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용어 버블은 왜 뒤늦게 보일까요?

경제 용어 버블은 왜 뒤늦게 보일까요?

강의에서 주가나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기사를 읽으면 누군가 꼭 묻습니다. “이거 버블 아닌가요?” 그런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경제 용어 버블은 단순한 상승장이 아니라, 자산 가격이 그 자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나 쓸모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진 상태를 가리킵니다. 더 비싸게 사 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가격을 밀어 올릴 때 자주 쓰는 말이지요.

가격이 오르면 모두 버블일까요?

주식의 가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기업이 앞으로 벌 돈이 늘어날 전망이라면 주가가 오를 이유가 있습니다.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건물도 예상 임대수익이 커지면 값이 달라질 수 있지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버블을 설명할 때 이런 미래 수익에 바탕을 둔 가치와 시장 가격의 차이를 봅니다. 다만 미래 수익은 미리 확정할 수 없으므로, 그 차이를 정확히 재기도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가령 한 기업의 주가가 1년 동안 두 배가 됐다고 해봅시다. 같은 기간 실적과 앞으로의 수익 전망도 크게 좋아졌다면 가격 상승에는 설명할 근거가 있습니다. 반대로 수익은 그대로인데 “곧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기대만 빠르게 커졌다면 버블을 의심할 이유가 생깁니다. 어느 경우든 상승률 하나로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적, 금리, 거래량, 빚을 내서 산 규모를 함께 봐야 합니다.

금리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미래에 받을 돈의 현재 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 있고, 돈을 빌리는 부담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같은 가격 상승이라도 당시의 금리와 수익 전망을 떼어 놓고 보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상승 중인 시장을 두고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대는 어떻게 가격을 다시 밀어 올릴까요?

처음에는 충분한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거나, 주택 수요가 늘거나, 자금 조달이 쉬워지는 식입니다. 가격이 오르면 그 상승 자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끕니다. 뒤늦게 들어온 매수자가 가격을 한 번 더 올리고, 먼저 산 사람의 이익이 새 매수자의 기대를 키웁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자산이 만들어 내는 수익보다 ‘다음에 얼마에 팔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빚이 끼면 움직임은 더 커집니다. 자기 돈 1억 원에 대출 1억 원을 보태 2억 원짜리 자산을 샀다고 가정해 보지요. 가격이 2억 2천만 원으로 오르면 대출금을 뺀 자기 몫은 1억 2천만 원이 됩니다. 자산 가격은 10% 올랐지만 자기 돈 기준 수익은 비용을 제외하고 20%입니다. 반대로 가격이 1억 8천만 원으로 떨어지면 자기 몫은 8천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같은 10%의 가격 변화가 빚을 낸 사람에게는 더 크게 닿습니다.

가격 하락이 시작됐을 때도 이 원리가 작동합니다. 대출을 갚기 위해 자산을 팔고, 매물이 늘어 가격이 더 내려가면 또 다른 사람이 팔아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가격 하락이 이런 연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제통화기금은 신용이 크게 늘어난 뒤 자산 가격이 꺾일 경우, 금융기관과 실물경제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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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열풍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인터넷의 성장 가능성에 자금이 몰렸습니다. 기술 변화 자체는 실제였습니다. 문제는 기업마다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어느 정도로 볼 것인지였습니다. 성장 기대가 높은 기업의 주가가 빠르게 올랐고, 이후 기대가 조정되면서 시장도 크게 내려갔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지수 자료를 보면 나스닥 종합지수는 2000년 3월 10일 5,048.62로 마감했고, 2002년 10월 9일에는 1,114.11이었습니다. 두 날짜의 마감값을 비교하면 약 78% 하락입니다. 지수 전체의 변화이므로 당시 모든 기업의 주가가 똑같이 떨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사라졌다는 뜻도 아니지요. 기술의 가능성과 그 가능성에 매겨진 당시의 가격은 서로 다른 문제였습니다.

미국 주택시장에서도 다른 경로가 나타났습니다. 2000년대 중반 주택 가격이 꺾이자 주택담보대출의 손실이 커졌고, 2007~2008년에는 관련 금융상품과 금융기관으로 불안이 퍼졌습니다. 앞선 주식시장 사례와 달리 주택은 가계의 대출, 금융기관의 자산과 촘촘히 연결돼 있었습니다. 버블을 말할 때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만큼 누가 얼마를 빌렸는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진행 중인 버블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버블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까닭은 ‘적정 가격’을 직접 관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낙관하는 쪽은 새 기술과 생산성 향상이 미래 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봅니다. 경계하는 쪽은 그 수익이 실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실패할 가능성에 비해 현재 가격이 높다고 봅니다. 둘 다 미래를 가정한 주장입니다. 시간이 지나 실제 수익이 드러나기 전에는 어느 쪽도 가격표 하나로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버블인가”라는 말이 나오면 세 가지를 나눠 봅니다. 가격이 얼마나 빨리 올랐는지, 그 사이 실제 수익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매수에 쓰인 빚은 얼마나 늘었는지입니다. 가격은 더 오를 수도, 오랫동안 제자리에 머물 수도, 급히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길을 가더라도 수익과 빚을 함께 보면 뉴스 속 ‘버블’이라는 말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립니다.

경제 용어 버블은 왜 뒤늦게 보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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