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모음집은 어떻게 읽어야 오래 기억날까요?

1회
사자성어 모음집은 어떻게 읽어야 오래 기억날까요?

수업 시간에 ‘새옹지마’의 뜻을 물으면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대답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말일까요? 그 질문이 나오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외웠던 뜻은 흐려져도 이야기는 오래 남습니다. 사자성어 모음집을 읽을 때도 네 글자를 먼저 암기하기보다, 그 말이 떠오르는 장면을 잡아 두는 편이 좋습니다.

네 글자보다 그 뒤의 장면이 먼저입니다

사자성어는 한자로 된 네 글자의 말이고, 고사성어는 옛이야기나 역사적 일화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두 범위가 겹치지만 같은 뜻은 아닙니다. 가령 ‘새옹지마’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변방 노인의 말이 달아났다가 다른 말을 데리고 돌아오고, 그 말을 타던 아들이 다리를 다치지만 그 덕에 전쟁에 끌려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눈앞의 불행을 성급히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 여기서 나옵니다.

반면 ‘설상가상’은 눈 위에 서리가 더해진다는 네 글자 자체가 그림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를 확인할 때도 한자를 함께 보면 말의 방향이 또렷해집니다. 같은 ‘어려운 일’에 관한 말이라도 새옹지마에는 앞날을 알 수 없다는 뜻이, 설상가상에는 어려움이 거듭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떠올리는 말

  • 새옹지마(塞翁之馬): 변방 노인의 말에 얽힌 이야기처럼, 화와 복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시험에 떨어진 뒤 다른 진로를 찾았다고 해서 곧장 ‘전화위복’이라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일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직 모른다는 마음에 더 가깝습니다.
  • 전화위복(轉禍爲福): 재앙이 바뀌어 복이 된다는 뜻입니다. 비 때문에 야외 행사가 취소됐지만, 실내에서 작게 연 자리가 오히려 좋은 만남으로 이어졌다면 쓸 수 있습니다. 나쁜 일이 실제로 좋은 결과로 바뀌었다는 점이 새옹지마와 다릅니다.
  • 설상가상(雪上加霜): 눈 위에 서리까지 내리듯, 좋지 않은 일이 겹칠 때 씁니다. 지갑을 잃어버린 날 휴대전화까지 고장 난 상황이 어울립니다. 단순히 ‘매우 힘들다’보다 ‘또 하나가 더해졌다’는 데 무게가 있습니다.
  • 고진감래(苦盡甘來):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말입니다. 몇 달 동안 연습해 공연을 무사히 마친 학생에게 어울립니다. 우연히 운이 좋아진 일보다 고생한 시간이 뒤에 놓여 있을 때 뜻이 살아납니다.

네 표현을 모두 ‘힘들 때 쓰는 말’로 묶어 외우면 막상 문장에서 흔들립니다. 앞으로를 알 수 없는지, 나쁜 일이 좋아졌는지, 불행이 겹쳤는지, 고생 끝에 기쁨이 왔는지를 가르면 자리가 분명해집니다.

광고

사람을 보거나 판단할 때 쓰는 말

  • 역지사지(易地思之): 자리를 바꾸어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모둠 활동에서 의견을 내지 않는 친구를 곧바로 무책임하다고 여기기 전에, 그 친구가 말할 기회를 얻었는지 돌아보는 장면에 맞습니다.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행동이 있어야 자연스럽습니다.
  • 동문서답(東問西答): 동쪽을 물었는데 서쪽을 답한다는 말입니다. ‘숙제는 언제 낼 거니?’라는 물음에 ‘어제는 정말 바빴어요’라고만 답하면 질문의 요점을 비켜 간 셈이지요. 의견이 다르다는 뜻으로 쓰는 말은 아닙니다.
  •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발표 자료를 풍성하게 만들겠다며 글자를 너무 빽빽하게 채우면, 많이 넣은 수고가 전달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무조건 적게 하라는 권유보다 알맞은 정도를 묻는 말에 가깝습니다.
  •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신이 한 일의 결과를 스스로 받는다는 뜻입니다. 약속을 여러 차례 어겨 신뢰를 잃은 경우에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누군가 어려운 일을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말을 붙이면, 알 수 없는 사정까지 그 사람 탓으로 돌리게 됩니다. 원인과 결과가 분명할 때 쓰는 편이 맞습니다.

교실에서는 ‘역지사지’와 ‘자업자득’을 한 장면에 놓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잘못된 행동의 책임을 묻되, 그 사람이 처한 상황도 들어 보는 것이지요. 두 말은 서로 반대되는 구호가 아니라 판단의 서로 다른 면을 짚어 줍니다.

노력과 방법을 말할 때는 이렇게 다릅니다

  •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어 보일 만큼 꾸준히 산을 옮기려 한 우공의 이야기에서 온 말입니다. 큰일도 쉬지 않고 해 나가면 이룰 수 있다는 뜻이지요. 하루 열 쪽씩 오래 읽어 두꺼운 책을 끝낸 경험에 잘 어울립니다.
  • 일취월장(日就月將): 날마다 이루고 달마다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한 문단 쓰기도 어려웠던 학생의 글이 한 달 뒤 훨씬 탄탄해졌다면, 달라진 실력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우공이산이 꾸준한 노력의 태도를 보여 준다면, 일취월장은 자라난 모습을 드러냅니다.
  • 각주구검(刻舟求劍): 배에서 칼을 떨어뜨린 사람이 떨어진 자리를 배에 새겨 두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배는 움직였는데 표시만 믿고 물속을 찾는 셈이지요.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예전 방법을 고집할 때 씁니다. 오래된 방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하는 말은 아닙니다.
  • 일석이조(一石二鳥):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다는 말입니다. 도서관까지 걸어가 운동도 하고 책도 빌렸다면 한 번의 행동으로 두 가지 이익을 얻은 셈입니다. 이익이 둘이라는 점을 말할 뿐, 그 일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사자성어 모음집을 읽으며 비슷해 보이는 말 두 개를 골라 같은 상황에 넣어 보면 차이가 빨리 보입니다. ‘열심히 연습했다’에는 우공이산이,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에는 일취월장이 더 어울립니다. 네 글자를 정확히 적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말을 꺼낼 만한 장면을 하나씩 갖고 있을 때 어휘는 비로소 자기 말이 됩니다.

사자성어 모음집은 어떻게 읽어야 오래 기억날까요?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