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버셜 영상을 떠올리며 하루를 기록해봤다

윤이버셜 영상을 떠올리며 하루를 기록해봤다

얼마 전 휴대전화 사진첩을 넘기다가 문득 멈췄다. 지난달에 먹은 점심 사진은 여러 장인데, 그날 기분이 어땠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특별한 일이 없어서 기록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윤이버셜의 일상 영상을 떠올리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밥을 먹고, 고양이를 돌보고, 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장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고 싶은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거창한 일기 대신 하루의 작은 장면을 남기는 방식을 시도했다. 영상처럼 예쁘게 찍을 필요도, 매일 뭔가를 이뤄야 할 필요도 없었다. 해보니 막상 어려운 건 기록하는 기술보다 ‘이 정도 일상을 남겨도 되나’ 싶은 마음을 지나가는 일이었다.

윤이버셜의 영상에서 눈에 남은 것

윤이버셜은 제주에서의 일상과 고양이들을 담은 영상으로 알려진 창작자다. 채널의 영상 제목만 봐도 음식, 고양이, 그날 있었던 일이 자주 등장한다. 대단한 사건을 예고하는 제목보다 평소의 하루를 건네는 듯한 제목이 많아서, 바쁜 날에도 부담 없이 눌러보게 된다.

그렇다고 화면 속 생활을 무조건 편안한 삶으로 읽고 싶지는 않다. 한 사람이 보여준 몇 분의 영상만으로 그날의 수고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으니까. 내가 오래 기억하는 건 ‘평범한 장면에도 눈길을 주는 방식’이다. 창가에 앉은 고양이, 차린 밥 한 끼처럼 지나치기 쉬운 순간이 화면 안에서는 하루의 일부로 남는다.

2022년에는 가족이 채널을 통해 윤이버셜의 부고를 전했다. 그래서 지금 그 영상을 이야기할 때는 삶을 마음대로 해석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을 덧붙이지 않으려 한다. 영상에 남아 있는 장면을 장면 그대로 바라보는 편이 내게는 더 자연스럽다.

사진 한 장에 문장 세 개만 붙여봤다

처음에는 브이로그처럼 짧은 영상을 만들어볼까 했다. 그런데 촬영한 파일을 고르고 자막을 넣는 순간부터 일이 커졌다. 며칠 뒤 다시 열어볼 수 있는 기록이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에 휴대전화 메모장으로 옮겼다. 방법은 단순하다. 그날 찍은 사진 한 장을 골라 문장 세 개를 붙이는 것이다.

  • 무엇을 찍었는지 사실대로 쓴다. ‘퇴근길에 산 귤’처럼 짧아도 된다.
  • 사진 밖에서 있었던 일을 한 가지 적는다. ‘계산대 앞에서 한참 망설였다’ 같은 장면이다.
  • 나중의 내가 기억했으면 하는 느낌을 남긴다. ‘집에 와서 하나 먹으니 생각보다 달았다’ 정도면 충분하다.

사진이 없는 날에는 소리나 냄새로 시작해도 됐다. 비 오는 날 복도에서 맡은 젖은 우산 냄새, 저녁에 물이 끓는 소리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기록이지’ 싶었는데, 며칠 뒤 읽으니 의외로 그날의 모습이 떠올랐다. 반대로 ‘좋은 하루였다’처럼 넓게 쓴 문장은 다시 봐도 별 기억을 불러오지 못했다. 작은 장면을 적는 쪽이 내게는 더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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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려니 오히려 손이 멈췄다

일주일 내내 써보겠다고 날짜를 만들어두었더니 빈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루를 건너뛴 다음 날에는 전날 몫까지 채워야 할 것 같아 메모장을 더 늦게 열었다. 솔직히 이 방식은 오래 못 가겠다 싶었다.

그래서 기록할 시간을 정하는 대신 기록할 만한 순간을 만났을 때만 적었다. 맛있게 먹은 음식도 좋고, 고양이를 마주친 일도 좋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 일찍 누운 날도 괜찮았다. 사진을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그날은 글만 남겼다. 어떤 날은 한 문장으로 끝났다. 빈 날짜를 채우는 숙제가 사라지니 다시 쓰기가 쉬워졌다.

이 과정에서 윤이버셜의 영상을 그대로 흉내 낼 수는 없다는 것도 느꼈다. 그 영상에는 만든 사람만의 시선과 시간이 담겨 있다. 내가 가져올 수 있는 건 촬영 방식이 아니라 내 하루에도 눈을 돌려보자는 마음 정도였다. 카메라를 들지 않아도 그 마음은 메모 한 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은 건 사소한 장면이었다

며칠 치 메모를 다시 읽을 때 가장 먼저 기억난 건 특별한 외출이 아니었다. 늦게 들어온 날 데운 국이 생각보다 따뜻해서 천천히 먹었다는 문장이었다. 사진으로 남겼다면 비슷한 저녁상처럼 보였을 텐데, 문장을 보니 그날 집에 돌아왔을 때의 피곤함까지 따라왔다.

기록을 남긴다고 하루가 더 근사해지는 건 아니었다. 지루한 날도 그대로 지루하고, 힘든 날은 짧은 문장조차 쓰기 싫다. 그래도 괜찮았다. 윤이버셜의 영상을 떠올리며 시작한 이 작은 시도는 평범한 하루를 대단하게 포장하는 일이 아니라, 지나가기 전에 잠깐 바라보는 일이었다. 다음에 사진첩을 열면 사진 한 장 옆에 그날의 문장도 함께 있을 것 같다.

윤이버셜 영상을 떠올리며 하루를 기록해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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