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강아지의 짖음 문제로 찾아간 집에서 고양이가 화장실 앞을 서성이다 돌아서는 모습을 봤습니다. 보호자는 고양이가 배변훈련을 잊었다고 했지만, 화장실로 가는 길목에 강아지 방석이 놓여 있었습니다. 강아지는 누워 있기만 했죠. 그래도 고양이에게는 그 앞을 지나가는 일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고양이 배변훈련은 어디에 싸야 하는지 가르치기 전에, 그곳에 편하게 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실수한 자리를 보기 전에 화장실을 보세요
고양이는 대개 모래를 파고 배설물을 덮으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화장실 밖에 배변했다고 해서 곧바로 훈련이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화장실이 더럽거나, 모래가 발에 거슬리거나, 들어갔다 나오는 길이 불안할 수 있습니다. 잘 쓰던 화장실을 갑자기 피한다면 몸이 불편한지도 살펴야 합니다.
제가 집에서 먼저 묻는 건 세 가지입니다. 언제부터 달라졌는지, 소변과 대변 중 무엇을 밖에 보는지, 늘 같은 자리를 고르는지입니다. 소파 옆 한곳에만 소변을 본다면 그 자리의 촉감이나 위치가 편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 바로 앞에서 실수한다면 들어가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벽에 선 채 소량의 소변을 뿌리는 행동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배뇨하는 것과 양상이 달라, 환경 변화나 다른 고양이와의 관계도 함께 봐야 합니다.
실수한 날짜와 장소, 배설물의 상태를 며칠 적어두면 변화가 보입니다. 혼내는 데 쓸 기록이 아니라 원인을 찾는 기록입니다. 보호자가 외출하는 시간에만 반복되는지, 모래를 바꾼 직후 시작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은 개수보다 접근할 수 있는 자리가 중요합니다
화장실은 고양이 한 마리당 하나에 여분 하나를 더 두는 기준에서 시작하면 편합니다. 두 마리라면 세 개입니다. 다만 세 개를 나란히 붙여 놓으면 한 고양이가 그 자리를 지킬 때 다른 고양이는 모두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 나누고, 집에 층이 있다면 오르내리지 않고도 갈 수 있게 배치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람 눈에 덜 띄는 세탁기 옆이나 막다른 구석이 꼭 좋은 자리는 아닙니다. 세탁기가 갑자기 돌아가거나 다른 동물이 입구를 막으면 고양이는 안에서 피할 길이 없습니다. 처음 이야기한 집에서는 강아지 방석을 옮기고 화장실 하나를 조용한 방 쪽에 더 두었습니다. 그 뒤 고양이가 어느 쪽을 고르는지 지켜봤죠. 강아지를 혼내서 길을 비우게 하는 방식보다 집 안의 동선을 바꾸는 게 수월했습니다.
화장실 크기도 봐야 합니다. 고양이가 안에서 몸을 돌리기 빠듯하면 더 큰 통을 마련하세요. 어린 고양이나 관절이 불편한 노령묘에게는 높은 턱이 장벽이 됩니다. 뚜껑이 달린 화장실을 잘 쓰던 고양이라도 어느 날부터 입구에서 망설인다면, 뚜껑을 벗긴 화장실을 하나 더 놓고 선택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모래를 바꿀 때는 고양이의 선택을 남겨두세요
향이 진한 모래가 사람에게는 깨끗하게 느껴져도 고양이에게는 낯설 수 있습니다. 대체로 향이 없는 모래부터 살피고, 지금 쓰는 제품을 갑자기 전부 바꾸지는 마세요. 기존 화장실은 그대로 두고 새 화장실에 다른 모래를 담아 어느 쪽을 꾸준히 쓰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첫날 한 번 들어갔다고 취향이 결정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배설물은 적어도 하루 한 번 치우고, 모래와 화장실 상태에 맞춰 통도 씻어주세요. 진한 향의 세제로 냄새를 덮기보다 잘 헹구고 말리는 쪽이 낫습니다.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도 화장실 청결, 모래의 질감과 냄새, 위치를 화장실 회피 행동을 살필 때 확인할 요소로 안내합니다.
실수한 자리는 반려동물 배설물용 효소 세정제로 냄새가 남지 않게 청소하세요. 그 자리에 코를 들이밀거나 붙잡아 화장실로 옮기면 사람 앞에서 배변하는 일만 더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제가 본 집 중에는 실수할 때마다 큰 소리로 꾸짖다가 고양이가 숨어서 배변하기 시작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칭찬을 늘리는 것보다 꾸짖는 일을 멈추고 화장실 환경을 다시 맞추는 게 먼저였습니다.
갑자기 달라졌다면 훈련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잘 쓰던 화장실을 갑자기 피하거나, 소변량이 달라지거나, 배변할 때 힘들어한다면 동물병원에서 몸 상태를 확인받으세요. 통증을 겪은 고양이는 그 불편함을 화장실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VCA 동물병원도 화장실 밖 배변의 원인에 요로 질환과 관절 통증 같은 신체 문제를 포함해 살피도록 안내합니다.
특히 화장실을 자꾸 드나드는데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거나 전혀 나오지 않으면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수컷 고양이의 요도 폐색은 응급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때에는 모래를 더 사거나 훈련 방법을 바꾸며 기다릴 일이 아닙니다.
건강 문제를 확인한 뒤에도 다시 화장실을 편하게 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피했던 자리와 모래를 하나씩 점검하고, 쓸 수 있는 화장실을 여러 곳에 남겨두세요. 강아지 행동을 볼 때도 그렇지만, 동물이 반복해서 피하는 데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찾는 사람이 조금 느긋해질수록 고양이는 자기 자리로 돌아갈 여유를 얻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