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자취를 시작한 분들을 만나면 “레시피대로 했는데 왜 싱겁거나 타죠?”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제 주방에서도 처음엔 물을 눈대중으로 붓고 센 불에 서둘러 볶다가 같은 실수를 했어요. 혼자 먹는 요리는 재료가 적은 만큼 불 세기와 물 양이 맛을 크게 바꿉니다. 장을 한 번 보고 돌려 만들기 좋은 자취 요리 모음 네 가지를 적어볼게요. 모두 1인분이고, 계량스푼의 1큰술은 15ml, 1작은술은 5ml입니다.
달걀과 두부부터 장바구니에 담기
기본 재료는 달걀 2개, 두부 1모, 작은 참치캔 1개, 김치 150g, 양배추 1/4통, 양파 1개면 충분합니다. 밥은 1공기씩 나눠 두고, 간장·된장·식용유·다진 마늘이 있다면 아래 네 끼를 만들 수 있어요. 파나 고춧가루는 있으면 쓰고 없어도 됩니다. 양배추는 썰어서 씻은 뒤 물기를 털어 두면 덮밥과 국에 나눠 넣기 편합니다.
한 번에 전부 손질할 필요는 없어요. 양파 반 개만 먼저 썰어 덮밥과 국에 쓰고, 남은 반 개는 볶음밥에 넣으면 됩니다. 김치찌개에는 양파를 생략해도 맛이 납니다. 재료를 한 가지씩 여러 요리에 쓰면 남은 채소 때문에 또 다른 레시피를 찾는 일이 줄어들더군요.
밥이 질어지지 않는 달걀볶음밥
재료는 찬밥 1공기(약 210g), 달걀 1개, 양파 1/4개(약 40g), 식용유 1큰술, 간장 1작은술입니다. 양파 대신 잘게 썬 양배추 40g을 넣어도 됩니다. 밥이 따뜻하다면 넓은 그릇에 펼쳐 김을 5분쯤 빼주세요. 수분이 많은 밥을 바로 볶으면 기름을 더 넣어도 덩어리지기 쉽습니다.
- 팬을 중불로 1분 데운 뒤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2분 볶습니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한쪽으로 밀어 둡니다.
- 빈자리에 달걀을 깨 넣고 젓가락으로 30초쯤 저어 촉촉하게 익힙니다. 달걀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밥을 넣어야 고루 섞입니다.
- 밥 덩어리를 주걱으로 펴면서 2~3분 볶습니다. 팬 가장자리에 간장을 둘러 10초 끓인 다음 전체를 섞고 불을 끕니다.
팬 바닥에 밥이 붙으면 불부터 중약불로 낮추세요. 물을 붓기보다 주걱으로 밥을 잠깐 떼어내고 기름 1작은술을 더하는 편이 볶음밥 식감을 지키기 쉽습니다. 반대로 밥이 너무 축축하다면 넓게 펴서 중불에 1분 더 두고, 그동안은 자주 젓지 마세요.
물 300ml로 시작하는 참치김치찌개
김치 120g, 참치 70g, 물 300ml, 김칫국물 1큰술, 다진 마늘 1/2작은술을 준비합니다. 참치가 없다면 두부 100g을 넣고 김칫국물을 1큰술 더하세요. 두부는 국물 맛을 내는 재료가 아니어서 김치의 양념을 조금 보태는 겁니다. 김치가 아주 시다면 설탕 1/2작은술도 준비해 두세요.
- 냄비에 김치와 참치캔의 기름 1작은술을 넣고 중불에서 2분 볶습니다. 캔에 기름이 거의 없다면 식용유 1작은술을 쓰면 됩니다.
- 물과 김칫국물, 마늘을 넣고 끓어오르면 중약불로 낮춰 뚜껑을 살짝 열고 8분 끓입니다. 그다음 참치 살을 넣어 2분 더 끓입니다.
- 국물을 맛보고 싱거우면 간장 1/2작은술씩 추가합니다. 너무 시면 준비한 설탕을 넣고 1분 더 끓입니다.
예전에 물을 500ml 넘게 붓고 김치를 오래 끓이면 진해질 줄 알았어요. 국물만 많아지고 맛은 여전히 흐렸습니다. 그럴 때는 센 불로 졸이기보다 김칫국물 1큰술을 넣고 2분 더 끓이는 게 낫습니다. 짜졌다면 물을 한꺼번에 붓지 말고 50ml씩 더해 맛을 보세요.
두부가 부서져도 맛있는 간장덮밥
두부 150g, 양배추 80g, 양파 1/4개, 밥 1공기, 식용유 1작은술이 필요합니다. 양념은 간장 1큰술, 물 2큰술, 설탕 1/2작은술을 미리 섞어 둡니다. 양배추가 없다면 양파를 1/2개로 늘려도 좋아요. 두부는 키친타월로 겉물기만 눌러 닦고 2cm 크기로 썹니다.
- 팬을 중불로 데운 뒤 기름을 두르고 두부를 올립니다. 2분간 건드리지 않고 익힌 다음 뒤집어 1분 더 굽습니다.
- 양파와 양배추를 넣고 2분 볶습니다. 채소가 살짝 숨이 죽으면 섞어 둔 양념을 붓습니다.
- 중약불에서 2분 끓여 양념이 바닥에 조금 남을 때 밥 위에 올립니다.
두부를 넣자마자 뒤집으면 표면이 팬에 붙어 쉽게 부서집니다. 기다렸다가 가장자리가 노릇해질 때 뒤집는 순서가 중요해요. 그래도 두부가 깨졌다면 그대로 채소와 볶으면 됩니다. 양념이 다 졸아 짜게 느껴질 때는 물 1큰술을 넣고 30초만 더 끓이세요.
남은 양배추로 끓이는 된장국
물 350ml, 양배추 80g, 양파 1/4개, 된장 1큰술을 씁니다. 두부가 남았다면 50g 정도 더 넣으세요. 냄비에 물과 양배추, 양파를 넣고 중불로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5분 더 익힌 뒤 된장을 국물에 풀고 중약불에서 3분 끓입니다. 된장을 뒤에 넣으면 국물을 맛보며 양을 조절하기 편합니다.
된장마다 짠맛이 달라서 처음부터 1큰술을 다 넣기 불안하다면 2작은술만 풀고 맛을 보세요. 짜다면 물 50ml와 양배추 한 줌을 더 넣고 2분 끓입니다. 싱거우면 된장 1/2작은술을 국물에 따로 풀어 넣으면 덩어리 없이 섞입니다. 애호박이나 버섯이 있으면 양배추 일부 대신 넣어도 되지만, 일부러 사 오지 않아도 충분한 국이에요.
혼자 먹는 밥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밥 한 공기와 남은 재료를 기준으로 물을 재고 불을 한 단계 낮추는 것만으로도 맛이 한결 일정해져요. 저는 요리교실에서도 첫날부터 메뉴를 많이 늘리기보다, 이 네 가지를 편하게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는 쪽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