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24평 아파트 인테리어 견적서를 보여줬는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벽지 가격이 아니라 빠진 항목이었습니다. 가구를 옮기는 비용, 낡은 벽지 철거, 벽면 보수는 별도였어요. 11년 동안 집을 직접 고치며 배운 건 이겁니다. 인테리어비용은 자재값만 더해서는 맞지 않습니다. 공구와 소모품, 작업 시간, 예상 못 한 보수비까지 넣어야 실제 지출에 가까워져요.
견적은 방 크기보다 작업 범위부터 적으세요
같은 24평 집도 도배를 방 한 칸만 하는지, 천장까지 전부 하는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숨고가 공개한 24평 기준 도배 비용은 합지 약 80만~130만 원, 실크 약 130만~180만 원입니다. 이 숫자는 출발점으로만 보세요. 짐이 들어찬 집인지, 기존 벽지를 뜯어야 하는지, 곰팡이나 들뜬 부분이 있는지에 따라 견적이 올라갑니다.
저는 견적을 받을 때 작업할 벽과 천장을 따로 적고 사진을 함께 보냅니다. ‘거실 도배’라고만 쓰면 업체마다 떠올리는 범위가 다르거든요. 창문과 방문 주변, 붙박이장 뒤쪽, 걸레받이 위까지 포함하는지도 확인합니다. 천장 포함 여부와 기존 자재 철거·폐기물 처리 비용은 특히 따로 물어봐야 합니다.
- 기본 작업비: 자재와 시공 인건비
- 현장 추가비: 철거, 벽면 보수, 가구 이동, 폐기물 처리
- 내가 쓸 비용: 공구 구매·대여, 보양재, 마스킹테이프, 부족한 자재의 추가 배송비
- 여유 예산: 계산한 금액의 15~20% 정도
여유 예산은 무조건 쓰라는 돈이 아닙니다. 벽지를 떼어 보니 퍼티로 메워야 할 자리가 나오거나, 페인트를 한 번 더 칠해야 할 때를 위한 자리예요. 예상 지출이 100만 원이라면 처음부터 115만~120만 원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보는 편이 마음이 편했습니다.
직접 하면 아끼는 곳과 맡겨야 하는 곳
처음 셀프 시공을 한다면 작은 방 한쪽 벽 페인트칠부터 권합니다. 가구를 옮기고 바닥을 덮은 뒤, 벽을 닦고 구멍을 메우고 테이프를 붙이는 준비가 칠하는 시간보다 길 수 있어요. 작은 벽 한 면도 준비와 2회 도장, 건조 시간을 생각하면 하루 일정으로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페인트 용량은 제품에 적힌 도포 면적을 보고 2회 칠할 양으로 계산하세요. 거친 벽은 생각보다 페인트를 많이 먹습니다.
준비물은 수성 페인트, 롤러와 붓, 트레이, 보양 비닐, 마스킹테이프, 퍼티와 사포 정도입니다. 드라이버나 수평계처럼 다음 작업에도 계속 쓸 도구는 사도 괜찮지만, 해머드릴처럼 가끔 쓰는 장비는 대여가 나을 수 있어요. 선반은 벽이 석고보드인지 콘크리트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벽체에 맞는 고정재를 모르거나 배관·배선 위치가 의심되면 구멍을 뚫지 않는 게 맞습니다.
도배는 한 면 정도면 직접 해볼 만하지만, 천장과 집 전체는 얘기가 다릅니다. 벽면 상태를 고르고 이음매를 맞추는 데 시간이 많이 들고, 실패하면 자재를 다시 사야 합니다. 실크벽지나 곰팡이가 있던 벽은 전문가 견적을 먼저 받아보세요. 누수 원인을 찾지 않은 채 벽지만 새로 붙이면 얼룩이 돌아옵니다.
전선 연결, 조명 위치 변경, 콘센트 증설 같은 전기 작업과 수도 배관 변경은 직접 손대지 않습니다. 조명 기구값이 아까워도 감전이나 누수의 손해와 비교할 일은 아니에요. 기존 조명을 다른 제품으로 바꾸고 싶다면 배선 상태와 설치 가능 여부를 전기 작업자에게 확인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욕실 방수 역시 하자가 아래층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 영역으로 두는 게 좋습니다.
작은 방 하나로 예산을 짜 보면
가령 작은 방의 벽 한 면을 칠하고 선반 하나를 단다고 해볼게요. 이때 ‘페인트값 5만 원, 선반값 3만 원’처럼 물건값만 적으면 실제 계산이 어긋납니다. 페인트와 선반을 고른 다음 보양재·롤러·퍼티·고정재를 장바구니에 담고, 공구 대여료나 배송비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도구를 이미 갖고 있다면 그만큼 비용이 줄어요. 반대로 벽 보수가 크거나 선반을 달 벽의 구조를 확인할 수 없다면 전문가 비용이 추가됩니다.
시간도 예산에 넣습니다. 가구 이동과 보양에 1~2시간, 벽면 보수와 테이핑에 1~2시간, 칠하고 도구를 씻는 데 2~3시간 정도를 잡으면 작은 작업도 반나절을 훌쩍 넘습니다. 건조 시간에는 다음 칠을 서두르지 말고 제품 설명을 따르세요. 예전에 덜 마른 벽에 서둘러 두 번째 칠을 했다가 롤러에 첫 칠이 묻어 나와 다시 손본 적이 있습니다.
업체에 맡길 때도 계산 방식은 같습니다. 자재의 제품명과 등급, 시공 면적, 철거와 보수 범위, 폐기물 처리, 추가금이 생기는 조건을 같은 기준으로 적어 두세 곳에 보내세요. 숨고의 공개 견적도 현장 상태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고 안내합니다. 총액만 비교하면 한 곳은 철거비가 포함되고 다른 곳은 빠진 견적을 같은 값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돈을 쓰기 전에 먼저 벽 상태를 보세요
인테리어비용을 줄이고 싶을수록 싼 자재부터 찾기 쉬운데, 저는 벽과 바닥 상태를 먼저 봅니다. 페인트가 들뜨는 벽, 물기가 남은 벽, 흔들리는 바닥 위에 새 마감재를 얹으면 곧 다시 돈이 들어가요. 작은 벽은 직접 칠하고, 범위가 넓거나 원인 파악이 필요한 곳은 맡기는 식으로 나누면 예산을 쓰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집을 고치는 재미는 직접 한 흔적이 남는 데 있습니다. 다만 주말 이틀과 공구값까지 써야 하는 작업이라면 업체 견적이 오히려 합리적일 수도 있어요. 제가 먼저 계산하는 건 얼마나 아끼는지가 아니라, 그 비용으로 어디까지 안전하게 끝낼 수 있는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