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리원 퇴소 날, 집까지는 한 시간도 안 걸리는데 차 안에서 아기가 배고파하면 어쩌냐고 묻는 산모를 자주 만납니다. 저도 아이 둘을 데리고 이동할 때 비슷한 걱정을 했어요. 차 안 수유는 특별한 자세를 외우는 것보다, 안전하게 멈출 곳을 찾고 엄마와 아기가 편히 앉을 자리를 만드는 일이 먼저입니다.
아기가 배고파하면 먼저 차를 세워요
움직이는 차 안에서는 모유수유를 하지 않습니다. 아기를 카시트에서 꺼내 안거나, 카시트에 앉힌 채 몸을 숙여 젖을 물리는 것도 피해야 해요. 미국소아과학회도 주행 중 모유수유를 시도하지 말라고 안내합니다. 신호 대기나 잠깐의 정체도 수유할 시간은 아니에요.
아기가 손을 입으로 가져가고, 입을 오물거리거나 고개를 돌려 젖을 찾는다면 다음에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곳을 생각해 둡니다. 갓길에 급히 서기보다 휴게소나 주차장처럼 차를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는 곳이 좋아요. 운전자가 엄마 혼자라면 주차를 마친 뒤 시동 상태와 주변 차량을 확인하고 뒷좌석으로 이동하세요. 아기가 울기 시작했더라도 서두르다 다치는 것보다 잠시 안전한 곳을 찾는 편이 낫습니다.
긴 이동이라면 출발 전에 수유를 하고, 중간에 쉴 곳을 하나쯤 생각해 두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다만 시계에 맞춰 아기를 꼭 먹일 필요는 없어요. 아기의 배고픈 신호와 이동 상황을 함께 보면 됩니다.
차 안에서는 내 몸을 먼저 편하게 놓아요
차를 세운 뒤에는 아기를 카시트에서 꺼내 엄마 무릎 위에 안습니다. 뒷좌석에 앉을 수 있다면 좌석에 등을 기대고 양발을 바닥에 편하게 둬 보세요. 몸을 아기 쪽으로 오래 구부리면 어깨와 허리가 금세 뻐근해져요. 산후에는 작은 불편도 크게 느껴지니, 먼저 엄마의 자세를 잡는 게 좋습니다.
차 안에서 가장 무난한 건 아기를 팔에 가로로 안는 자세예요. 아기 배가 엄마 몸을 향하도록 돌리고, 머리와 몸통이 한 방향으로 놓이게 합니다. 팔꿈치 아래에 접은 겉옷이나 작은 담요를 받치면 팔이 덜 힘들 수 있어요. 다만 천이 아기 얼굴을 가리거나 머리를 앞으로 밀지 않는지 봐야 합니다. 수유 쿠션이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조리원 상담실에서도 집에서는 쿠션을 쓰던 분이 차 안에서는 접은 겉옷 하나가 더 편했다고 말하곤 해요.
제왕절개 후라 배를 누르는 자세가 불편하다면 아기를 몸 옆으로 조금 돌려 안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뒷좌석 폭이 좁은 차에서 억지로 자세를 만들 필요는 없어요. 차 밖의 수유실이나 의자가 더 편하다면 그쪽을 선택하면 됩니다.
젖을 물릴 때는 아기 얼굴을 확인해요
아기 코가 유두 높이에 오도록 가까이 안고, 입을 크게 벌릴 때 아기 몸 전체를 엄마 쪽으로 가져옵니다. 머리 뒤를 세게 누르기보다 목과 어깨, 등을 받쳐 주세요. 턱이 가슴에 닿고 코는 눌리지 않아야 합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도 아기 몸을 가까이 붙이고 코를 누르지 않는 깊은 젖 물림을 안내합니다.
잘 물었는지 볼 때는 입술 모양 하나만 보지 마세요. 볼이 쏙 들어가지 않고 둥글게 움직이는지, 삼키는 움직임이 보이는지, 엄마에게 계속 날카로운 통증이 있는지 함께 살피면 됩니다. 젖꼭지만 얕게 물어 아프다면 깨끗한 손가락으로 아기 입가에 살짝 공기를 넣어 떼어낸 뒤 다시 물려 보세요. 차 안이라 몸을 비틀어야 겨우 물릴 수 있다면 그 자세를 고집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가림천도 꼭 살 필요는 없어요. 창가 쪽 햇빛을 가리고 싶다면 평소 쓰는 얇은 겉옷으로 충분할 때가 많습니다. 천을 쓴다면 엄마가 아기 얼굴과 숨 쉬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게 두세요. 손 닿는 곳에 물, 거즈 손수건 한 장, 기저귀 정도만 있어도 짧은 이동에는 대개 충분합니다.
수유를 마친 뒤 다시 출발할 때
아기가 젖을 놓으면 잠깐 안고 상태를 살펴보세요. 트림은 아기마다 달라서 매번 오래 등을 두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토하거나 불편해 보이는지 확인한 다음, 출발 전에는 아기를 다시 카시트에 앉히고 안전띠를 제품 설명에 맞게 꼭 맞춰 주세요. 졸려 보인다고 품에 안은 채 출발해서는 안 됩니다.
여름에는 정차한 차 안이 금방 더워질 수 있고, 겨울에는 차가 쉽게 식습니다. 온도가 불편하다면 차 안에서 버티지 말고 냉난방이 되는 실내 휴게 공간을 찾는 편이 편해요. 밀폐된 주차장에서 시동을 켠 채 오래 머무르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아기를 차 안에 혼자 두고 물건을 가지러 가는 일도 없어야 하고요.
모유수유 자세 차 안에서 꼭 하나로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날은 뒷좌석에서 금방 먹고, 어떤 날은 휴게소 의자가 훨씬 편해요. 아기를 안전하게 데리고 멈춘 뒤 엄마의 몸도 덜 힘든 자리를 고르는 것, 저는 그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