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강의에서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둔화한다’는 뉴스 문장을 함께 읽었습니다. 익숙한 단어들인데도 물가가 얼마나 올랐다는 뜻인지, 경기가 둔화하면 경제 규모가 줄어든다는 뜻인지 의견이 갈렸습니다. 경제 뉴스를 읽을 때는 용어 하나보다 그 수치가 무엇과 무엇을 비교하는지 먼저 보는 편이 이해가 빠릅니다.
물가가 올랐다는 말은 무엇을 비교한 걸까요?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가 주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움직임을 묶어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물가상승률은 이 지수가 비교 시점보다 얼마나 변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같은 달의 지수가 100이고 올해 같은 달이 103이라면 전년 같은 달 대비 상승률은 3%입니다. 지난달과 비교한 상승률은 별도로 계산하므로, 기사에서 ‘전년 동월 대비’인지 ‘전월 대비’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상승률이 5%에서 3%로 낮아졌다는 말은 대체로 가격이 내려갔다는 뜻이 아닙니다.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뜻입니다. 100이던 가격이 105가 된 뒤 다시 3% 오르면 약 108.15가 됩니다.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음수라면 비교 시점보다 지수가 낮아진 것입니다. 같은 ‘물가 둔화’라는 표현도 상승률의 하락과 가격 수준의 하락을 구분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발표된 평균과 내 생활비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식비, 주거비, 교통비에 쓰는 비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공통의 기준으로 변화를 비교하게 해주지만, 개별 가구의 지출 내역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습니다. 통계청 발표를 볼 때 전체 지수와 함께 어떤 품목의 변동이 컸는지 확인하면 체감과 통계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예금과 대출은 함께 움직일까요?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정하는 금리입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지만, 세 금리가 같은 날 같은 폭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 예금 유치 경쟁, 대출자의 신용도, 상품 계약 조건이 각각 반영됩니다. 그래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다는 기사만 보고 내 대출금리도 곧바로 0.25%포인트 오른다고 계산하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와 %포인트도 구별해야 합니다. 금리가 연 3%에서 연 4%가 되면 1%포인트 오른 것입니다. 기존 금리 3%와 비교한 증가율로는 약 33.3%입니다. 뉴스가 금리의 ‘폭’을 말할 때는 주로 %포인트를 씁니다. 숫자는 비슷해 보여도 의미는 꽤 다릅니다.
예금이자를 볼 때는 물가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금의 연이율이 4%이고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3%라면, 세금 등을 빼기 전 구매력의 증가율은 대략 1%입니다. 정확히 계산하면 1.04를 1.03으로 나눈 뒤 1을 빼므로 약 0.97%입니다. 통장 잔액이 늘어나는 명목 수익과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이 늘어나는 실질 수익은 이렇게 구분됩니다.
환율이 오른다는 말은 누구의 기준일까요?
국내 뉴스에서 흔히 보는 원·달러 환율은 달러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원화의 양입니다. 1달러에 1,300원에서 1,400원으로 바뀌면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고 합니다. 같은 1달러를 얻는 데 원화가 더 필요해졌으므로, 이 경우 원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 낮아진 것입니다. ‘환율 상승’과 ‘원화 가치 상승’을 같은 뜻으로 읽으면 방향이 뒤집힙니다.
환율 변화의 영향도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달러로 대금을 받는 수출기업에는 원화로 환산한 매출이 늘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달러로 원자재를 사는 기업이나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 손익은 계약 시점, 거래 통화, 환율 위험에 대비한 계약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환율 기사에서는 숫자의 방향을 확인한 다음 누가 달러를 받고 누가 달러를 내는지 살피면 됩니다.
경제성장률이 플러스인데 왜 경기가 어렵다고 할까요?
국내총생산, 즉 GDP는 일정 기간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나타냅니다. 경제성장률은 GDP가 비교 기간보다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때 물가 변화를 제거한 실질 GDP를 기준으로 읽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전기 대비 성장률인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성장률인지에 따라 비교 대상이 다르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성장률이 낮아졌다고 해서 경제 규모가 반드시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실질 GDP가 100에서 103으로 늘고 다음 해 104가 됐다면, 두 해 모두 성장했지만 증가 속도는 느려졌습니다. 경제 규모가 비교 기간보다 실제로 작아졌다면 성장률은 음수가 됩니다. 앞서 본 물가상승률과 비슷하게, 변화의 속도와 수준을 나눠 읽어야 합니다.
GDP가 늘어도 모든 가구의 소득이 같은 폭으로 늘지는 않습니다. 생산 증가가 어느 산업에서 일어났는지, 임금과 이익으로 어떻게 나뉘었는지, 물가와 고용은 어떻게 변했는지를 함께 봐야 생활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경제 뉴스를 읽을 때 저는 먼저 기준 시점과 단위를 표시합니다. 그다음 평균 수치가 누구의 경험을 설명하고, 누구의 경험은 충분히 담지 못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