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근처 국물요리를 찾다가, 집에 무와 소고기가 있다는 게 생각났어요. 밖에서 한 그릇 먹는 것도 좋지만 소고기뭇국은 재료만 있으면 씻고 써는 시간을 포함해 35분쯤이면 끓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재료로 끓여도 어떤 날은 국물이 밍밍하고, 어떤 날은 짜지요. 주방에서 오래 끓여 보니 차이는 대개 물을 얼마나 붓고, 언제 간을 하느냐에 있었습니다.
두세 그릇 분량, 재료는 이만큼이면 됩니다
- 소고기 국거리 180g, 무 250g, 대파 40g, 양파 50g
- 물 900ml, 참기름 1작은술(5ml), 다진 마늘 1작은술(5g)
- 국간장 1큰술(15ml), 소금 약 1/3작은술(2g), 후춧가루 약간
무 250g은 중간 크기 무에서 두툼한 토막 하나 정도예요. 껍질을 얇게 벗기고 두께 5mm, 가로세로 2cm 안팎으로 썰어 주세요. 너무 얇으면 끓이는 동안 부서지고, 두꺼우면 고기가 익은 뒤에도 무 가운데가 단단합니다. 대파는 어슷썰고 양파는 굵게 채 썹니다. 소고기는 키친타월로 표면의 핏물만 눌러 닦으면 돼요. 물에 오래 담그면 고기에서 나올 맛도 함께 빠집니다.
국거리용 소고기가 없으면 돼지고기 앞다릿살 180g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때는 참기름 대신 식용유 1작은술을 쓰고, 고기의 붉은 부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볶으세요. 양파가 없다면 빼도 됩니다. 무는 국물 맛을 내는 중심 재료라 가능하면 그대로 쓰는 편이 좋아요. 양을 150g까지 줄여야 한다면 물도 750ml로 줄여야 국물이 싱겁지 않습니다.
고기와 무를 먼저 볶아야 하는 이유
냄비를 중불로 1분 데운 뒤 참기름을 두르고 소고기를 넣습니다. 젓가락으로 펼쳐 가며 2분 정도 볶으세요. 고기 겉면의 붉은색이 거의 없어지면 무를 넣고 다시 2분 볶습니다. 바닥에 재료가 붙기 시작하면 물 2큰술을 먼저 넣어 떼어 내면 됩니다. 센 불에서 색을 내겠다고 오래 볶으면 참기름과 마늘이 타기 쉬우니, 마늘은 아직 넣지 않습니다.
제가 초보 때는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물부터 부었어요. 그렇게 해도 국은 되지만 무에 고기 맛이 배는 속도가 느렸습니다. 고기와 무가 기름에 닿는 짧은 시간을 주면 국물을 오래 끓이지 않아도 맛이 좀 더 또렷해져요. 무 가장자리가 살짝 투명해지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갈색이 될 때까지 볶을 필요는 없어요.
물 900ml를 붓고 불을 두 번 바꿉니다
볶은 재료에 물 900ml와 양파를 넣고 센 불로 올립니다. 뚜껑은 열어 두고 끓기 시작하면 떠오르는 거품을 국자로 걷으세요. 처음부터 약불에 두면 고기에서 나온 거품이 국물 전체로 퍼져 걷기 어려워집니다. 팔팔 끓는 상태를 2분 정도 유지한 다음 중약불로 낮추고 뚜껑을 조금 비껴 덮어 15분 끓입니다. 표면에서 작은 기포가 꾸준히 올라오는 정도가 알맞아요.
15분 뒤 무 한 조각을 숟가락으로 눌러 보세요. 가장자리는 쉽게 눌리고 가운데에는 약한 저항이 남는 정도면 됩니다. 그때 국간장 1큰술과 다진 마늘 1작은술을 넣고 5분 더 끓입니다. 국간장은 국물에 색과 향을 더하지만 많이 넣으면 색이 지나치게 진해져요. 부족한 짠맛은 마지막에 소금으로 맞추는 게 편합니다. 대파는 불 끄기 2분 전에 넣어 향이 남도록 합니다.
소금 1/3작은술을 한 번에 모두 넣지 말고 절반부터 넣어 맛을 보세요. 국간장마다 짠맛이 다르고, 냄비가 넓으면 끓는 동안 물이 더 줄어듭니다. 짭짤한 반찬과 먹을 때는 국물만 마셨을 때 살짝 싱겁다 싶은 정도가 밥을 말았을 때 맞는 편이에요. 간을 본 뒤 30초만 더 끓이고 불을 끄면 됩니다.
싱겁거나 짜졌을 때는 이렇게 고칩니다
국물이 밍밍한데 소금을 더 넣어도 맛이 선명해지지 않는다면 먼저 무가 익었는지 보세요. 무가 아직 단단하면 중약불에서 5분 더 끓여야 단맛이 국물에 나옵니다. 무는 익었는데 국물 양이 지나치게 많다면 뚜껑을 열고 중불에서 3~5분만 더 끓이세요. 그 뒤에 소금을 조금씩 넣습니다. 소금으로 재료 맛이 덜 우러난 상태를 메우려 하면 짜기만 해집니다.
반대로 국이 짜졌다면 뜨거운 물을 100ml씩 더하고 한소끔 끓인 뒤 맛을 보세요. 처음부터 물을 많이 넣으면 이번에는 밍밍해집니다. 무가 남아 있다면 50g 정도 얇게 썰어 넣고 7~8분 더 끓여도 좋아요. 다만 무를 넣는다고 짠맛이 저절로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국물 양을 늘리면서 무의 맛도 보태는 방법이에요.
고기가 질기다면 불을 세게 올리지 말고 중약불에서 10분 더 끓여 보세요. 이때 국물이 많이 줄었다면 뜨거운 물 100ml를 보충합니다. 후춧가루는 그릇에 담은 뒤 조금만 뿌리면 국물 향을 가리지 않아요. 식탁에 낼 때 무가 부드럽고 국물에서 고기 향이 은은하게 나면 잘 끓인 겁니다. 근처 국물요리가 떠오르는 쌀쌀한 날, 저는 이렇게 끓인 국에 밥 한 숟갈씩 말아 먹는 시간이 꽤 좋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