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보리식빵을 구우면 꼭 듣는 말이 있어요. “보리가루를 많이 넣었는데 왜 빵이 낮고 퍽퍽하죠?” 저도 처음엔 구수한 맛을 더 내겠다고 보리가루를 욕심껏 넣었다가, 식빵 대신 묵직한 빵을 꺼낸 적이 있습니다. 찰찰보리식빵처럼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집에서 내려면 보리의 양보다 반죽의 수분과 발효 상태를 먼저 봐야 해요. 아래 배합은 매장 제품의 공개 레시피가 아니라, 가정용 오븐에 맞춘 보리식빵입니다.
보리가루는 밀가루 여섯 숟갈에 한 숟갈 정도
20×10×10cm 안팎의 식빵 틀 1개 분량입니다. 강력분 250g, 찰보리가루 50g, 우유 200g, 설탕 22g, 소금 5g,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4g, 무염버터 25g을 준비합니다. 반죽 상태를 보며 더 넣을 우유 10~20g도 따로 두세요. 우유와 버터는 차갑지 않게 미리 꺼내 두면 섞기가 편합니다.
찰보리가루가 없다면 일반 보리가루 50g으로 바꿀 수 있어요. 구수한 맛은 나지만 찰진 느낌은 조금 줄어듭니다. 보리가루 자체가 없다면 강력분 50g을 더 넣고 우유는 처음에 190g만 넣으세요. 이 경우에는 보리식빵이 아니라 기본 우유식빵에 가까워집니다. 우유 대신 물을 쓴다면 같은 무게로 시작하되, 완성된 빵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은 조금 달라져요.
보리가루를 더 넣고 싶어도 첫 판은 50g으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보리가루의 비율이 높아지면 반죽이 잘 늘어나지 않아 식빵이 덜 부풀 수 있거든요. 쫀득함을 더하고 싶어서 보리가루를 한꺼번에 늘리는 것보다, 우선 이 배합으로 구워 보고 다음번에 10g씩 조절하는 편이 결과를 읽기 쉽습니다.
우유는 남겨 두고 반죽을 먼저 살피세요
큰 볼에 강력분과 찰보리가루, 설탕, 이스트를 섞고 소금을 넣습니다. 우유 200g을 부어 마른 가루가 안 보일 때까지 섞으세요. 덮어서 15분 쉬게 하면 가루가 수분을 머금어 손반죽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이때부터 우유를 더 붓고 싶어도 잠깐 기다리는 게 좋아요. 처음에는 거칠고 뻣뻣해 보여도 쉬고 나면 느낌이 달라집니다.
쉰 반죽을 손바닥으로 밀고 접으며 7~8분 반죽합니다. 한 덩어리로 모이고 손에 달라붙어도 조금씩 떨어진다면 그대로 진행하세요. 가루가 남고 접을 때 가장자리가 툭툭 찢어질 만큼 뻣뻣하다면 남겨 둔 우유를 5g씩 넣습니다. 반대로 손에 묻는다는 이유만으로 강력분을 계속 뿌리면 구웠을 때 속살이 마르기 쉬워요. 손에 묻은 반죽은 주걱으로 긁어 모으며 상태를 보세요.
반죽이 어느 정도 매끈해졌을 때 부드러운 버터 25g을 넣고 6~8분 더 반죽합니다. 버터를 처음부터 넣으면 가루가 물을 머금는 과정이 더디고, 지금 넣으면 반죽 상태를 확인하기도 쉽습니다. 버터를 넣은 직후 반죽이 미끄럽게 갈라져 보여도 정상이에요. 계속 접고 밀면 다시 한 덩어리로 모입니다. 반죽을 얇게 늘렸을 때 찢어지기 전까지 어느 정도 막이 생기면 충분합니다. 보리가루가 섞였으니 흰 식빵 반죽처럼 아주 얇고 투명한 막을 목표로 오래 치대지는 마세요.
시계보다 반죽의 높이로 발효를 판단합니다
반죽을 둥글려 기름을 얇게 바른 볼에 담고 덮습니다. 실내가 따뜻한 25~27℃ 정도라면 1차 발효에 대략 60~90분이 걸려요. 처음 크기의 1.7~2배가 되고, 밀가루 묻힌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을 때 자국이 천천히 올라오면 다음 단계로 갑니다. 겨울 주방에서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요. 뜨거운 곳에 올려 빨리 부풀리기보다는, 따뜻한 자리에 두고 크기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부푼 반죽을 꺼내 손바닥으로 가볍게 눌러 큰 공기를 뺍니다. 2등분해 둥글린 뒤 덮어서 15분 쉬게 하세요. 바로 밀면 반죽이 자꾸 줄어드는데, 잠깐 쉬게 하면 모양 잡기가 쉬워집니다. 각 반죽을 틀 너비보다 조금 좁은 타원으로 밀고 양옆을 안으로 접은 다음 단단하게 말아 줍니다. 끝을 꼬집어 붙여 두 덩이를 틀에 나란히 넣으세요. 틀 안쪽에는 버터나 식용유를 아주 얇게 바릅니다.
2차 발효는 반죽 윗면이 틀 높이 근처까지 올라올 때까지, 보통 40~60분입니다. 여기서 덜 부풀린 채 오븐에 넣으면 옆면이 터지거나 속이 조밀해질 수 있어요. 너무 오래 두어 윗면이 주름지며 힘없이 꺼지기 시작했다면 이미 발효가 많이 된 상태입니다. 이때는 더 기다리지 말고 바로 굽되, 다음번에는 2차 발효 시간을 줄이세요.
윗면 색과 바닥 소리까지 확인하며 굽습니다
2차 발효가 끝나기 15분쯤 전 오븐을 190℃로 예열합니다. 틀을 넣고 180℃에서 28~33분 굽되, 20분쯤 지났을 때 윗면이 진하게 갈색으로 변했다면 호일을 느슨하게 덮으세요. 오븐마다 열이 달라 시간은 조금씩 다릅니다. 다 구운 빵은 틀에서 바로 꺼내 식힘망에 올리고, 바닥을 두드렸을 때 둔탁하게 축축한 느낌 없이 가볍게 울리는지 확인합니다. 온도계가 있다면 빵 중심이 93~96℃인지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속이 떡처럼 눌린다면 먼저 덜 구워졌는지 확인하세요. 윗면만 짙고 속이 젖어 있다면 다음에는 오븐 온도를 10℃ 낮추고 몇 분 더 굽는 편이 낫습니다. 빵이 작고 단단하다면 보리가루를 너무 늘렸거나 발효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죽이 퍼지고 굽는 동안 주저앉았다면 우유를 지나치게 넣었는지, 2차 발효가 길었는지 되짚어 보세요. 실패한 빵도 얇게 썰어 약한 불의 팬에서 앞뒤로 구우면 수분이 날아가 먹기 좋아집니다.
갓 구운 식빵은 향이 좋지만 뜨거울 때 자르면 속이 뭉개져요. 적어도 1시간은 식힌 뒤 썰고, 그날 먹을 양만 실온에 두세요. 남은 빵은 한 장씩 나눠 밀봉해 냉동했다가 약한 불의 팬이나 토스터에서 데우면 됩니다. 저는 보리 향을 더 느끼고 싶을 때 잼보다 버터를 아주 얇게 바릅니다. 첫 판에서 반죽이 어떻게 부풀고 식은 뒤 어떤 결이 나왔는지만 기억해도, 다음 식빵은 훨씬 마음에 들게 구워질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