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실에서 가장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모의고사 점수는 비슷한데 한 사람은 붙고, 다른 사람은 떨어집니다. 차이는 대개 공부한 양보다 시간 배분에 있습니다. 특히 공인중개사는 어려운 한 문제를 맞히는 것보다 과락을 막고 평균 60점을 넘기는 쪽이 중요합니다. 공인중개사 합격률도 그 기준으로 읽어야 공부 계획에 쓸모가 있습니다.
합격률은 1차와 2차를 따로 봐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큐넷 통계에서 2025년 제36회 1차는 8만 387명이 응시해 1만 8,901명이 합격했습니다. 합격률은 23.51%입니다. 2차는 3만 3,247명 중 1만 686명이 합격해 32.14%였습니다. 전년인 2024년 제35회는 1차 15.07%, 2차 30.89%였습니다. 1차 합격률은 1년 사이 8.44%포인트 올랐지만, 2차는 1.25%포인트 차이였습니다.
여기서 ‘2차가 더 쉽다’고 단정하면 곤란합니다. 1차와 2차의 응시자 집단이 다릅니다. 2차에는 전년도 1차 합격으로 면제받은 사람도 들어갑니다. 두 합격률을 곱해서 동차 합격 확률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이 수치가 보여 주는 것은 특정 회차의 응시자 대비 합격자 비율이지, 올해 내 합격 가능성을 계산한 값이 아닙니다.
그래도 방향은 읽힙니다. 2024년처럼 1차 합격률이 15%대까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점수가 잘 나왔다고 1차를 가볍게 잡으면 위험합니다. 반대로 합격률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2026년 시험도 쉬울 거라고 기대할 근거는 없습니다. 절대평가 시험에서 전년도 수치는 준비 수준을 점검하는 자료로 쓰는 게 맞습니다.
평균 60점보다 먼저 과락을 막는다
큐넷의 합격 기준은 1차와 2차가 같습니다. 각 과목 100점 만점에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입니다. 1차는 부동산학개론과 민법 및 민사특별법 두 과목입니다. 예를 들어 학개론 75점, 민법 45점이면 평균 60점으로 합격선에 닿습니다. 학개론 85점, 민법 35점이면 평균은 60점인데도 민법 과락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잘하는 과목을 80점으로 올리는 일보다 35점짜리 과목을 45점으로 만드는 일이 급합니다. 다만 40점에 딱 맞춘 계획은 실전에서 흔들립니다. 제가 수강생에게 권하는 목표는 약한 과목도 모의고사에서 50점 안팎을 안정적으로 내는 것입니다. 이 숫자는 합격 기준이 아니라 실수와 회차별 난도 변화를 감안한 연습 목표입니다.
2차는 공인중개사법령 및 중개실무, 부동산공법, 부동산공시에 관한 법령 및 부동산 관련 세법을 세 과목으로 채점합니다. 공시법과 세법은 한 과목 안에 묶입니다. 둘 중 하나를 아예 버리면 이 과목의 40점 확보부터 불안해집니다. 중개사법 75점, 공법 60점, 공시법·세법 45점이면 평균 60점입니다. 점수 배분이 가능하다는 뜻이지, 한 과목을 포기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버릴 것은 과목이 아니라 점수 효율이 낮은 문제다
1차에서 민법이 약한 수험생은 판례 문구를 끝없이 늘리기 쉽습니다. 근데 처음 보는 지엽적인 판례 한 개를 붙잡는 동안 자주 틀리는 계약·물권의 기본 문제를 놓치면 점수는 잘 오르지 않습니다. 최근 기출을 풀어 반복해서 틀린 쟁점을 표시하고, 그 쟁점의 개념과 선택지를 다시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학개론도 계산 문제 전체를 버리기보다 자주 나오는 유형 중 풀이 시간이 짧은 것부터 확보하세요.
2차 공법은 범위가 넓어 완독에 매달리기 쉽습니다. 이때 목표를 ‘모든 조문 암기’로 잡으면 다른 과목의 복습 시간이 사라집니다. 기출에서 여러 번 마주친 절차와 숫자를 먼저 익히고, 맞힌 적 없는 세부 조항은 뒤로 미루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중개사법은 상대적으로 점수를 올릴 여지가 있는 과목으로 잡되, 그 점수가 공법 과락을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공시법·세법도 각 영역에서 맞힐 문제를 정해 합산 점수를 관리해야 합니다.
공부 시간을 나누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기출 한 회를 시간에 맞춰 푼 뒤 과목마다 ‘맞혔지만 불안한 문제’, ‘알았는데 실수한 문제’, ‘처음 보는 문제’를 구분합니다. 다음 복습에서는 앞의 두 부류에 먼저 시간을 씁니다. 처음 보는 어려운 문제를 모두 강의로 보충하려 들면 범위만 넓어집니다. 한 주 뒤 같은 유형을 다시 풀어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면, 새 교재를 펴기 전에 오답 원인을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동차 응시도 1차 점수부터 확인한다
1차와 2차를 같은 해에 준비한다면 시험 직전까지 두 시험을 같은 비중으로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큐넷 기준상 1차에 불합격하면 같은 해 치른 2차 시험은 무효입니다. 따라서 1차 모의고사에서 한 과목이 계속 40점 아래라면 2차의 낯선 세부 내용보다 그 과목의 과락 방지에 시간을 옮겨야 합니다. 1차 두 과목이 안정권에 들어온 뒤 2차의 약한 과목을 끌어올리는 순서가 합리적입니다.
1차에만 합격하면 다음 회 시험에서 1차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준비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에게 1차 집중은 충분히 계산 가능한 선택입니다. 반면 올해 1차 모의고사에서 두 과목 모두 여유가 있고 2차도 세 과목 평균이 60점 근처라면 동차를 노릴 만합니다. 남의 합격 수기보다 자기 점수표가 판단 기준입니다.
응시자격은 학력이나 경력으로 제한하지 않습니다. 다만 큐넷은 시험 부정행위 처분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자격 취소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이미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응시할 수 없다고 안내합니다. 시험 응시자격과 개업 등록의 결격사유도 별개이므로 개업이 목적이라면 관할 시·군·구 기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2026년 제37회 시험은 10월 31일입니다. 남은 기간에는 새 범위를 늘리기보다 최근 기출을 실제 시간 안에 풀고 과락 위험 과목부터 손보는 편이 낫습니다. 합격률 숫자는 남들과 나를 비교할 때보다, 내 점수에서 어디에 시간을 더 쓰고 무엇을 뒤로 미룰지 결정할 때 제값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