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다 보니 예약할 때 본 객실 가격과 여행이 끝난 뒤 카드 내역이 꽤 다를 때가 많았다. 커플 여행도 그렇다. ‘펜션 1박 15만 원이면 둘이 30만 원쯤 쓰겠지’ 하고 떠났다가, 바비큐와 이동비를 더하면 예상보다 훌쩍 커진다. 그래서 나는 숙소를 고르기 전에 2인 총액부터 적어본다.
1박 2일 커플 여행 비용, 이렇게 잡으면 감이 온다
아래 금액은 주말에 국내로 1박 2일 떠나는 커플을 위한 비교용 예산이다. 출발지, 이동 거리, 예약 날짜에 따라 실제 가격은 달라진다. 객실 가격만 비교하면 빠지는 돈이 많아서 교통, 식사, 카페, 현장 지출까지 넣었다.
- 가볍게 다녀오는 경우: 숙소 11만 원, 교통 7만 원, 식사 9만 원, 카페 2만 원, 기타 2만 원. 둘이 약 31만 원.
- 숙소와 식사에 조금 더 쓰는 경우: 숙소 16만 원, 교통 10만 원, 식사 12만 원, 카페 3만 원, 기타 3만 원. 둘이 약 44만 원.
- 전망 좋은 객실과 체험까지 즐기는 경우: 숙소 25만 원, 교통 14만 원, 식사 15만 원, 카페 4만 원, 기타 4만 원. 둘이 약 62만 원.
내가 가장 자주 권하는 출발점은 가운데 예산이다. 숙소를 무조건 싸게 잡기보다 잠자리와 동선을 무리 없이 맞출 수 있다. 반대로 식당이나 카페보다 객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커플이라면 식비를 줄이고 숙소에 더 쓰는 편이 만족스러울 수 있다. 숫자 자체보다 둘이 어디에서 시간을 보낼지가 먼저다.
객실 가격 뒤에 붙는 돈을 먼저 확인한다
펜션 예약 화면에서 14만 원으로 보였던 객실도 날짜를 고르고 나면 금액이 달라진다. 기준 인원, 주말 요금, 객실별 옵션을 확인해야 한다. 둘이 묵는데 기준 인원이 2명인지부터 보고, 반려동물 동반이나 늦은 퇴실을 생각한다면 비용을 따로 적는다.
바비큐도 작아 보이지만 무시하기 어렵다. 그릴과 숯 사용료에 장보기 4만~6만 원을 보태면, 밖에서 저녁을 먹는 비용과 비슷해질 수 있다. 비가 오면 바비큐 공간을 쓸 수 있는지, 실내에서 고기 조리가 허용되는지도 중요하다. ‘바비큐 가능’이라는 문구만 보고 식재료를 잔뜩 사 갔다가 계획이 꼬이는 경우가 있다.
수영장이나 스파 사진이 마음에 들어 예약한다면 이용료와 운영 시간을 꼭 본다. 계절에 따라 운영하지 않거나 온수 비용이 별도인 곳도 있다. 나는 옵션을 모두 켠 최종 결제 금액을 본 뒤에야 다른 숙소와 비교한다. 사진 속 시설이 좋아 보여도 실제로 이용할 시간이 없다면 그 값은 아깝다.
싼 숙소가 비싸지는 순간은 이동할 때다
객실을 4만 원 아끼려고 관광지에서 먼 펜션을 골랐다가 차로 왕복 1시간을 더 쓰는 일정은 꽤 피곤하다. 기름값과 통행료도 들고, 저녁 식당을 다녀오려면 운전할 사람은 술 한 잔도 편히 못 마신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여행이라면 역에서 숙소까지 택시를 몇 번 탈지 계산해 봐야 한다. 지도에서 ‘가까워 보이는’ 거리와 캐리어를 끌고 걸을 수 있는 거리는 다르다.
숙소 리뷰를 볼 때도 풍경 사진만 보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객실까지 계단이 많은지, 밤에 식사할 곳이 주변에 있는지, 체크아웃 뒤 들를 곳까지 동선이 이어지는지를 본다. 차 없이 움직이는 커플에게 외진 독채 펜션을 무턱대고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곳에 머물며 쉬는 여행이라면 괜찮지만, 여기저기 둘러볼 계획이면 위치가 훨씬 중요하다.
둘 다 만족하려면 아낄 곳을 같이 고른다
예산이 40만 원 안팎이라면 먼저 숙소에 원하는 조건을 두세 개만 남겨본다. 조용한 방, 깨끗한 침구, 바다 전망을 모두 원한다면 가격이 올라가기 쉽다. 대신 전망을 포기하고 식당까지 걸어갈 수 있는 숙소를 고르면 교통비와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반대로 객실에서 일몰을 보는 게 여행의 목적이라면 카페 두 곳을 도는 계획을 줄이는 게 낫다.
특별한 날이라고 무조건 비싼 풀빌라를 잡을 필요도 없다. 체크인이 늦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나가야 한다면 수영장 이용 시간이 짧다. 그런 일정에는 잠자리가 편하고 위치가 좋은 숙소가 더 잘 맞는다. 반대로 둘이 숙소에서 오래 쉬고 싶고 시설을 충분히 쓸 계획이라면 비싼 객실도 납득할 만한 선택이 된다.
예약 직전에는 둘이 쓸 총액에 여유비 3만~5만 원을 더해본다. 예상 못 한 주차비나 택시비, 비 오는 날 바뀐 일정에 쓸 돈이다. 커플 여행 비용은 누가 더 많이 냈는지보다 둘이 기대한 시간을 그 돈으로 보냈는지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객실 사진 한 장보다 최종 금액과 실제 동선을 함께 보는 습관이 그래서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