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실에서 경제 뉴스를 읽다 보면 같은 숫자를 두고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장면을 자주 봅니다. “성장률이 올랐다는데 왜 살림은 빠듯하죠?”라는 질문도 나옵니다. 숫자가 틀려서가 아닙니다. 각 지표가 재는 대상과 비교 기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주 등장하는 경제 용어를 생활 속 장면에 붙여 보겠습니다.
경제가 커졌다는 말은 무엇을 잰 걸까요?
국내총생산, GDP는 일정 기간 국내에서 새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합한 값입니다. 한국은행 설명대로라면 ‘누가 생산했는가’보다 ‘어디에서 생산했는가’가 기준입니다. 외국 기업이 국내 공장에서 만든 제품도 포함되고,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생산분은 그 나라 GDP에 잡힙니다.
명목 GDP는 해당 시기의 가격을 반영합니다. 반면 실질 GDP는 가격 변화의 영향을 덜어 생산량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려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빵 생산량이 100개로 그대로인데 한 개 가격만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올랐다면, 빵의 명목 생산액은 10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생산량이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경제성장률을 읽을 때는 주로 실질 GDP의 변화를 봅니다.
기사에 나온 성장률의 비교 기준도 확인해야 합니다. ‘전기 대비’는 바로 앞 분기와 비교하고, ‘전년 동기 대비’는 1년 전 같은 분기와 비교합니다. 가령 올해 2분기 수치가 올해 1분기보다 0.5% 높고 지난해 2분기보다 2% 높을 수 있습니다. 두 수치는 동시에 성립합니다. 성장률이 플러스라는 말 역시 경제 전체의 생산이 늘었다는 뜻이지, 모든 가구의 소득이 같은 비율로 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는데 왜 가격은 높을까요?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가 구입하는 여러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묶어 보여줍니다. 품목마다 지출 비중이 달라 가중치를 적용합니다. 통계청은 소비 형태의 변화를 반영하려고 조사 품목과 가중치를 주기적으로 바꿉니다. 따라서 지수는 모든 물건값의 단순 평균도, 어느 한 가구의 장바구니 영수증도 아닙니다.
물가상승률이 5%에서 2%로 내려갔다고 가정해 보죠. 가격이 5% 올랐던 시기보다 오르는 속도가 느려진 것입니다. 이미 오른 가격이 3% 내려갔다는 뜻은 아닙니다. 1,000원이던 물건이 5% 올라 1,050원이 되고, 다음 기간에 다시 2% 오르면 1,071원입니다. ‘물가가 안정됐다’는 보도를 접할 때 가격 수준과 상승 속도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체감 물가가 지표와 다른 데에도 까닭이 있습니다. 집세나 외식비처럼 각자가 자주 지출하는 항목은 가계마다 다릅니다. 통계청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외에 자주 사는 품목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 변동성이 큰 일부 품목을 제외해 추세를 보는 근원물가지수도 발표합니다. 어느 지표를 인용했는지에 따라 기사가 전하는 장면이 달라집니다.
기준금리와 대출금리는 같은 숫자일까요?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정하는 금리입니다. 예금과 대출 금리는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 대출 기간, 신용 위험, 상품 조건 등을 거쳐 결정됩니다. 기준금리가 움직이면 시중 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모든 대출 금리가 같은 날 같은 폭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변동금리 대출이라도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삼는지, 금리를 몇 개월마다 다시 정하는지에 따라 반영 시점이 다릅니다.
명목금리는 계약서에 적힌 금리입니다. 실질금리는 물가 변화를 감안한 구매력 관점의 금리입니다. 예금금리가 연 4%이고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3%라면 실질금리는 대략 1%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빠른 이해를 위한 근삿값이고, 세금이나 수수료를 고려한 실제 수익과도 다릅니다. 금리가 ‘높다’는 기사에서는 누구의 금리인지, 물가를 반영한 수치인지까지 읽어야 합니다.
환율 상승은 누구에게 같은 뜻일까요?
원·달러 환율은 달러 1개를 사는 데 필요한 원화의 양입니다. 1달러에 1,300원이었다가 1,400원이 되면 원·달러 환율은 오르고 원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 내려간 것입니다. 100달러짜리 수입품의 달러 가격이 그대로라면 원화 환산액은 13만 원에서 14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실제 판매가는 운송비, 계약 시점, 세금 등에도 좌우됩니다.
반대로 달러로 대금을 받는 수출 기업은 같은 100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더 많은 원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환율 상승이 모든 수출 기업에 이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원자재를 달러로 사 오거나 외화 빚을 갚아야 한다면 비용도 함께 늘 수 있습니다. 환율 기사에서는 기업이나 가계가 달러를 받는 쪽인지, 지불하는 쪽인지 먼저 살피면 맥락이 잡힙니다.
경상수지는 나라 밖과의 일상적인 거래에서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한국은행은 이를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나눕니다. 상품 수출이 잘돼도 해외여행 관련 서비스 지급이 늘거나 해외에 지급한 소득이 커지면 전체 경상수지의 움직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출 증가’와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같은 말로 읽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고용률이 올랐는데 실업률도 오를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고용률은 일정 연령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의 비율이고,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의 비율입니다. 두 지표의 분모가 다릅니다. 일을 구할 생각이 없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보통 실업률 계산에 들어가는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업률 하나만으로 일자리 사정을 전부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가령 100명 가운데 취업자 60명, 구직 중인 실업자 5명이라면 고용률은 60%,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65명을 기준으로 약 7.7%입니다. 이후 취업자가 61명, 실업자가 6명이 되었다고 가정하면 고용률은 61%로 오르고 실업률도 67명 가운데 6명인 약 9.0%로 오릅니다. 구직에 나선 사람이 늘면서 두 비율이 함께 상승한 셈입니다.
경제 기사에서 숫자 하나가 좋아졌거나 나빠졌다는 말을 들으면, 저는 먼저 그 숫자가 무엇을 세었는지 묻습니다. 그다음 비교한 시기와 분모를 확인합니다. 같은 뉴스라도 그 두 가지를 알고 읽으면 생활에서 느끼는 변화와 통계가 왜 다르게 보이는지 훨씬 차분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