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프레스 커피 맛있게 내리는 방법

프렌치 프레스 커피 맛있게 내리는 방법

며칠 전 로스터리 손님이 프렌치 프레스로 내린 커피가 늘 텁텁하다며 원두를 바꿔야 할지 물었다. 같은 원두로 함께 내려 보니 차이는 원두보다 분쇄도와 기다리는 시간에 있었다. 프렌치 프레스는 구조가 단순해서 시작하기 쉽지만, 컵에 남는 작은 차이까지 그대로 드러나는 기구다.

먼저 원두와 물의 양을 맞춘다

처음에는 원두 20g에 물 300g으로 시작한다. 원두와 물의 비율로 쓰면 1 대 15다. 이때 300g은 붓는 물의 양이다. 커피 가루가 물을 머금으므로 컵에 따르는 양은 그보다 적다. 계량컵의 눈금보다 저울로 재는 편이 낫다. 원두를 한 숟가락 뜰 때마다 무게가 달라지면, 맛이 달라진 이유도 찾기 어려워진다.

연한 커피를 좋아한다면 물을 무작정 더 붓기 전에 추출이 충분했는지 살핀다. 덜 추출된 커피는 물처럼 옅으면서도 시큼할 수 있다. 반대로 향은 좋은데 입안에서 너무 진하게 느껴진다면 같은 방식으로 내리고 물을 조금 더해 마셔도 된다. 농도와 추출 정도는 다른 문제라서, 한 번에 한 가지만 바꾸는 편이 맛을 잡기 쉽다.

원두는 내리기 직전에 가는 것이 좋다. 봉지를 연 뒤 오래 둔 분쇄 원두는 향이 빠르게 약해진다. 로스팅 날짜도 확인한다. 볶은 직후에는 가스가 많아 맛이 불안정할 수 있고, 시간이 너무 지나면 향이 둔해진다. 적당한 시점은 로스팅 정도와 보관 상태에 따라 달라서 날짜 하나로 단정하지 않는다. 개봉한 원두는 밀폐해 빛과 열을 피해 두고, 며칠에 걸쳐 맛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는 편이 정확하다.

굵기는 설탕 알갱이보다 조금 크게 시작한다

프렌치 프레스에는 흔히 굵게 간 원두를 쓰라고 한다. 맞는 출발점이지만 굵을수록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니다. 너무 굵으면 단맛이 나오기 전에 추출을 끝내기 쉽다. 나는 처음 쓰는 원두를 굵은 설탕 알갱이 정도로 갈고, 마셔 본 뒤 한 단계씩 조절한다. 분쇄 입자가 고르게 나오지 않는 그라인더라면 아주 고운 가루가 섞여 컵이 더 탁해질 수 있다.

맛이 시고 속이 빈 듯하면 조금 더 곱게 간다. 거칠고 떫은 맛이 길게 남으면 한 단계 굵게 가는 쪽을 먼저 시험한다. 다만 떫은맛은 분쇄도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뜨거운 물을 쓴 채 오래 담가 두었거나, 다 내린 커피를 가루와 함께 프레스에 계속 두어도 뒷맛이 무거워진다. 원인을 찾을 때는 분쇄도, 물 온도, 시간을 한꺼번에 바꾸지 않는 게 좋다.

장비를 고를 때도 프레스 본체의 가격보다 분쇄 상태를 먼저 본다. 망이 잘 맞물리고 세척하기 편한 프레스면 일상에서는 충분하다. 원두를 계속 직접 갈 계획이라면 분쇄도를 조절할 수 있는 그라인더가 맛의 일관성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비싼 모델을 바로 살 필요는 없다. 지금 쓰는 기구로 같은 굵기를 반복해서 만들 수 있는지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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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온도와 시간을 고정하고 내린다

물은 92~96℃에서 시작한다. 온도계가 없다면 물을 끓인 뒤 뚜껑을 열어 잠깐 식혀 쓰면 된다. 다만 식는 속도는 주전자와 물의 양에 따라 달라서 몇 초면 정확히 몇 도가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볶음이 짙고 쓴맛이 쉽게 올라오는 원두라면 낮은 쪽, 밝게 볶아 맛이 잘 풀리지 않는 원두라면 높은 쪽에서 출발한다.

프레스에 원두 20g을 담고 물 300g을 한 번에 부은 다음, 마른 가루가 없도록 가볍게 저어 준다. 뚜껑을 덮되 바로 누르지는 않는다. 물이 닿은 때부터 4분을 잰다. 중간에 물을 조금 붓고 기다리는 단계는 이 레시피에선 필요하지 않다. 모든 가루가 고르게 젖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4분이 지나면 표면에 뜬 가루층을 숟가락으로 가볍게 깨고, 떠오른 거품과 큰 가루를 걷어 낸다. 그 뒤 2~3분 더 기다리면 작은 입자가 바닥으로 가라앉아 컵이 한결 맑아진다. 급한 아침에는 이 기다림을 줄여도 된다. 대신 마지막 한 모금에 가루가 더 섞일 수 있다.

필터는 세게 밀지 말고 천천히 내린다. 잘 내려가지 않는다면 힘으로 누르기보다 분쇄도가 너무 고운지 확인한다. 누른 뒤에는 커피를 다른 서버나 컵에 곧바로 따른다. 프레스 안에 계속 두면 가루와 물이 접촉한 채로 남아 맛이 변한다. 마지막 바닥 부분까지 흔들어 따르지 않으면 잔에 남는 미분도 줄어든다.

컵에 남은 맛으로 다음 한 잔을 조절한다

프렌치 프레스 커피는 종이 필터를 거치지 않아 커피의 기름 성분과 작은 입자가 컵에 남는다. 그래서 같은 원두라도 드리퍼로 내렸을 때보다 질감이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혀에 닿는 그 질감을 좋아하는 손님도 있고, 맑은 뒷맛을 더 좋아하는 손님도 있다. 미분이 조금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추출이 잘못됐다고 볼 필요는 없다.

처음 내린 잔이 시고 향이 충분히 펼쳐지지 않았다면 다음에는 분쇄도를 한 단계 곱게 해 본다. 너무 진하지만 쓴맛이나 떫은맛은 없다면 물의 양을 320g 정도로 늘려 비교한다. 떫고 텁텁하다면 가루를 오래 담가 두었는지, 바닥까지 따라 마셨는지 먼저 확인한다. 이렇게 맛과 바꾼 조건을 짧게 적어 두면 같은 원두의 두 번째 잔은 훨씬 수월해진다.

추출을 끝낸 뒤에는 망과 필터 사이에 낀 가루도 씻어 낸다. 오래 남은 커피 기름의 냄새가 다음 잔에 섞이면 원두가 가진 향을 판단하기 어렵다. 매번 거창하게 관리할 필요는 없지만, 분리할 수 있는 필터라면 가끔 풀어서 씻고 완전히 말려 두는 게 좋다.

내가 프렌치 프레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숫자를 몇 개만 맞추면 원두의 질감과 향을 편하게 느낄 수 있어서다. 20g, 300g, 4분에서 시작해 한 잔을 마셔 보고 조금씩 바꾸면 된다. 결국 오래 기억에 남는 레시피는 남이 정해 준 정답보다 자기 컵에서 맛있었던 기록에 가깝다.

프렌치 프레스 커피 맛있게 내리는 방법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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