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제육볶음을 만들면 꼭 한 분쯤은 “근처 제육볶음 잘하는 집에서는 왜 물이 안 생기죠?” 하고 물으세요. 양념보다 먼저 확인할 건 팬의 열과 한 번에 올리는 고기 양입니다. 집에서도 고기 300g을 두 번에 나눠 볶으면, 채소가 물에 잠긴 듯한 제육볶음에서 꽤 멀어집니다.
두 사람이 먹을 재료와 양념
돼지고기는 앞다리살 얇게 썬 것 300g을 씁니다. 지방이 조금 섞인 부위를 고르면 식은 뒤에도 덜 퍽퍽해요. 양파 1/2개(약 120g), 양배추 한 줌(약 100g), 대파 1/2대(약 40g), 식용유 1큰술도 준비합니다. 양배추가 없으면 양파를 50g 더 넣어도 됩니다. 다만 채소가 많아질수록 물이 나오니 총량은 250g 안팎으로 맞춰주세요.
- 고추장 1과 1/2큰술(약 27g), 고춧가루 1큰술(약 7g)
- 진간장 1큰술(15ml), 설탕 1큰술(약 12g)
- 맛술 1큰술(15ml), 다진 마늘 1큰술(약 15g)
- 물 2큰술(30ml), 후추 2꼬집
계량용 큰술은 15ml입니다. 맛술이 없으면 물을 1큰술 더 넣고 설탕은 그대로 두세요. 고추장이 없을 때는 고춧가루만 늘려 같은 맛을 내려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이때는 고춧가루 1과 1/2큰술, 간장 1과 1/2큰술, 설탕 1큰술로 바꾸면 고추장 제육과는 다른, 가벼운 양념 볶음이 됩니다. 매운맛을 줄이고 싶다면 고춧가루만 1/2큰술로 줄이면 됩니다.
손질과 양념은 이 순서가 편합니다
고기는 폭 4~5cm로 자르고 키친타월로 겉면의 물기만 눌러 닦습니다. 씻은 고기를 그대로 팬에 넣으면 팬 온도가 내려가고 양념이 묽어지기 쉬워요. 양파는 5mm 정도로 썰고, 양배추는 한입 크기, 대파는 어슷하게 썹니다. 양파를 너무 얇게 썰면 고기가 익기도 전에 흐물흐물해집니다.
작은 그릇에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맛술, 마늘, 물, 후추를 먼저 섞습니다. 설탕이 뭉치지 않게 풀어둔 다음 고기에 양념의 2/3만 버무려 10분 둡니다. 남은 양념은 채소를 넣을 때 쓸 거예요. 처음부터 양념을 모두 넣으면 뜨거운 팬 바닥에 고추장과 설탕이 오래 닿아 타기 쉽습니다. 10분이면 얇은 고기에 양념이 붙기에 충분하고, 더 오래 재워야 한다고 부담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팬에 올리는 양과 불 세기가 맛을 가릅니다
지름 26~28cm 프라이팬을 중강불로 2분 예열합니다.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양념한 고기의 절반을 겹치지 않게 펼쳐 올립니다. 처음 40초는 건드리지 마세요. 바닥에 닿은 면이 익어야 고기에서 나온 수분이 조금씩 날아갑니다. 그다음 뒤집어 1분가량 볶고 접시에 덜어둡니다. 나머지 절반도 같은 방식으로 볶습니다. 이 단계에서 고기 속까지 완전히 익히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채소와 다시 볶을 때 마저 익습니다.
고기를 한꺼번에 넣어도 되는 넓은 팬이라면 나눌 필요가 없지만, 고기가 두 겹으로 쌓이면 나누는 편이 좋습니다. 팬에서 ‘치익’ 하는 소리가 금세 잦아들고 국물이 고이면 열이 부족하다는 신호예요. 제가 처음 식당에서 볶을 때도 서두르느라 고기를 잔뜩 부었다가 볶음이 아니라 양념 국처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배운 게, 불을 무작정 키우기 전에 팬의 고기 양부터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고기를 모두 덜어낸 팬에 양파와 양배추를 넣고 중강불에서 1분 볶습니다. 덜어둔 고기와 남은 양념을 넣어 2~3분 더 볶고, 대파를 넣어 30초만 섞습니다. 고기를 잘라 속에 붉은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뒤 불을 끕니다. 채소를 먼저 오래 익히지 않아야 아삭한 식감이 남고, 대파는 마지막에 넣어야 향이 살아 있습니다. 팬 바닥이 마르면 물을 한 번에 붓지 말고 1큰술씩 더하세요. 보통 추가 물은 2큰술을 넘기지 않아도 됩니다.
물이 많거나 짜졌을 때는 이렇게 수습합니다
국물이 많아졌다면 고기와 채소를 잠시 접시에 건지고, 팬에 남은 국물만 중강불에서 1~2분 끓여 양을 줄입니다. 그 뒤 재료를 돌려 넣고 30초 섞으세요. 재료를 계속 끓이면 양파는 무르고 고기는 질겨집니다. 반대로 양념이 타기 시작했다면 불을 중불로 낮추고 물 1큰술을 팬 가장자리로 부어 바닥을 살살 풀어줍니다. 검게 탄 조각은 쓴맛이 나니 긁어 섞지 않는 게 낫습니다.
간이 짜면 물만 더 붓기보다 채 썬 양파 50g이나 데친 콩나물 한 줌을 넣고 1분 볶아보세요. 양념이 재료에 나뉘어 묻으면서 먹기 편해집니다. 단맛이 강하면 고춧가루를 1작은술 넣고 한 번 더 볶되, 간장까지 더하면 짠맛도 올라갑니다. 밥에 올릴 거라면 국물을 한두 숟갈 남기고, 쌈으로 먹을 거라면 팬 바닥이 살짝 보일 만큼 볶는 편이 잘 어울립니다. 근처 제육볶음 집에서 먹던 맛을 떠올릴 때도, 결국 기억에 남는 건 양념의 진하기만이 아니라 고기의 부드러움과 채소의 식감이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