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볶음밥을 만들다 보면 같은 재료를 써도 어떤 팬에서는 고슬고슬하고, 어떤 팬에서는 밥이 축축하게 뭉칩니다. 대개 재료보다 물기와 불 조절, 넣는 순서가 달랐어요. 냉장고에 남은 채소 몇 조각으로 만드는 볶음밥일수록 이 세 가지가 맛을 좌우합니다.
두 사람 분량, 있는 재료부터 세어 봐요
기본은 밥 420g, 달걀 2개, 잘게 썬 채소 180g입니다. 채소는 양파 70g, 애호박 60g, 당근 50g으로 잡았지만 꼭 이 조합일 필요는 없어요. 양배추나 대파, 버섯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수분이 많은 버섯이나 애호박을 많이 넣었다면 볶는 시간을 조금 늘려야 합니다.
- 밥 420g: 공깃밥으로 약 2그릇. 차가운 밥이면 덩어리를 미리 풀어 둡니다.
- 달걀 2개와 채소 180g: 채소는 0.5~1cm 크기로 썹니다.
- 식용유 2큰술(30ml), 진간장 1큰술(15ml), 참기름 1작은술(5ml)
- 소금 약 1/4작은술, 후추 조금: 소금은 마지막에 맛을 본 뒤 가감합니다.
냉장고를 비우겠다고 채소를 300g 넘게 넣으면 밥보다 채소에서 나오는 물이 더 많아집니다. 두 사람 분량에는 밥 무게의 절반보다 조금 적은 양부터 시작하는 게 다루기 편해요. 채소가 많이 남았다면 한 번에 밀어 넣기보다 두 번에 나눠 볶는 편이 낫습니다.
씻은 채소의 물기를 먼저 줄여요
제가 주방에서 서두르다 실패한 적도 바로 여기였어요. 씻은 애호박을 체에서 건지자마자 팬에 넣었더니 채소가 볶이기 전에 물이 고였고, 밥까지 넣으니 볶음밥이 아니라 질척한 비빔밥처럼 됐습니다. 씻은 채소는 키친타월이나 마른 행주로 겉물을 닦고 썰어 주세요.
차가운 밥은 숟가락이나 손으로 큰 덩어리만 풀어 둡니다. 갓 지은 밥이라면 넓은 접시에 펴서 김을 5~10분 빼세요. 뜨거운 밥을 그대로 팬에 넣으면 수증기가 빠져나갈 틈이 적어 밥알이 쉽게 뭉칩니다. 오래된 밥이 너무 단단하더라도 이 단계에서 물을 붓지는 마세요. 팬에 넣은 뒤 상태를 보고 조금만 더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당근처럼 단단한 채소는 작게, 양배추처럼 금방 숨이 죽는 채소는 조금 크게 썰면 익는 속도가 비슷해집니다. 채소 크기가 제각각이면 당근을 익히는 사이 애호박이 물러지기 쉬워요. 남은 채소를 쓰는 요리지만 칼질 크기만큼은 맞춰 주면 팬 앞에서 훨씬 여유가 생깁니다.
달걀, 채소, 밥 순서로 볶아요
지름 26cm 안팎의 팬을 중불로 1분 예열하고 식용유 1큰술을 두릅니다. 푼 달걀을 넣어 젓가락으로 크게 저으며 약 40초 볶으세요. 완전히 바싹 익히기 전에 접시에 덜어 둡니다. 달걀을 끝까지 팬에 두면 채소를 볶는 동안 작고 질긴 조각이 되기 쉽거든요.
같은 팬에 남은 식용유 1큰술을 넣고 중강불로 올립니다. 당근과 양파를 먼저 1분 볶고, 애호박을 넣어 1~2분 더 볶습니다. 채소 가장자리에 살짝 색이 나고 팬 바닥에 물이 고이지 않으면 밥을 넣을 때예요. 버섯을 쓴다면 이때 물기가 줄어들 때까지 1분 정도 더 볶습니다. 팬에서 지글거리는 소리 대신 물 끓는 소리가 나면 불을 올리기보다 채소를 넓게 펼쳐 수분을 날려 주세요.
밥을 넣고 주걱으로 눌러 펼친 다음 30초쯤 그대로 둡니다. 이후 큰 덩어리만 끊어 가며 2분 볶으세요. 계속 세게 뒤적이면 밥알이 으깨지고 채소에서도 물이 더 나옵니다. 진간장은 밥 위가 아니라 팬의 빈 가장자리에 둘러 10초 정도 끓인 뒤 밥과 섞습니다. 간장 향이 올라오면서 한쪽에만 진한 색이 남는 일도 줄어요.
덜어 둔 달걀을 넣고 30초 섞은 뒤 불을 끕니다. 그때 참기름 1작은술과 후추를 넣고 맛을 봐요. 이미 간장으로 간을 했으니 소금은 처음부터 전부 넣지 말고 두세 꼬집씩 더합니다. 참기름을 마지막에 넣으면 채소를 볶는 동안 향이 약해지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질어졌거나 싱거울 때는 이렇게 고쳐요
밥이 질어졌다면 물이나 간장을 더 넣지 말고, 팬에 얇게 펴서 중강불에 1분 정도 그대로 두세요. 밑면의 수분이 날아가면 한 번 뒤집어 30초 더 볶습니다. 팬이 작아서 밥이 두껍게 쌓였다면 반을 덜어 두고 나눠 볶는 게 더 빠릅니다. 반대로 밥알이 너무 말라 딱딱하다면 물 1큰술(15ml)을 팬 가장자리에 넣고 뚜껑을 20~30초 덮었다가 열어 수분을 날립니다. 물은 한 번에 2큰술 이상 붓지 않는 게 좋아요.
김치가 남았다면 채소 180g 중 70g을 잘게 썬 김치로 바꾸어도 됩니다. 김치 국물은 가볍게 짜고, 진간장은 1/2큰술(7~8ml)만 먼저 넣으세요. 김치의 짠맛이 제각각이라 마지막 간을 보고 더하는 게 안전합니다. 달걀이 없다면 빼도 되고, 대신 물기 짠 두부 100g을 먼저 노릇하게 볶아 덜어 두었다가 마지막에 섞어도 든든해요.
냉장고 속 재료가 매번 같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저는 볶음밥을 만들 때 재료 이름보다 팬에 고인 물이 있는지, 밥알이 풀렸는지 먼저 봅니다. 그 두 가지만 확인해도 남은 재료로 만든 한 끼가 꽤 근사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