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법원에서 소형 아파트 입찰을 기다리는데, 옆자리 분이 낙찰만 받으면 단기임대로 월세를 두 배 받겠다고 하더군요. 저도 처음엔 비슷한 계산을 했습니다. 그런데 집을 비워서 넘겨받는 일부터 수리, 빈 기간, 새 세입자 응대까지 겪어보면 통장에 남는 돈은 광고 속 월세와 꽤 다릅니다.
단기임대는 경매 물건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다만 낙찰 전에 확인할 순서가 있습니다. 그 순서를 건너뛰면 임대료를 받기도 전에 보증금이나 명도 비용부터 떠안을 수 있습니다.
한 달 월세보다 먼저 본 것은 점유자였다
제가 물건을 볼 때는 임대 예상액보다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등기사항증명서를 먼저 펼칩니다. 누가 살고 있는지, 언제 들어왔는지, 보증금은 얼마인지, 전입과 확정일자는 언제 갖췄는지를 맞춰 봅니다. 서류끼리 내용이 다르면 현장 확인이 필요합니다. 문 앞에 짐이 있고 전기 사용 흔적이 있는데 조사서에는 폐문부재로 적힌 물건도 봤습니다.
특히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인수할 가능성은 입찰가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선순위 임차인인지, 배당으로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단기임대 수익표를 먼저 만들어 놓고 권리분석을 끼워 맞추면 위험합니다. 권리관계가 불분명한 물건은 예상 월세가 높아도 저는 입찰가를 낮추거나 지나갑니다.
명도 일정도 수익 계산에 넣습니다. 잔금을 낸 날 바로 가구를 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첫 달부터 어긋납니다. 인도명령은 잔금 납부 뒤 6개월 안에 신청할 수 있지만, 점유자에게 낙찰자에게 대항할 권원이 인정되면 그 절차로 인도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집을 언제 비울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면 그 기간의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따로 잡아야 합니다.
월 85만 원을 받아도 85만 원이 남지 않았다
제가 검토했던 소형 주택의 숫자를 설명하기 쉽게 둥글려 보겠습니다. 낙찰가 1억 2천만 원, 수리와 가구 구입에 900만 원, 취득과 등기 관련 비용에 250만 원을 잡았습니다. 자금 중 7천만 원을 연 5% 대출로 마련한다고 가정하면 이자만 월 약 29만 원입니다. 실제 대출 가능액과 금리는 물건과 사람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기임대 예상 월세는 85만 원, 일반 임대 예상 월세는 70만 원이었습니다. 단기임대가 매달 15만 원 더 좋아 보였죠. 그런데 연중 한 달이 비면 월세 수입을 12개월로 나눈 평균은 약 78만 원입니다. 여기서 이자 29만 원, 집주인이 부담할 관리비와 소모품·청소·가구 교체 적립금 등 월 25만 원을 빼면 약 24만 원입니다. 원금 상환, 보유세, 소득세, 예상 밖 수리비는 아직 빠지지 않은 숫자입니다.
일반 임대는 가구 교체와 잦은 모집 비용이 적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실이 길어지면 역시 손해입니다. 그래서 저는 단기임대 가격만 비교하지 않고, 같은 동네 비슷한 면적의 일반 임대료와 실제 공실 기간을 함께 확인합니다. 광고에 올라온 호가는 계약된 가격이 아닙니다. 중개업소 두세 곳에서 최근 계약 수준과 문의가 몰리는 시기를 물어보면 숫자의 감이 달라집니다.
계약 기간이 짧다고 법적 책임까지 짧아지진 않는다
‘한 달 계약이니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상관없다’는 말은 조심해야 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임이 명백한 경우에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기간이 짧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계약이 일시 사용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거주 형태와 계약 내용을 함께 봐야 합니다.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친 임차인의 대항력, 확정일자와 보증금 문제도 계약 기간만 보고 지울 수 없습니다. 계약서에는 기간, 보증금 반환 시점, 관리비 부담 항목, 중도 퇴실 조건, 시설물 훼손 처리 방식을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새 임차인을 받을 때마다 사진으로 집 상태를 남겨 두면 나중에 수리비를 두고 다툴 일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주택을 빌려주는 단기임대와 손님을 받아 침구 교체·청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박업은 운영 방식이 다릅니다.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에 해당하는 형태라면 신고와 시설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주택이니까 며칠씩 예약을 받아도 된다고 단정하면 곤란합니다. 저는 운영 방식을 정하기 전에 건축물대장상 용도와 관할 지자체의 안내부터 확인합니다.
낙찰가를 쓸 때 빈 달을 먼저 넣는다
단기임대 수요가 꾸준한 곳은 분명 있습니다. 병원 근처의 임시 거주자, 이사 날짜가 어긋난 가구, 몇 달 머무는 직장인처럼 이유가 구체적인 수요를 찾습니다. 역에서 가깝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그 동네에 한두 달 살 사람의 사정이 있는지 봐야 합니다.
입찰표를 쓰기 전에는 보수적으로 계산합니다. 공실 한두 달, 명도 지연, 가구 교체비를 넣고도 감당할 가격인지 확인합니다. 잔금대출은 가능 여부와 조건을 미리 상담받되, 예상 한도만 믿고 자기자본을 바닥까지 쓰지는 않습니다. 취득세와 보유세, 임대소득 과세도 보유 주택 수와 운영 형태에 따라 달라지니 자기 조건으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제가 단기임대를 꺼리는 건 아닙니다. 다만 경매에서 싸게 산 집이라도 세입자를 안전하게 내보내고,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빈 달을 버틸 현금이 있어야 수익이 됩니다. 요즘도 저는 월세가 높아 보이는 물건보다 첫 입주가 늦어져도 버틸 수 있는 물건에 더 오래 눈이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