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에서 상담을 곁에서 듣다 보면 “배만 좀 들어가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운동이 윗몸일으키기인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배에 힘을 주는 운동과 배에 쌓인 지방을 줄이는 일은 조금 다릅니다.
복근운동을 하면 뱃살도 빠질까요?
윗몸일으키기나 플랭크는 배 주변 근육을 쓰는 운동입니다. 자세를 잡고 몸통을 안정시키는 데는 좋지만, 그 부위의 지방만 골라서 태우지는 못합니다. 성인 24명을 대상으로 6주간 복근운동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복근 지구력은 좋아졌지만 배 둘레와 복부 지방의 뚜렷한 감소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구 규모가 작아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복근운동만으로 허리둘레가 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뱃살에는 손으로 잡히는 피부 아래 지방과 배 안쪽 장기 주변에 쌓이는 지방이 있습니다. 겉모습만으로 둘을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체중이 크게 늘지 않았더라도 허리둘레가 계속 늘어난다면 건강검진에서 혈압, 혈당, 혈중 지방 수치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뱃살빼는운동은 걷기부터 시작해도 될까요?
네. 빠르게 걷기는 특별한 장비 없이 시작하기 쉽습니다. 숨은 조금 차지만 옆 사람과 대화는 가능한 정도가 중간 강도입니다. 노래를 편하게 부를 수 있다면 속도를 조금 높여도 되고, 몇 마디 말하기도 어렵다면 속도를 낮춰도 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중간 강도 유산소 운동 150~300분을 권합니다. 이를 하루 30분씩 주 5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30분이 버겁다면 10분씩 걷는 것으로 시작해 시간을 늘려도 괜찮습니다. 평소 거의 움직이지 않던 분에게는 무리한 달리기보다 꾸준히 걸을 수 있는 시간이 먼저입니다.
예를 들어 점심을 먹고 10분, 퇴근 뒤 10분을 걷는 식으로 생활에 붙이면 부담이 덜합니다. 걷는 시간과 속도를 한꺼번에 늘리기보다, 몸이 적응하는 것을 보면서 하나씩 늘리는 편이 오래 이어가기 쉽습니다.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다면 통증을 참고 걷기보다 강도를 낮추고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근력운동은 어떻게 곁들이면 좋을까요?
걷기만 반복하다 보면 근육을 쓰는 시간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다리, 엉덩이, 등, 가슴처럼 큰 근육을 쓰는 근력운동을 주 2일 이상 권합니다.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벽을 짚고 팔굽혀펴기, 가벼운 물건을 들고 팔 움직이기처럼 익숙한 동작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동작마다 8~12회씩 1세트만 해도 됩니다.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관절에 통증이 생기면 횟수를 채우려고 애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배 운동을 좋아한다면 플랭크도 곁들일 수 있지만, 허리를 꺾은 채 오래 버티기보다 편한 자세로 짧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운동 뒤 근육이 뻐근한 것과 허리·무릎 관절이 찌릿하게 아픈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운동하는데 허리둘레가 그대로라면요?
운동을 시작한 지 며칠 만에 줄자로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루 사이의 배 둘레는 식사량, 변비, 생리 주기, 복부 팽만 때문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교하고 싶다면 비슷한 시간과 자세로 간격을 두고 재는 편이 낫습니다. 숫자 하나보다 걷기가 덜 힘들어졌는지, 운동을 몇 주째 이어가고 있는지도 함께 보세요.
먹는 양도 영향을 줍니다. 운동한 만큼 달콤한 음료나 야식을 더 먹으면 허리둘레의 변화가 작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끼니를 지나치게 줄일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 마시는 음료, 간식, 술의 빈도를 살피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쪽이 실천하기 쉽습니다. 수면이 부족해 다음 날 운동을 거르게 된다면 운동 시간을 무리하게 늘리는 계획도 다시 조절할 만합니다.
운동보다 진료가 먼저인 때는 언제일까요?
배가 갑자기 불러오거나, 복부 팽만이 계속되면서 통증·반복되는 구토·혈변·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있다면 단순한 뱃살로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운동 중 가슴이 아프거나 압박감이 들고, 심하게 숨이 차거나 어지럽다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가슴 통증이 지속되거나 심하면 응급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심장질환이나 당뇨병이 있거나 오래 운동을 쉬었다면 새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현재 상태에 맞는 강도를 의료진과 상의할 수 있습니다. 뱃살이 신경 쓰일 때일수록 하루에 몇 번 복근운동을 했는지보다, 내 몸에 맞는 걷기와 근력운동을 다음 주에도 이어갈 수 있는지가 더 현실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