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거부권은 왜 한 나라에 힘을 줄까요?

유엔 안보리 거부권은 왜 한 나라에 힘을 줄까요?

뉴스를 읽다 보면 ‘유엔 안보리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이 무산됐다’는 문장이 자주 나옵니다. 찬성한 나라가 더 많은데도 왜 통과되지 않았는지, 강의실에서도 질문을 받곤 합니다. 이때는 표결 숫자와 거부권의 적용 범위를 따로 보면 이해가 쉬워집니다.

찬성이 많아도 통과되지 않는 이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줄여서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다루는 기구입니다. 회원국은 15개국입니다. 중국·프랑스·러시아·영국·미국이 상임이사국 5개국이고, 나머지 10개국은 총회에서 선출하는 비상임이사국입니다. 비상임이사국의 임기는 2년입니다.

유엔 헌장 제27조에 따라 안보리의 실질적인 결정에는 15개국 가운데 최소 9개국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어느 나라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아야 합니다. 상임이사국 한 나라의 반대로 안건이 채택되지 않는 것이 흔히 말하는 ‘거부권 행사’입니다. 14개국이 찬성해도 상임이사국 한 나라가 반대하면 해당 안건은 통과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임이사국의 모든 반대가 거부권은 아닙니다. 회의 진행과 같은 절차 문제는 9개국이 찬성하면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 상임이사국의 기권은 반대표와 다릅니다. 그 나라가 찬성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나라의 찬성이 9표 이상이면 안건이 채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표결 기사를 볼 때는 찬성표 수와 함께 누가 반대했고 누가 기권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권한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거부권은 1945년 유엔을 만들 때 마련된 제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국제 평화와 안전을 책임질 기구를 세우면서, 창설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5개국에 상임이사국 지위와 특별한 표결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당시의 상임이사국에는 지금의 러시아 대신 소련이 있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설명도 이 제도를 창설 당시의 국제 질서와 연결해 소개합니다.

처음부터 안보리가 15개국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1945년에는 상임이사국 5개국과 비상임이사국 6개국, 모두 11개국이었습니다. 유엔 회원국이 늘어나자 대표성을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고, 헌장 개정으로 비상임이사국 의석이 10개로 늘었습니다. 개정 조항은 1965년 8월 발효됐고, 1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는 1966년 2월 처음 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원 수와 가결에 필요한 찬성표는 바뀌었지만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은 유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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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표결에서는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2024년 4월 18일, 안보리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을 총회에 권고하는 결의안 초안을 표결했습니다.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2표였습니다.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미국이었습니다. 필요한 찬성표 9표를 넘겼지만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초안은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영국도 찬성하지 않았으나 기권했으므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아닙니다.

이 표결에서 안보리가 결정하려던 일은 팔레스타인을 곧바로 유엔 정회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입을 총회에 권고할지였습니다. 이런 차이를 놓치면 거부권이 막은 절차를 실제보다 넓게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거부권 행사로 그 안보리 초안이 채택되지 않은 것이지, 유엔의 모든 기구가 해당 사안을 논의할 수 없게 된 것은 아닙니다.

거부권의 사용 주체도 한 나라로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2022년 5월에는 북한 제재를 강화하려는 안보리 초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유엔 기록은 두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으로 초안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사안마다 어느 나라가 어떤 문안에 반대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거부권을 바꾸자는 논의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거부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은 주요 군사 강국이 받아들이지 않는 강제 조치를 안보리가 채택할 경우, 그 조치를 실행하기가 어렵고 국가 간 충돌이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제한해야 한다는 쪽은 상임이사국 한 나라의 반대가 다수의 찬성을 막을 수 있고, 중대한 위기 앞에서 안보리의 대응을 늦춘다고 지적합니다. 앞의 주장은 강대국의 참여와 실행 가능성에, 뒤의 주장은 대표성과 신속한 대응에 무게를 둡니다.

제도를 고치는 일에는 높은 문턱이 있습니다. 유엔 헌장 제108조에 따르면 헌장 개정안은 총회 회원국 3분의 2의 찬성으로 채택된 뒤, 상임이사국 5개국 전부를 포함한 회원국 3분의 2의 비준을 받아야 발효됩니다. 거부권을 바꾸려면 현재 그 권한을 가진 나라들의 동의도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사이 유엔은 거부권 행사 뒤의 논의를 넓히는 절차를 마련했습니다. 총회는 2022년 4월,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원칙적으로 10근무일 안에 해당 사안을 토론하도록 하는 결의 76/262를 채택했습니다. 이는 막힌 안보리 초안을 자동으로 되살리는 장치는 아닙니다. 더 많은 회원국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기회를 만드는 절차입니다. 1950년 채택된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에 따라 총회가 집단적 조치를 권고할 수도 있지만, 총회의 권고와 안보리의 결정은 권한과 효력이 같지 않습니다.

거부권 소식을 접할 때 저는 먼저 표결 결과를 봅니다. 찬성이 9표에 못 미쳐 부결된 것인지,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채택되지 않은 것인지부터 구분합니다. 그다음 초안이 실제로 무엇을 요구했는지 읽습니다. 같은 ‘안보리 실패’라는 제목 아래에서도, 막힌 결정의 내용과 다음에 남는 절차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거부권은 왜 한 나라에 힘을 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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