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농구 기록표를 넘기다 이해란의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이혜란 농구’로 검색했다면 먼저 이름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WKBL에 등록된 선수 이름은 이해란이다.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포워드, 등번호 2번. 최근 기록을 보면 왜 이 선수가 자꾸 눈에 들어오는지 알 만하다.
첫 시즌 5.79점이 17.4점이 되기까지
이해란은 2021~2022시즌 신인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에 지명됐다. 키 182㎝의 포워드에게 붙은 기대는 컸지만, 첫해 평균 기록은 5.79점과 3.07리바운드였다. 출전 시간도 경기당 16분 51초. 유망주라는 평가와 당장 팀의 공격을 맡는 일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그 거리가 시즌마다 조금씩 좁혀졌다. WKBL 기록상 평균 득점은 2022~2023시즌 9.07점, 2023~2024시즌 13.43점, 2024~2025시즌 12.90점이었다. 2025~2026시즌에는 30경기에서 평균 17.40점과 7.6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첫 시즌과 비교하면 득점은 세 배가량, 리바운드는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출전 시간 역시 34분 52초로 늘었다.
여기서 득점 숫자만 보면 성장의 절반만 읽게 된다. 오래 뛰면 득점 기회도 늘어난다. 그런데 30경기 동안 긴 출전 시간을 소화하며 득점과 리바운드를 함께 끌어올렸다는 건, 삼성생명에서 맡는 일이 커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록이 높아진 과정에 역할의 변화가 담겨 있다.
득점이 늘었는데 2점슛 성공률은 내려갔다
2024~2025시즌 이해란의 2점슛 성공률은 56.3%였다. WKBL의 그 시즌 2점 야투상을 받은 수치다. 다음 시즌에는 평균 득점이 12.90점에서 17.40점으로 올랐지만, 2점슛 성공률은 48.5%로 내려갔다. 3점슛 성공률도 32.5%에서 22.6%로 떨어졌다. 숫자만 나란히 놓으면 묘한 변화다.
이걸 곧바로 슛 능력의 후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출전 시간이 늘고 득점 비중이 커지면 상대 수비의 관심도 달라진다. 다만 성공률 하락이 실제로 수비 압박이나 슛 선택 때문인지는 경기별 시도 수와 장면을 더 봐야 알 수 있다. 분명한 건 더 많은 득점을 올리는 시즌에 슛 효율은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해란의 다음 기록을 볼 때는 득점 옆에 2점슛과 3점슛 시도·성공을 같이 놓고 싶다.
시즌 막판의 득점상 경쟁도 흥미로웠다. WKBL이 2026년 3월 10일 전한 당시 기록에서 이해란은 평균 18.15점으로 김단비의 17.89점에 0.26점 앞서 있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득점상은 평균 18.33점의 김단비에게 돌아갔다. 이해란의 최종 평균은 17.40점. 시즌 중간 순위와 최종 기록을 구분해 봐야 하는 이유가 이 짧은 경쟁에도 들어 있다.
리바운드와 스틸이 말하는 또 다른 역할
이해란의 2025~2026시즌 평균 7.60리바운드를 뜯어보면 공격 리바운드 2.1개, 수비 리바운드 5.5개다. 공격에서 점수를 보태는 동시에 수비가 끝난 뒤 공을 확보하는 일도 꾸준히 맡았다. 평균 1.60스틸은 그 시즌 WKBL 스틸상으로 이어졌고, 우수수비 선수상도 받았다. 득점 상승만으로 이 시즌을 설명하기 아쉬운 대목이다.
스틸은 화려하다. 공을 빼앗는 순간 바로 속공 장면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근데 수비를 볼 때 스틸 숫자만 세면 놓치는 게 많다. 패스 길을 막아 상대가 공격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었는지, 슛이 빗나간 뒤 리바운드를 잡았는지도 경기 흐름을 바꾼다. 이해란의 평균 스틸과 리바운드를 함께 보면, 공격 외의 시간에도 얼마나 많은 장면에 관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 경기의 점수판에서도 보이는 흐름
2026년 2월 4일 하나은행전은 기록을 경기 흐름에 겹쳐 볼 만한 사례다. 삼성생명은 74대54로 이겼고, WKBL은 이해란을 이날의 MVP로 표시했다. 삼성생명은 1쿼터를 19대9로 앞선 뒤 나머지 세 쿼터에서도 각각 19점, 18점, 18점을 넣었다. 초반에 만든 10점 차를 유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격 점수를 꾸준히 쌓은 경기였다.
두 팀의 최종 리바운드는 33개씩으로 같았다. 반면 스틸은 삼성생명이 9개, 하나은행이 3개였다. 한 경기의 팀 기록만으로 이해란 개인의 수비 기여를 전부 가를 수는 없다. 그래도 이 점수판은 왜 득점 옆에 수비와 공격권 관련 숫자를 놓아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승부가 벌어진 과정을 읽는 데는 최종 점수 하나보다 쿼터별 점수와 스틸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이해란은 이제 신인 때의 기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선수다. 득점은 크게 늘었고, 리바운드와 스틸에서도 분명한 자취를 남겼다. 동시에 슛 성공률 변화는 다음 시즌에 확인할 질문을 남긴다. 나는 이해란의 경기를 볼 때 점수보다 먼저 어떤 상황에서 슛을 던지고, 놓친 공을 누가 다시 잡는지 보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