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하주차장에서 벤츠E클래스를 몰고 들어갔다가 빈자리 하나를 그냥 지나쳤습니다. 차는 들어갈 것 같았는데, 옆 차가 선에 바짝 붙어 있어 문을 열 공간이 없더라고요. 운전 14년 동안 배운 게 있다면, 주차는 차를 넣는 순간보다 사람이 내리고 다시 빠져나오는 순간까지 봐야 한다는 겁니다.
빈자리를 보면 차폭보다 문 열 공간부터 봅니다
2024년 국내 출시된 신형 E클래스 일부 모델은 차체 길이가 4,955mm, 너비가 1,880mm입니다. 숫자만 보면 주차선 안에 들어가는 자리라도 실제로는 사이드미러, 옆 차의 주차 상태, 기둥 위치 때문에 답답할 수 있습니다. 연식과 모델에 따라 크기는 다르니 내 차 제원을 기준으로 감을 잡는 게 좋습니다.
저는 빈자리를 발견하면 바로 꺾지 않고 세 가지를 봅니다. 옆 차가 선을 밟았는지, 운전석 문이 열릴 쪽에 기둥이 있는지, 뒤쪽에 벽이나 낮은 턱이 있는지요. 특히 옆 차가 비스듬히 서 있으면 지금은 내릴 수 있어도 그 차가 빠진 뒤 새 차가 똑바로 들어왔을 때 문 열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한쪽이 벽인 자리보다 양옆 차의 주차 상태가 안정적인 자리를 고릅니다. 벽 쪽을 택할 때는 트렁크를 열 일이 있는지도 먼저 생각합니다. 짐을 꺼내야 하는데 차 뒤가 벽에 너무 가까우면, 주차를 끝내고도 차를 다시 빼야 하거든요.
후진할 때는 화면과 거울을 번갈아 봅니다
후방 카메라를 켜면 화면 속 주차선이 또렷해서 마음이 놓입니다. 근데 그 화면만 믿고 들어가다 보면 옆 차와의 간격이나 앞 범퍼가 도는 자리를 놓치기 쉽습니다. 저는 후진을 시작할 때 양쪽 거울로 차체와 주차선의 각도를 보고, 화면으로 뒤쪽 장애물을 확인한 다음, 고개를 돌려 사람이나 카트가 들어오는지 한 번 더 봅니다.
벤츠의 주차 보조 기능도 운전자를 돕는 장치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사용 설명서는 센서나 카메라가 흙, 눈, 얼음에 가려지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비 오는 날이나 세차 직후 화면이 흐릿하면 렌즈 상태부터 확인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화면 속 선이 안전을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니 속도를 낮추고, 애매하면 멈춰서 밖을 보는 편이 낫습니다.
좁은 자리에서는 한 번에 넣으려는 욕심도 버렸습니다. 차를 비스듬히 밀어 넣고 마지막에 핸들을 크게 꺾는 것보다, 입구에서 각도를 맞추고 필요하면 앞으로 한 번 더 나와 고쳐 들어가는 편이 옆 차와의 간격을 보기 쉽습니다. 뒤차가 기다려도 잠깐의 재시도가 접촉사고 뒤처리보다 마음이 편합니다.
기둥과 경사로에서는 앞바퀴가 지나간 자리도 봅니다
E클래스처럼 길이가 거의 5m인 세단은 앞머리가 기둥을 통과했다고 뒤쪽까지 통과한 게 아닙니다. 지하주차장 회전 구간에서 제가 가장 조심하는 부분은 차 옆면과 뒷바퀴가 따라오는 자리입니다. 코너에 너무 바짝 붙어 들어가면 뒷바퀴 쪽이 기둥이나 턱에 가까워집니다. 처음부터 조금 여유를 두고 천천히 돌면 거울로 간격을 확인할 시간이 생깁니다.
경사로 끝도 은근히 신경 쓰입니다. 위아래가 바뀌는 지점에서 앞 범퍼 아래쪽이 낮은 바닥과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요. 처음 가는 주차장이라면 경사로에 비스듬히 진입할 공간이 있는지, 반대편 차가 오는지 먼저 봅니다. 차고나 범퍼 모양은 트림에 따라 달라서 남의 차가 무사히 지나갔다고 내 차도 똑같이 지나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주차를 끝내기 전 10초가 뒤처리를 줄입니다
차를 세운 뒤 저는 바로 시동부터 끄지 않습니다. 주차선 안에 들어왔는지, 옆 차 문이 열릴 정도의 간격이 있는지, 통로 쪽으로 차 앞이나 뒤가 튀어나오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선 안에만 있으면 괜찮겠지 싶다가도, 통로가 좁은 곳에서는 다른 차가 돌아 나갈 때 내 차 끝부분이 걸리적거릴 수 있습니다.
외출할 때는 주차장 층과 구역 번호도 사진 한 장으로 남깁니다. 출구가 여러 개인 건물에서는 나중에 차를 찾느라 같은 층을 두 바퀴 도는 일이 생각보다 흔합니다. 무인 정산 주차장이라면 출차 전에 요금을 처리할 수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차단기 앞에서 가방을 뒤지는 시간이 줄어들죠.
주차가 불안한 날에는 입구에서 가까운 자리보다 조금 멀어도 넉넉한 자리를 고릅니다. 몇 걸음 더 걷는 건 금방 잊히지만, 옆 차 문과 내 차 사이가 손바닥만큼 남았던 장면은 하루 종일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