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장을 보다가 카트에 몸을 살짝 기대고 걷는 자세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엔 그냥 편해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척추협착증 이야기를 읽다 보니 걸을 때 다리가 아프다가 허리를 굽히면 한결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는 대목이 떠올랐다. 물론 자세 하나만 보고 병을 짐작할 수는 없다. 다만 ‘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쉬어야 하나?’ 싶었던 내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허리보다 다리가 먼저 불편할 수도 있다
척추협착증은 척추 안에서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진 상태를 말한다. 목이나 허리에서 생길 수 있지만, 걸을 때의 불편함과 자주 연결되는 건 허리 쪽 협착증이다. 나이가 들며 생기는 척추의 변화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 국립관절염·근골격·피부질환연구소 안내를 보니 공간이 좁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증상이 반드시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허리 쪽에 증상이 있으면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뻐근하거나 화끈거리고, 저리거나 힘이 빠질 수 있다.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심해졌다가 앉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덜해지는 양상이 흔하다. 그래서 허리 통증보다 ‘걷다가 다리가 아파 자꾸 멈춘다’는 말이 더 눈에 띌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동네 한 바퀴를 걸었는데 요즘은 몇 분 걷고 쉬어야 한다면, 통증이 시작되는 시점과 쉬었을 때 달라지는 모습을 기억해 둘 만하다. 다리 통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이런 양상만으로 척추협착증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진료 때 설명할 단서로 삼는 편이 정확하다.
마트 카트에 기대면 편한 이유
허리를 살짝 굽히면 신경이 지나는 공간이 넓어져 증상이 누그러질 수 있다. 그래서 카트를 밀거나 앉아서 쉬면 걷기가 좀 나아지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꼿꼿하게 오래 서 있을 때 불편할 수도 있다. 영국 셔우드 포리스트 병원의 환자 안내에도 카트를 밀거나 자전거를 탈 때 통증이 덜한 사례가 나온다.
그렇다고 일부러 계속 허리를 구부리고 다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편한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고, 넘어질 위험이 있는 상태라면 걷는 방식부터 무리해서 바꾸기 어렵다. 내가 일상에서 먼저 눈여겨볼 부분은 ‘얼마나 걸으면 불편한가’, ‘앉아서 쉬면 얼마나 빨리 가라앉는가’다. 같은 길도 몸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한 번의 기록보다 며칠간의 변화를 보는 게 낫겠다.
검사 결과보다 생활의 불편함을 함께 봐야 한다
병원에서는 증상이 언제 시작됐는지, 통증이 어디로 퍼지는지, 걷거나 몸을 움직일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묻고 다리의 힘과 감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필요하면 영상검사를 더한다. 다만 미국 국립관절염·근골격·피부질환연구소는 영상검사만으로 치료 필요성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검사 사진에 좁아진 곳이 보여도 실제 증상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치료도 모두 같은 순서로 가지 않는다. 증상과 몸 상태에 따라 물리치료와 운동, 약물치료 등을 고려하고, 필요한 경우 주사치료나 수술을 논의한다. 운동은 통증을 참으며 걷는 거리를 무작정 늘리는 식보다 의료진과 현재 가능한 강도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수영이나 실내 자전거처럼 비교적 편한 활동이 맞는 사람도 있다. 반면 다리의 힘이 떨어져 걷기 어렵거나 다른 치료에도 일상이 크게 제한되면 수술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
진료를 받는다면 ‘아파요’ 한마디보다 최근 달라진 장면을 떠올려 말하는 게 좋겠다. 이를테면 버스 정류장까지 걷다가 몇 번 쉬게 됐는지, 앉으면 저림이 줄어드는지, 한쪽 다리인지 양쪽 다리인지 같은 내용이다. 막상 진료실에 들어가면 잊기 쉬워서 휴대전화 메모에 짧게 적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변화는 기다리지 않는 편이 좋다
걷기 불편한 정도를 관찰하는 것과 급한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은 별개다. 새롭게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대소변 조절이 어려워진 경우, 회음부나 항문 주변 감각이 둔해진 경우에는 즉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 양쪽 다리의 힘이나 감각이 갑자기 나빠지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이런 변화를 심각한 신경 압박을 의심할 신호로 안내한다.
그 외에도 걷는 거리가 계속 줄거나 다리 힘이 약해지는 느낌이 든다면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게 좋겠다. 척추협착증이라는 이름보다 중요한 건 내 몸에서 실제로 달라진 점이다. 다음에 걷다가 잠시 멈추게 된다면 그냥 ‘나이 탓인가’ 하고 넘기기보다,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불편했는지 먼저 떠올려 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