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중고차를 보러 갔다가 차는 마음에 드는데 성능기록부는 계약할 때 보여주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종이 한 장이 뭐 그리 급한가 싶었죠.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판매 설명에서는 못 들은 누유 표시가 있더라고요. 중고차 성능기록부 발급은 차를 사기로 마음먹은 뒤에 챙길 일이 아니었습니다. 차를 보러 가기 전부터 기록부를 요청하고, 계약서에 이름을 쓰기 전에 내용을 읽어야 덜 찜찜합니다.
성능기록부는 누가 발급해 줄까
정식 이름은 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입니다. 신고된 성능·상태점검자가 차량을 점검해 기록부를 발행하고, 매매업자가 구매자에게 발급합니다. 매매상사에서 사는 차라면 구매자가 점검업체를 찾아다니며 서류를 만들어 올 일이 아닙니다. 판매자에게 해당 차량의 기록부를 보여 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자동차관리법은 매매업자가 계약 전에 성능·상태점검 내용 등을 구매자에게 서면으로 고지하도록 정합니다. 그러니 “계약부터 하고 나중에 드릴게요”라는 말에 맞춰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차를 보러 가기 전에 차량번호와 기록부 사본을 먼저 요청해 두면 현장에서 차와 서류를 대조할 시간도 생깁니다. 사진이나 파일로 먼저 받았다면 계약할 때 실제로 교부받는 기록부와 같은 내용인지 다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이렇게 조회한다
매매상사에 서류를 요청하는 것과 별개로 자동차365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뉴에서 ‘매매용차량 신속조회’를 찾아 차량번호로 조회하면 매매용 차량 여부와 제공되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중고차를 볼 때는 판매 글에 적힌 차량번호를 먼저 받아 이 메뉴에서 맞춰 봅니다. 번호를 알려주지 않거나 조회한 차의 정보가 광고와 다르면 일단 발걸음을 늦춥니다.
- 판매자에게 차량번호와 성능·상태점검기록부 사본을 요청한다.
- 자동차365의 매매용차량 신속조회에서 같은 번호의 차량 정보를 확인한다.
- 차량번호, 차종, 주행거리와 점검일이 판매자의 설명과 맞는지 비교한다.
- 계약 전에 매매업자로부터 기록부를 교부받아 파일이나 사진으로도 보관한다.
온라인 조회 화면은 사전 확인에 편하지만, 조회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 때 기록부를 받아둘 필요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미 계약해 서류를 잃어버렸다면 먼저 거래한 매매상사에 같은 기록부 사본을 요청하세요. 매매업자는 발급한 사본을 1년간 보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오래된 거래라면 보관 기간이 지났을 수 있으니, 자동차365에 남아 있는 차량 이력도 함께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날짜와 표시부터 읽어야 덜 놓친다
기록부를 펼치면 체크칸이 많아서 눈이 먼저 피곤해집니다. 저는 점검일, 차량번호, 주행거리부터 봅니다. 법에서 계약 전 고지 대상으로 삼는 점검 내용은 점검일부터 120일 이내의 것입니다. 오래전에 점검한 종이를 보여주면서 지금 상태도 똑같다고 말한다면 새 점검 기록을 요청할 만합니다. 120일은 차가 멀쩡하다는 보증기간이 아니라, 계약 전에 고지하는 점검 내용의 날짜 기준입니다.
그다음에는 사고·교환·판금 표시와 엔진, 변속기, 냉각수, 오일 누유 항목을 봅니다. ‘미세누유’와 ‘누유’는 표현부터 다르니 그냥 정상으로 뭉뚱그려 읽으면 아깝습니다. 예를 들어 판매자는 “외관만 조금 손봤다”고 했는데 기록부의 주요 골격 부위에 표시가 있다면, 어느 부위를 어떻게 수리했는지 설명을 듣고 실제 차도 봐야 합니다. ‘무사고’라는 광고 문구 하나보다 기록부의 표시 위치가 훨씬 구체적입니다.
침수나 화재 여부, 특기사항과 점검자 의견도 끝까지 읽습니다. 특히 주행거리는 광고 숫자와 기록부 숫자를 비교해야 합니다. 점검 뒤 시승과 이동으로 조금 늘 수는 있어도 차이가 납득되지 않으면 이유를 물어보는 게 맞죠. 판매자의 답변과 기록부 표시가 다르면 말로만 넘어가지 말고 문자로 설명을 남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기록부가 있어도 차는 직접 봐야 한다
성능기록부는 점검 당시 상태를 적은 문서입니다. 그 뒤 차량이 이동하거나 상태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동을 걸어보고 경고등, 냉각수 흔적, 바닥의 오일 자국을 확인합니다. 가능하면 밝은 곳에서 외판의 색 차이와 틈도 보고요. 기록부에 ‘양호’가 많아도 시운전에서 변속 충격이나 낯선 소리가 느껴지면 그 자리에서 이유를 확인해야 합니다.
기록부와 실제 상태가 다를 때를 대비해 받은 파일, 계약서, 광고 화면, 판매자와 주고받은 설명을 같이 보관해 둡니다. 성능·상태점검에 대한 보증에는 인도일부터 30일 이상 또는 주행거리 2천 킬로미터 이상이라는 기준이 있지만, 모든 고장에 무조건 적용되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가 보이면 운행을 계속하며 미루기보다 기록부의 해당 항목과 현재 상태를 사진이나 정비 소견으로 남기고 매매업자와 점검자에게 바로 알리는 게 낫습니다.
저는 이제 차를 보러 가기 전에 기록부부터 달라고 합니다. 서류를 흔쾌히 보여주고 표시된 부분까지 설명해 주는 판매자라면 차를 살펴볼 시간도 한결 편해집니다. 중고차 거래에서 그 종이 한 장은 차를 대신 골라주진 못해도, 내가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는 꽤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