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영어로 옮길 때 왜 말이 달라질까요?

1회
속담 영어로 옮길 때 왜 말이 달라질까요?

수업에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를 영어로 옮겨 보라고 하면, 학생들은 먼저 boat와 mountain을 떠올립니다. 틀린 출발은 아닙니다. 우리 속담의 장면을 이해했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영어를 쓰는 사람에게 그 장면만 건네면, 여러 사람이 일을 맡아 오히려 망친다는 뜻까지 바로 전해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속담 영어로 찾을 때는 낱말보다 그 말이 쓰이는 순간을 먼저 떠올리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우리말은 배를, 영어는 요리사를 불러올 때가 있습니다.

배가 산으로 가는 대신 국이 망가집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에 가까운 영어 속담은 ‘Too many cooks spoil the broth’입니다. 요리사가 너무 많으면 국을 망친다는 뜻이지요. 배와 국은 다르지만, 간섭하는 사람이 많아 일이 어그러지는 장면은 같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 모두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라면 두 속담을 비슷하게 쓸 수 있습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에는 ‘Walls have ears’가 어울립니다. 벽에도 귀가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속담은 낮과 밤을 모두 꺼내며 말을 조심하라고 하고, 영어 속담은 뜻밖의 곳에서 누군가 듣고 있을 수 있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남의 이야기를 할 때라면 어느 쪽이든 경계의 뜻이 통합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Speak of the devil’이라고 합니다. 이야기하던 사람이 마침 나타났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호랑이를 tiger로 바꾸어 외우기보다, ‘방금 그 사람 얘기했는데 왔네’라는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 오래갑니다. 다만 devil이라는 말이 들어 있으니, 상대나 분위기에 따라 가볍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뜻이 꼭 겹치지는 않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를 찾으면 ‘Look before you leap’이 자주 나옵니다. 행동하기 전에 살피라는 점은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속담에는 이미 튼튼해 보이는 돌다리까지 확인하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영어 표현은 뛰어들기 전에 앞을 보라는 말이어서, 신중함을 권한다는 공통점은 살리되 세세한 느낌까지 같다고 여기지는 않는 편이 정확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과 ‘Seeing is believing’도 그렇습니다. 앞의 말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편이 낫다는 뜻이고, 뒤의 말은 직접 봐야 믿겠다는 뜻으로 쓰이기 쉽습니다. 누군가 새로 지은 건물이 얼마나 큰지 설명하다가 ‘직접 가 보면 알 거야’라고 한다면 둘 다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소문이 사실인지 의심하며 증거를 요구할 때는 ‘Seeing is believing’ 쪽의 뜻이 더 또렷합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를 영어로 말할 때 ‘Even Homer nods’라는 표현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뛰어난 사람도 실수한다는 뜻은 맞습니다. 다만 Homer가 누구인지 알아야 장면이 살아나고, 일상 대화에서는 다소 문어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동료의 작은 실수를 위로한다면 ‘Everyone makes mistakes’가 더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속담을 속담으로 바꾸는 것보다 듣는 사람이 곧바로 이해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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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속담이 필요한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More haste, less speed’로 옮길 수 있습니다. 서두를수록 실수가 나서 오히려 늦어진다는 뜻입니다. 제출 직전에 문서를 확인하자는 말을 짧게 덧붙일 때 잘 맞습니다. 하지만 길을 실제로 돌아가라는 안내라면 이 속담을 쓰면 안 되겠지요. 속담은 글자에 붙은 뜻보다 상황에 붙은 뜻으로 읽어야 합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에는 ‘When elephants fight, it is the grass that suffers’라는 말이 있습니다. 강한 쪽의 다툼 때문에 약한 쪽이 피해를 본다는 관계가 닮았습니다. 고래를 코끼리로, 새우를 풀로 바꾸어도 누가 싸우고 누가 피해를 보는지는 남습니다. 반면 단순히 큰 동물 둘이 싸우는 장면을 묘사하는 문장이라면 어느 쪽도 알맞지 않습니다.

일상 대화에서는 꼭 영어 속담을 찾아 넣을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상대에게 예의를 갖춰 말하라는 뜻입니다. 이때 ‘You reap what you sow’를 쓰면 행동의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넓은 뜻은 전해지지만, 말투에 관한 뜻은 흐려집니다. 그런 자리에서는 ‘If you speak kindly, people are more likely to respond kindly’처럼 풀어 말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먼저 장면을 떠올리고 영어를 고릅니다

학생들에게 속담을 옮기게 할 때 저는 세 가지를 묻습니다. 누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말하는 사람이 충고하는지 위로하는지, 듣는 사람에게 어떤 느낌을 남기려는지입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도 시험을 망친 친구를 달랠 때와 유명 선수의 실수를 평할 때 표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같은 상황을 가리키는 영어 속담이 있으면 그 표현을 씁니다.
  • 뜻은 비슷하지만 느낌이 다르면 차이를 확인합니다.
  • 알맞은 속담이 떠오르지 않으면 짧고 쉬운 영어 문장으로 뜻을 풉니다.

우리말 속담에는 배와 돌다리, 호랑이와 새우가 살고 있습니다. 영어에는 국을 끓이는 요리사와 귀 달린 벽이 등장하지요. 장면은 달라도 사람이 겪는 일은 비슷해서 서로의 말을 빌려 쓸 수 있습니다. 그때 어떤 그림을 버리고 어떤 뜻을 남길지 생각하는 과정이, 속담 한 줄을 외우는 것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속담 영어로 옮길 때 왜 말이 달라질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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