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백년 전통 하회마을 선유줄불놀이 현장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에 위치한 하회마을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북적였습니다. 골목마다 사람들로 가득했고, 다양한 억양의 목소리에서 국내외 방문객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초가지붕 사이로 노을이 드리운 풍경은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으며, 앞마당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여행의 정취를 더했습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큰 돌에는 하회마을이 2010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양동마을과 함께 '한국의 역사마을'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길을 걷는 동안 오랜 세월 사람이 살아온 공간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회마을은 넓은 면적을 자랑하며, 방문객들이 천천히 둘러볼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안동의 옛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지역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을 내 카페와 식당에서는 지역 특색을 살린 맛을 즐길 수 있어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한 장소입니다. 기와와 초가가 어우러진 전통 가옥들은 어린이들에게도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부용대 앞 강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행사장 주변에는 구급대가 상시 배치되어 안전을 책임졌으며, 푸드트럭과 주차 안내 요원들이 질서 있는 행사를 지원했습니다. 수천 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혼선 없이 진행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행사 시작 전, 사전 예매자를 대상으로 사진 후기를 남기면 참여할 수 있는 리뷰 이벤트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QR코드를 통해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입장권은 팔목에 부착하여 확인 절차를 거쳤습니다.
노을이 완전히 사라지고 어둠이 깔리자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이 무대를 열었습니다. 장구 소리에 맞춰 흰 도포를 입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우스꽝스러운 탈을 쓴 배우가 몸을 흔들자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공연은 양반과 세태를 풍자하는 전통 놀이로, 어두운 밤 조명 아래 탈의 표정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불이 강을 건너는 순간이었습니다. 만송정에서 부용대까지 이어진 새끼줄에는 숯가루와 소금을 채운 봉지들이 촘촘히 매달려 있었고, 불이 붙으면 봉지들이 타면서 불티가 비처럼 떨어졌습니다. 불씨가 서서히 부용대 쪽으로 번져가는 모습은 오랜 시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강바람에 실려 온 매캐한 연기와 관람객들의 낮은 탄성이 어우러져 행사장 전체가 한 방향을 응시하는 순간, 조용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불씨가 절벽 끝에 다다르면 "낙화야"라는 외침과 함께 불붙은 솔가지 다발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고, 이때 관람객들은 소원을 빌었습니다. 이 낙화는 여러 차례 반복되었으며,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행사는 조선시대 하회마을 선비들이 부용대 아래 강에서 뱃놀이를 즐기며 시를 짓던 풍류에서 유래한 것으로, 현재의 불씨 하나하나가 수백 년 전 선비들의 밤과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가족, 연인, 오랜 지인과 함께 같은 불빛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경험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참고로 이 행사는 1인당 1만 원의 관람료가 있으며, 24개월 이하 영유아는 무료입니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전면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므로 미리 예약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행사 종료 후에는 많은 인파로 인해 버스 정류장 주변이 붐비므로 시내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강물 위로 흐르는 불빛과 절벽에서 쏟아지는 불꽃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감동을 선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인생에서 한 번쯤 직접 현장에서 체험해보길 추천합니다.
안동하회마을은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186에 위치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