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구자욱의 2026년 기록을 다시 보다가 타율 .371에서 눈이 멈췄다. 2022년부터 이어진 삼성과의 5년 계약이 올해 끝나는 터라, 자연스럽게 다음 계약도 궁금해졌다. ‘삼성 구자욱 FA 참전 예정’이라는 말이 들리지만 여기서 ‘예정’은 중요하다. 2027년 FA 시장을 바라볼 시점인 것은 맞아도, 구자욱이 FA를 신청했다거나 다른 구단과 협상한다는 뜻은 아직 아니다.
5년 120억 원 계약의 끝에서 보는 FA
구자욱은 2022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5년 총액 12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2026년은 그 계약의 마지막 해다. 당시 삼성은 주축 외야수를 시장에 내보내기 전에 붙잡았고, 구자욱은 긴 계약 기간 동안 자기 가치를 다시 증명해야 했다. 이제 시간이 흘러 양쪽 모두 다음 선택을 앞두고 있다.
다만 계약 만료와 FA 시장 등장은 같은 사건이 아니다. 시즌 뒤 KBO의 자격 공시와 선수의 신청·승인 절차를 거쳐야 실제 FA 협상 대상이 된다. 2025년 11월 KBO가 발표한 2026년 FA 승인 선수 명단에도 구자욱은 없었다. 그때는 기존 계약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왔다는 사실까지다.
삼성 팬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라 이 문제가 단순한 계약 뉴스처럼 들리지 않을 수 있다. 구자욱은 2015년부터 삼성 타선의 중심에 있었고, 최근에는 주장으로도 팀을 이끌었다. 그렇다고 상징성만으로 계약 규모를 설명할 수는 없다. 다음 계약은 앞으로 몇 년간 어떤 타격과 출전 시간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홈런이 줄었는데 공격력은 여전했다
KBO 기록을 나란히 놓으면 구자욱의 타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인다. 2024년에는 129경기에서 타율 .343, 33홈런, 115타점, OPS 1.044를 기록했다. 장타가 쏟아진 해였다. 2025년에는 142경기 타율 .319, 19홈런, 96타점이었다. 홈런은 14개 줄었지만 169안타를 치고 106득점으로 리그 1위에 올랐다. 담장을 넘기는 타구가 줄어도 타선 안에서 점수를 만드는 역할은 계속했다는 얘기다.
2026년 기록은 또 다른 모양이다. 정규시즌 114경기에서 420타수 156안타, 타율 .371, 15홈런, 102타점. 출루율 .458과 장타율 .581을 더한 OPS는 1.039다. 2024년의 33홈런과 비교하면 장타 생산 방식은 달라졌지만, 타석 전체의 공격력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114경기에서 102타점을 올린 수치가 눈에 띈다. 물론 타점에는 앞선 타자들의 출루가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 숫자 하나보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함께 보는 편이 낫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타율의 흐름이다. 2023년 .336, 2024년 .343, 2025년 .319, 2026년 .371이다. 한 시즌만 반짝한 타율이라기보다 여러 해에 걸쳐 높은 수준을 지켰다. 홈런 수가 매년 같지는 않아도 안타를 만들고 출루하는 능력이 꾸준했다는 점은 다음 계약을 논할 때 꽤 강한 근거가 된다.
구단이 고민할 숫자는 OPS 옆에도 있다
그런데 좋은 타격 성적만 보고 장기계약 기간을 정하기는 어렵다. 2026년 구자욱은 114경기에 출전했다. 2025년의 142경기보다 28경기 적다. 타석에 섰을 때의 생산력은 높았지만, 앞으로도 한 시즌 내내 그 타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1993년생인 구자욱은 2027시즌에 34세가 된다. 구단이라면 현재의 타격 수준과 함께 계약 후반부의 출전 시간, 수비 부담까지 따져볼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대체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구자욱처럼 출루와 장타를 함께 제공하는 좌타 외야수를 내부에서 곧바로 채우기는 쉽지 않다. 타순에서 한 자리가 비면 그 뒤에 있는 타자들의 타점 기회와 상대 투수의 승부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한 선수에게 긴 기간과 큰 금액을 약속하면 다른 포지션을 보강할 여지는 줄어든다. 결국 얼마를 쓰느냐만큼 몇 년을 약속하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시장 소문보다 먼저 확인할 것
FA 이야기가 나오면 어느 팀이 참전할지, 계약 총액이 얼마일지부터 궁금해진다. 솔직히 나도 그렇다. 하지만 지금 특정 구단의 영입전이나 예상 금액을 사실처럼 적기에는 확인된 정보가 부족하다. 먼저 볼 것은 시즌 종료 뒤 KBO의 FA 자격 공시, 구자욱의 신청 여부, 그리고 삼성과 선수 측의 공식 발표다. 그 순서가 지나야 시장의 윤곽도 선명해진다.
현재 기록만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하다. 구자욱은 계약 마지막 시즌에 타율 .371과 OPS 1.039를 남겼다. 2024년의 33홈런 타자와 2026년의 고타율 타자는 서로 다른 선수가 아니라, 득점에 기여하는 방법을 바꿔 온 같은 선수다. 다음 계약에서 내가 가장 궁금한 것도 그 지점이다. 삼성과 구자욱이 앞으로의 역할을 어떻게 그리는지에 따라, 같은 숫자에도 전혀 다른 가격표가 붙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