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수험생과 뉴스를 읽다가 “이수만은 왜 자신이 만든 SM을 나갔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사건으로 답하면 오해하기 쉽습니다. 제작 계약이 끝난 일, 회사가 제작 방식을 바꾼 일, 보유 주식을 판 일을 시간순으로 놓아야 흐름이 보입니다.
먼저 제작 계약이 끝났습니다
이수만은 SM의 창업자이자 오랫동안 음악 제작을 이끈 총괄 프로듀서였습니다. 당시 제작 업무는 그가 소유한 회사 ‘라이크기획’과 SM의 계약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주주들 사이에서 SM이 라이크기획에 지급하는 비용과 거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누가 좋은 음악을 만들었느냐와는 다른, 회사 운영 방식에 관한 논쟁이었습니다.
SM은 2022년 10월 이사회에서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그해 12월 31일에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예정된 시점보다 1년 앞당긴 종료였습니다. 이 날짜를 기억하면 첫 번째 혼동이 풀립니다. 이수만이 2023년의 인수전 때문에 갑자기 제작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아닙니다. 제작 계약 종료 결정이 먼저 있었고,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그 뒤에 크게 드러났습니다.
SM은 한 사람에게 집중된 제작 방식을 바꿨습니다
계약이 끝난 다음에도 회사에는 선택이 남았습니다. 새 총괄 프로듀서 한 명을 세울지, 여러 제작 조직에 권한을 나눌지의 문제였습니다. SM 경영진은 2023년 2월 ‘SM 3.0’을 발표하며 여러 제작센터와 레이블을 운영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수만 한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 분명해진 순간이었습니다.
시험 공부에 빗대면, 모든 과목의 계획과 피드백을 한 강사에게 맡기던 팀이 과목별 담당 체계를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익숙한 방식이 주는 강점도 있지만, 담당자가 한 사람에게 몰리면 일정과 판단이 함께 묶입니다. 물론 제작센터를 늘린다고 좋은 결과가 자동으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 SM이 내놓은 것은 새로운 운영 계획이었고, 그 계획을 둘러싼 평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SM이 이수만을 해고했다’고 단정하면 실제 과정을 놓칩니다. 확인되는 사실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 그리고 이수만 중심의 제작 체계에서 벗어나겠다는 경영진의 발표입니다. 창업자의 영향력이 줄어든 배경을 이해하려면 이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주식 매각으로 갈등이 경영권 문제로 커졌습니다
제작에서 손을 뗀 것과 주주 지위를 잃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이수만은 계약 종료 뒤에도 SM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였습니다. 2023년 2월 SM 경영진이 카카오와의 협력을 추진하자, 이수만은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을 막아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회사의 앞으로를 누가 결정할지를 두고 갈등이 공개적으로 커진 겁니다.
이어 이수만은 보유 주식 352만 3420주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당시 SM 공시에 나온 수량으로, 지분 약 14.8%에 해당합니다. 이 거래로 하이브가 한때 SM의 최대주주가 됐고,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 경쟁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하이브에 주식을 팔았다’는 사실과 ‘하이브가 결국 SM을 경영하게 됐다’는 말은 같지 않습니다.
2023년 3월 하이브는 SM 경영권 인수 절차를 중단했고, 이후 카카오가 SM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수만이 SM을 나간 이유를 “카카오가 회사를 샀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해도 순서가 맞지 않습니다. 계약 종료와 제작 체계 개편, 이수만의 지분 매각을 거쳐 경영권 구도가 바뀐 것입니다.
소문과 확인된 사실은 나눠 읽는 게 좋습니다
당시에는 라이크기획 거래를 둘러싼 비판뿐 아니라 경영진과 이수만 측이 서로를 향해 내놓은 주장도 많았습니다. 갈등이 컸던 만큼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개인의 속마음이나 단 하나의 ‘진짜 이유’를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계약 종료일, SM 3.0 발표, 지분 매각 수량처럼 공시와 공식 발표로 확인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합니다.
이런 뉴스를 읽을 때 저는 수험생에게 연표에 표시를 세 개만 해보라고 말합니다. ‘무슨 계약이 끝났나’, ‘운영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나’, ‘주식은 누가 샀나’. 비슷한 말처럼 들리는 퇴진, 결별, 매각도 이렇게 나누면 서로 다른 사건이라는 게 보입니다. 이수만의 SM 이탈 역시 한순간의 선택보다는, 오래된 거래 구조를 바꾸려는 요구와 회사 안팎의 경영권 갈등이 이어진 과정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