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고추장멸치볶음을 만들면 양념 맛은 좋은데 멸치가 눅눅하거나, 팬 바닥에 양념이 먼저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식당 주방에서 처음 만들 때 멸치와 양념을 한꺼번에 넣고 오래 볶았다가 쓴맛을 낸 적이 있어요. 멸치는 먼저 수분을 날리고, 고추장 양념은 따로 짧게 끓인 뒤 섞으면 훨씬 다루기 쉽습니다.
멸치 80g에 맞춘 양념 계량
잔멸치보다 조금 큰 볶음용 멸치, 길이 3~5cm 정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밥숟가락 대신 계량스푼을 쓰면 맛이 일정해져요. 여기서 1큰술은 15ml, 1작은술은 5ml입니다. 고추장은 제품마다 되기가 달라서 숟가락에 수북이 쌓지 말고 평평하게 담습니다.
- 볶음용 멸치 80g, 식용유 1큰술
- 고추장 1큰술 약 18g, 진간장 1작은술
- 설탕 1작은술, 올리고당 2작은술
- 맛술 1큰술, 물 2큰술
- 참기름 1작은술, 통깨 1작은술
맛술이 없으면 같은 양의 물을 넣어도 됩니다. 그러면 양념에 들어가는 물은 모두 3큰술이 되지요. 올리고당이 없다면 물엿 2작은술로 바꿀 수 있고, 그것도 없다면 설탕을 총 2작은술로 늘리세요. 설탕만 쓸 때는 양념이 조금 더 빨리 굳으니 불을 끄고 멸치를 섞는 시간을 짧게 잡습니다. 간장 맛이 강한 집 고추장을 쓴다면 진간장은 반 작은술부터 넣는 편이 안전해요.
멸치는 먼저 볶고 양념은 따로 끓여요
멸치를 손으로 한 번 살펴 큰 조각이나 딱딱한 이물질을 골라냅니다. 3~5cm 멸치는 대개 머리와 내장을 그대로 써도 괜찮아요. 다만 멸치가 크고 배 쪽에서 쓴 냄새가 난다면 머리와 내장을 떼어내세요. 물에 씻으면 다시 말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볶은 뒤에도 쉽게 눅눅해집니다.
지름 24cm 안팎의 마른 팬을 중약불로 30초 예열한 다음 멸치를 넣습니다. 기름 없이 2~3분 볶되 주걱으로 계속 뒤집어 주세요. 만졌을 때 표면이 보송하고 비린 냄새 대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면 그릇에 덜어둡니다. 팬이 작아 멸치가 두껍게 쌓이면 절반씩 나눠 볶으세요. 한꺼번에 넣으면 아래쪽만 색이 나고 위쪽은 수분이 남습니다.
빈 팬의 멸치 가루를 키친타월로 가볍게 닦습니다. 팬이 너무 뜨거우면 불을 끄고 1분 식히세요. 작은 그릇에 고추장, 진간장, 설탕, 올리고당, 맛술, 물을 먼저 섞어 둡니다.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약불을 켠 뒤 양념을 넣어요. 주걱으로 바닥을 저으며 40~60초만 끓입니다. 큰 거품이 잦아들고 주걱으로 그은 자국이 잠깐 보일 때가 멸치를 넣을 때예요.
이때 불을 끄고 볶아둔 멸치를 넣어 30초 정도 고루 버무립니다. 남은 팬의 열만으로도 양념이 멸치에 붙습니다. 마지막에 참기름과 통깨를 넣고 두세 번만 뒤집으세요. 참기름을 처음부터 넣으면 고소한 향이 약해지고, 양념을 멸치와 함께 오래 끓이면 고추장이 팬 바닥에 먼저 달라붙기 쉽습니다.
맵기와 양은 이렇게 바꾸면 편해요
덜 맵게 먹으려면 고추장을 반 큰술로 줄이고 진간장을 2작은술로 늘립니다. 이때 물 2큰술은 그대로 두세요. 고추장만 줄이고 물까지 빼면 양념이 빨리 졸아 멸치 전체에 묻히기 어렵습니다. 좀 더 매콤하게 먹고 싶다면 고춧가루 반 작은술을 양념에 섞습니다. 고춧가루는 물을 흡수하므로 팬에서 뻑뻑해지면 물 1작은술을 더 넣으세요.
멸치가 40g이면 모든 양념을 절반으로 줄이면 됩니다. 멸치 160g을 만들 때는 양념을 두 배로 하되, 멸치는 두 번에 나눠 마른 팬에 볶으세요. 양념도 팬에 한꺼번에 넣었을 때 바닥이 보일 만큼 넓게 퍼져야 고르게 끓습니다. 땅콩이나 호두를 넣고 싶다면 멸치 80g에 견과류 20g 정도가 적당해요. 견과류는 따로 가볍게 볶아두었다가 불을 끈 뒤 멸치와 함께 넣으면 타지 않습니다.
짜거나 눅눅해졌을 때의 수습법
완성 직후 조금 질척하다면 먼저 접시에 넓게 펼쳐 식혀 보세요. 뜨거울 때는 양념이 묽어 보여도 식으면서 멸치에 붙습니다. 완전히 식은 뒤에도 물기가 남는다면 팬에 다시 넣고 약불에서 20~30초만 뒤집어 주세요. 센 불로 수분을 날리려 하면 고추장과 당분이 먼저 타서 쓴맛이 납니다.
짠맛이 강하면 물을 붓기보다 양념하지 않은 멸치를 20~30g 더 볶아 섞는 게 낫습니다. 이미 바닥에서 탄 냄새가 올라왔다면 긁어 섞지 말고 멸치 윗부분만 다른 그릇으로 옮기세요. 탄 양념까지 섞으면 쓴맛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저는 양념이 팬에서 끓기 시작하면 조리 시간을 재기보다 거품과 주걱 자국을 먼저 봅니다. 팬과 화력은 집마다 다르지만, 그 두 가지 모습은 꽤 믿을 만한 신호가 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