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실에서 운동을 시작했다는 분이 단백질보충제부터 사야 하느냐고 묻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근육을 키우려면 꼭 한 통쯤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하시죠. 그런데 먼저 볼 것은 제품이 아니라 평소 식사입니다. 단백질보충제는 모자라는 양을 채우는 데 쓸 수 있는 식품이지, 먹기만 하면 근육이 붙는 제품은 아닙니다.
하루에 얼마나 먹고 있나요?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건강한 성인의 하루 단백질 섭취량을 체중 1kg당 약 0.8~1.2g으로 안내합니다. 체중이 60kg이라면 하루 약 48~72g입니다. 여기에는 보충제뿐 아니라 세 끼 식사와 간식으로 먹은 단백질이 모두 들어갑니다. 평소 먹는 양을 빼고 남은 양을 봐야 보충제가 필요한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달걀 두 개와 우유 한 컵을 먹고, 점심에 생선 한 토막, 저녁에 두부 반 모를 먹었다면 단백질을 전혀 먹지 않은 날과는 다릅니다. 달걀 한 개에는 대략 6g, 우유 200mL에는 약 6g의 단백질이 들어 있습니다. 생선과 두부의 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하루 식사를 적어 보면 예상보다 충분히 먹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제품을 고르기 전에 이틀이나 사흘 정도 식사를 떠올려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운동량이 많은 사람에게는 필요한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는 운동선수의 필요량을 대체로 체중 1kg당 하루 1.2~2.0g으로 설명합니다. 이 숫자를 막 운동을 시작한 모든 사람의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운동 강도, 식사량,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체중 60kg인 사람이 ‘운동을 하니까 무조건 하루 120g’이라고 생각하면 식사 위에 보충제를 더해 필요 이상으로 먹기 쉽습니다.
보충제가 편한 때도 있습니다
출근길에 아침을 자주 거르거나, 운동 뒤 다음 식사까지 시간이 길다면 보충제 한 잔이 간편할 수 있습니다. 씹는 일이 힘들어 고기나 생선을 충분히 먹기 어려운 분에게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고요. 다만 식사를 통째로 대신하는 습관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밥과 반찬에는 단백질 외에도 식이섬유, 비타민, 지방처럼 몸에 필요한 성분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먹는 시간도 너무 엄격하게 잡지 않아도 됩니다. 운동이 끝난 뒤 몇 분 안에 반드시 마셔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식사를 급히 바꾸는 분이 있는데, 하루 동안 필요한 양을 채우고 끼니에 나누어 먹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운동 후 곧 식사할 예정이라면 그 식사에 달걀, 생선, 두부 같은 단백질 반찬을 곁들이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보충제를 고른다면 ‘운동 직후용’이라는 문구보다 내 식사에서 실제로 부족한 양을 기준으로 삼는 게 낫습니다.
제품을 살 때 무엇을 봐야 할까요?
통 앞면의 ‘고단백’ 문구보다 영양정보의 1회 섭취량을 먼저 봅니다. 분말 한 스푼이 30g이라고 해서 단백질도 30g인 것은 아닙니다. 제품마다 1회분에 들어 있는 단백질 양이 다르고, 여러 스푼을 넣으면 열량과 당류도 함께 늘 수 있습니다. 단백질 함량 옆에 당류, 나트륨, 지방, 총열량을 같이 확인하면 제품을 비교하기가 한결 쉽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포장의 표시사항을 확인하고 지나치게 효과를 장담하는 광고를 경계하도록 안내합니다.
원재료도 놓치지 마세요. 유청단백은 우유에서 얻기 때문에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면 피해야 합니다. 우유를 마실 때 배가 불편한 분은 제품에 따라 속이 더부룩하거나 설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양을 줄이거나 다른 원료를 고려할 수 있지만, 증상이 반복되면 억지로 계속 먹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단백질을 더 먹고 싶은 것인지, 달고 간편한 간식을 찾는 것인지도 생각해 보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병원에 먼저 물어야 하는 경우는요?
건강검진에서 콩팥 기능이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거나 콩팥병, 간 질환으로 치료 중이라면 보충제를 시작하기 전에 담당 의료진과 섭취량을 상의하는 게 안전합니다. 단백질을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질환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필요한 양이 달라서 스스로 정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임신 중이거나 치료 때문에 식사가 제한된 경우에도 개인별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제품을 먹은 뒤 두드러기, 입술 붓기, 숨쉬기 어려움이 생기면 섭취를 멈추고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배 아픔이나 설사가 계속될 때도 원료나 섭취량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식사를 잘하는데도 체중이나 근육이 눈에 띄게 줄고 기운이 없다면 보충제로 버티기보다 진료를 통해 이유를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단백질보충제가 필요한 날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매일 한 잔을 더하는 것보다 내 식사에 단백질 반찬이 얼마나 있는지 살피는 일이 출발점이었으면 합니다. 식사로 채우기 어려운 만큼만 보태면, 보충제도 부담 없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