에 붙은 검붉은 찌꺼기는 흐르는 물에 씻어두면 좋습니다.
큰 냄비에 갈비가 잠길 만큼 물을 붓고 센 불로 끓입니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한 뒤 5분 더 끓여 첫 물을 버리세요. 갈비는 미지근한 물에 헹구면서 뼈 사이에 붙은 응고된 핏물을 손으로 떼어냅니다. 냄비 안쪽의 거품도 씻어내고요. 제가 초보 때 이 과정을 대충 넘겼다가, 오래 끓여도 국물에 잔부스러기가 떠서 아쉬웠던 적이 많습니다. 첫 물을 버리는 순서는 국물을 맑게 만들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처음만 센 불, 그다음은 작게 끓입니다
씻은 냄비에 갈비와 새 물 2.2L, 양파, 대파의 흰 부분, 마늘을 넣습니다. 뚜껑을 열고 센 불로 끓이다가 물이 끓어오르면 위에 뜬 거품을 걷어요. 그다음 불을 줄여 국물 표면이 가볍게 움직일 정도로 90분 끓입니다. 계속 세게 끓이면 물이 빨리 줄고 국물이 탁해지기 쉽습니다. 불을 줄인 뒤에도 펄펄 끓는다면 냄비를 작은 화구로 옮기는 편이 나아요.
90분이 지나면 갈비 한 조각을 집어 고기를 확인합니다. 젓가락이 들어가고 고기가 뼈에서 조금씩 떨어질 정도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요. 아직 질기다면 뜨거운 물 200mL를 보충하고 20~30분 더 끓입니다. 갈비의 두께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르니, 시계보다 고기의 상태를 기준으로 삼으세요.
무는 두께 2cm 안팎으로 썰어 고기가 거의 익었을 때 넣고 25분 더 끓입니다. 처음부터 넣으면 무가 너무 무르고 모서리가 부서질 수 있어요. 양파와 대파, 마늘은 건져내고 국물 위에 뜬 기름은 국자로 걷습니다. 식힐 시간이 있다면 국물을 잠깐 식혀 위에 모인 기름을 걷는 것도 편합니다.
간과 당면은 그릇에 담기 직전에 맞춰요
국물이 약 1.5~1.7L 남았을 때 국간장 1큰술을 넣고 맛봅니다. 소금 1작은술은 한 번에 넣지 말고 절반부터 넣어 저은 뒤 조금씩 더하세요. 국간장은 색과 향을 더하는 정도로만 쓰고, 모자란 짠맛은 소금으로 맞추면 국물 색이 지나치게 진해지지 않습니다. 밥을 말아 먹을 예정이라면 맨국물로 마실 때보다 간이 약간 또렷하게 느껴져도 괜찮아요.
당면은 미지근한 물에 20분 불려두었다가 별도 냄비에서 삶아 그릇에 나눠 담습니다. 당면을 갈비탕 냄비에 바로 넣으면 국물을 많이 빨아들이고 오래 둘수록 불어요. 그릇에 갈비와 무를 담고 뜨거운 국물을 부은 다음 송송 썬 대파를 올리면 됩니다. 당면이 없다면 빼고 밥만 곁들여도 좋아요.
국물이 탁해졌다면 더 센 불로 끓여 해결하려 하지 말고, 불을 낮춰 잠시 두었다가 떠오르는 거품과 기름을 걷으세요. 너무 짜졌다면 뜨거운 물을 100mL씩 더해가며 다시 맛봅니다. 반대로 싱겁다면 물을 더 졸이기 전에 소금을 조금 보태는 편이 고기를 덜 익히게 됩니다. 갈비탕은 마지막 한 번의 간보다 그전까지 물과 불을 어떻게 다뤘는지가 한 그릇의 맛을 더 크게 바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