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숙소를 고를 때 사진 속 호수 전망에 먼저 눈이 간 적이 많다. 그런데 막상 여행 동선을 짜면 전망보다 숙소 위치가 하루를 더 크게 바꾼다. 닭갈비를 먹고 강가를 걷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길면, 예쁜 객실도 금세 피곤한 방이 된다. 내가 추천하는 춘천 여행코스는 명소를 많이 찍는 일정이 아니라, 1박 2일 동안 호수 풍경을 충분히 보고 편하게 쉬는 일정이다.
첫날은 시내에서 먹고 소양강으로 간다
점심 무렵 춘천에 도착한다면 명동 닭갈비골목에서 식사부터 하는 편이 낫다. 닭갈비집이 모여 있어 선택지는 많지만,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긴 줄에 서면 오후 일정이 밀린다. 메뉴와 대기 인원을 보고 골라 들어가도 춘천다운 한 끼를 먹기엔 충분하다. 차를 가져왔다면 식당 주차 여부를 먼저 확인하자. 골목 앞에서 주차 자리를 찾느라 시간을 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식사 뒤에는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소양강처녀상 쪽으로 이동한다. 두 곳이 가까워 한 번에 둘러보기 좋다. 스카이워크는 길게 시간을 잡을 장소라기보다 강 위를 걸으며 풍경을 보는 짧은 일정에 가깝다. 춘천여행ON 안내에도 비·눈·강풍 등 날씨에 따라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곳 하나 때문에 일정을 빽빽하게 묶기보다, 현장 운영 여부를 확인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게 편하다.
여기서 카페를 연달아 두 곳 넣고 싶어질 수 있다. 솔직히 춘천은 창밖 풍경이 좋은 카페가 많아서 욕심이 난다. 그래도 오후에 앉아 쉬는 시간은 한 번이면 충분했다. 사진 찍을 곳을 계속 옮겨 다니면 정작 호수를 볼 여유가 사라진다.
해 질 무렵에는 공지천 쪽으로 속도를 늦춘다
오후에는 공지천 주변이나 의암호를 따라 걷는 시간을 넣는다. 소양강 쪽에서 본 물빛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걷기 좋은 구간을 골라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산책해도, 차창으로 풍경을 훑고 지나갈 때보다 춘천에 왔다는 감각이 오래 남는다. 바람이 센 날에는 호숫가 체감 온도가 뚝 떨어지니 얇은 겉옷 하나가 꽤 쓸모 있다.
저녁을 숙소에서 먹을지 밖에서 먹을지도 이때 결정해 두면 좋다. 바비큐가 가능한 펜션을 예약했다면 장보기와 체크인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오후 늦게까지 관광하다가 장을 보고 숯불 준비까지 하면 저녁이 생각보다 늦어진다. 반대로 시내 식당에서 먹고 들어갈 계획이라면 숙소까지의 이동 시간을 지도에서 다시 확인하는 편이 낫다. 낮에는 가까워 보여도 밤에 낯선 길을 운전하는 일은 피곤하다.
숙소는 사진보다 실제 동선과 객실 조건을 본다
숙소를 100곳 넘게 묵으며 배운 건 ‘호수 전망’이라는 말만으로 객실을 고르면 안 된다는 점이다. 같은 건물에서도 층과 방향에 따라 나무, 난간, 옆 건물이 시야를 가릴 수 있다. 예약 전에는 내가 고른 객실의 창밖 사진인지, 테라스에서만 물이 보이는지 구분해서 본다. 특히 대표 사진이 공용 공간이나 가장 비싼 객실 사진인 경우에는 객실 이름까지 맞춰 확인해야 한다.
- 차 없이 간다면 춘천역·시내와의 이동 편의를 먼저 본다. 외곽 펜션은 조용할 수 있지만 저녁 식사와 다음 날 이동이 번거로워진다.
- 차를 가져간다면 주차 공간과 진입로를 확인한다. 호숫가의 한적한 숙소라도 늦은 밤 들어갈 길이 좁으면 부담스럽다.
- 바비큐가 중요하다면 이용 시간, 추가 비용, 비 오는 날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객실 요금에 포함됐다고 생각했다가 현장에서 지출이 늘 수 있다.
- 잠을 예민하게 자는 편이라면 전망 사진보다 침구 후기와 소음 후기를 먼저 읽는다. 단체 손님이 많은 숙소는 방음이 더 중요하다.
내 기준에서 외곽 펜션은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긴 여행에 어울린다. 밤까지 시내를 돌아다닐 계획이라면 위치 좋은 숙소가 만족스러울 가능성이 높다. 물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약했다가 식사 한 번 하러 다시 차를 빼야 하면, 전망의 장점이 금방 줄어든다.
둘째 날은 케이블카 하나만 넣어도 충분하다
다음 날 아침에는 서둘러 체크아웃하지 말고 숙소 주변을 잠깐 걸어보는 걸 권한다. 전날과 빛이 달라 같은 호수도 다르게 보인다. 그다음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를 타면 의암호와 춘천 시가지를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다. 춘천여행ON에서도 이곳을 의암호 풍경을 보는 명소로 소개한다. 다만 케이블카는 날씨의 영향을 받으니 당일 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높은 곳이 부담스럽거나 날씨가 좋지 않다면 국립춘천박물관처럼 실내에서 보낼 수 있는 곳으로 바꿔도 된다. 아이와 함께라면 애니메이션박물관도 선택지다. 둘째 날에 남이섬, 제이드가든, 케이블카를 모두 넣는 일정은 추천하기 어렵다. 장소마다 이동하고 걷는 시간이 들어가서 돌아오는 길엔 풍경보다 피로가 먼저 기억날 수 있다.
춘천 여행코스를 짤 때 내가 가장 오래 고민하는 건 어디를 하나 더 갈지가 아니다. 저녁에 어디서 먹고, 숙소에는 몇 시에 들어가며, 아침에는 얼마나 느긋하게 나올 수 있는지다. 춘천은 호수 앞에서 잠깐 멈춰 있을 때 더 좋아지는 도시라서, 일정표에도 빈칸 하나쯤 남겨두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