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공항에 갈 때마다 비행기보다 사람들의 빠른 걸음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출발 시간을 확인하고, 짐을 끌고, 어디론가 서두르는 얼굴들. 얼마 전에는 공항으로 들어가는 대신 한 정거장 앞인 개화산역에서 내렸다. 비행기가 뜨는 동네는 어떤 속도로 하루를 보낼까 궁금했다.
목적지는 개화산의 하늘길전망대였다. 공항 바로 옆이지만 여행객의 동선에서는 조금 비껴난 곳이다. 역 주변 골목과 숲길을 지나 전망대에 서니, 멀리 움직이는 비행기와 발밑의 동네가 한 시야에 들어왔다. 그 사이를 걸어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개화산역에서 골목으로 들어갔다
5호선 개화산역 2번 출구로 나와 개화초등학교 쪽으로 걸었다. 강서구청의 강서둘레길 안내에는 이쪽 숲길 입구까지 약 340m, 걸어서 6분으로 적혀 있다. 나는 그 짧은 길에서도 속도를 늦췄다. 큰길의 차 소리가 멀어지고 주택가의 평범한 풍경이 이어졌다. 공항 근처라고 해서 동네까지 특별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길을 찾을 때는 ‘강서둘레길 1코스’ 안내를 따라가면 된다. 입구가 여러 곳이라 어디서 걷기 시작하느냐에 따라 순서가 달라진다. 나는 개화초교 방향에서 숲으로 들어가 하늘길전망대 쪽으로 걸었다. 갈림길에서는 전망대 이름이 적힌 표지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산책을 하러 나온 주민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내가 걷던 구간에서는 줄지어 이동할 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물론 사람 수는 요일과 시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숲에서는 비행기 소리만 가끔 가까워졌다
숲으로 들어서자 공항 옆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나무 사이로 난 길은 발을 옮기는 데 집중하게 하고, 비행기 소리는 어느 순간 머리 위의 하늘을 돌아보게 했다. 계속 시끄러운 길을 예상했는데, 소리가 지나간 뒤에는 다시 발걸음이 들렸다. 그 간격이 묘하게 좋았다.
강서구청이 안내하는 개화산 숲길 전체 길이는 3.35km, 예상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10분이다. 난이도는 ‘중’으로 표시돼 있다. 숫자만 보면 가벼운 산책 같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평지 골목을 걷는 것과는 다르다. 전망대만 보고 돌아올 생각이라면 전체 코스를 꼭 채울 필요는 없다. 나도 걸음을 재촉하기보다 길이 열리는 곳에서 잠깐씩 쉬었다. 비가 온 뒤라면 흙길 상태를 살피고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신는 편이 편하겠다.
개화산에는 전망대가 여럿 있다. 개화산전망대는 한강과 방화대교 쪽 풍경을 바라보는 곳이고, 하늘길전망대는 김포공항 쪽 시야가 열린다.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보고 싶은 장면에 따라 향할 곳이 달라진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내 걸음은 자연히 하늘길전망대로 향했다.
하늘길전망대에서는 오래 서 있게 됐다
전망대에 도착해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비행기 한 대가 아니라 넓게 펼쳐진 땅이었다. 공항 활주로와 그 너머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비행기는 그 위를 가끔 지나가는 작은 움직임처럼 느껴졌다. 한 대가 떠오를 때까지 난간에서 기다렸다. 공항 안에서 유리창 너머로 볼 때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하늘로 올라가는 방향을 끝까지 눈으로 따라갈 수 있었다.
여기서는 비행기가 언제, 어느 쪽에서 보일지 내 마음대로 맞출 수 없다. 내가 서 있는 동안에도 한동안은 별 움직임이 없었다. 대신 숲에서 올라온 사람들 몇 명이 잠깐 풍경을 보고 지나갔다. 사진 한 장을 찍고 바로 내려갈 수도 있지만, 그럴 거라면 골목과 숲길을 걸어온 시간이 조금 아까울 것 같았다.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는 동안 아래쪽 동네의 지붕과 먼 하늘을 번갈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전망대에서 가까운 비행기를 크게 찍겠다는 기대는 내려두는 편이 좋다. 내가 좋았던 건 기체의 세부가 아니라, 서울의 한 동네에서 일상의 속도로 걷다가 먼 여행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소리가 먼저 들려 고개를 들 때도 있고, 비행기를 발견한 뒤에야 소리가 따라올 때도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동네가 더 눈에 들어왔다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보다 발밑을 자주 봤다. 숲길이 끝나고 다시 골목으로 접어드니 조금 전 전망대에서 바라본 넓은 풍경이 금세 작은 생활의 장면으로 바뀌었다. 출근이나 장을 보러 나온 듯한 사람들 사이를 지나 역 쪽으로 걸었다. 비행기를 보러 온 사람이 이 길에서는 그저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
이 코스가 늘 한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날씨 좋은 주말에는 둘레길을 찾는 사람이 늘 수 있고, 비행기 소리가 편안하게 들리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공항의 북적임을 벗어나 비행기가 오가는 하늘을 보고 싶다면, 개화산 골목과 숲길은 걸어볼 만했다. 여행이 꼭 탑승구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내게는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기 전의 느린 한 시간이 작은 여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