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친구 원룸에 선반을 달아주러 갔는데, 바닥에 놓인 물건부터 옮기느라 한 시간을 썼습니다. 방이 좁아서라기보다 침대에서 현관까지 걷는 길에 행거와 수납함이 겹쳐 있었어요. 원룸은 예쁜 소품을 들이기 전에 어디서 자고, 먹고, 옷을 갈아입는지부터 살펴야 손댄 만큼 편해집니다.
가구를 사기 전에 바닥에 생활 동선부터 그리기
줄자 하나와 종이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방의 가로·세로, 창문 폭, 문이 열리는 범위를 재고 콘센트 위치도 표시하세요. 그다음 침대에서 현관, 침대에서 책상, 현관에서 옷장까지 걸어봅니다. 매번 몸을 비틀어 지나가는 자리가 있다면 가구를 바꿀 후보입니다.
통로는 가능하면 60cm 안팎을 남겨두는 편이 걷기 수월했습니다. 이 숫자를 맞추려고 무조건 작은 가구를 살 필요는 없어요. 자주 여닫는 서랍 앞에는 서랍이 끝까지 나오는 길이까지 더 필요하니까요. 저는 가구를 주문하기 전에 바닥에 마스킹테이프로 실제 크기를 붙이고 하루 정도 살아봅니다. 침대 옆 탁자가 문 열리는 자리를 침범하는 문제도 이때 보입니다.
배치에 드는 재료비는 줄자와 테이프가 이미 있다면 거의 없고, 실측과 시험 배치에 1~2시간 정도 잡으면 됩니다. 혼자 무거운 침대를 움직이기 어렵다면 먼저 침구와 서랍 내용물을 빼고, 바닥 긁힘을 막을 받침을 준비하세요. 힘으로 끌다가 장판을 찢으면 배치 비용보다 복구 비용이 더 큽니다.
수납은 벽보다 물건이 쌓이는 자리에 두기
원룸에서는 수납장을 하나 더 놓는 순간 통로가 좁아지기 쉽습니다. 먼저 일주일 동안 물건이 쌓이는 자리를 보세요. 현관에 가방이 쌓이면 그 근처에 얕은 걸이, 책상 위에 화장품이 쌓이면 책상 서랍 안에 칸막이가 더 효과적입니다. 물건을 쓰는 자리와 넣는 자리가 멀면 결국 밖에 남습니다.
침대 아래 수납은 높이부터 재야 합니다. 바닥과 침대 프레임 사이가 18cm여도 바퀴가 달린 상자가 19cm면 들어가지 않아요. 침대 다리 사이 폭과 바닥의 문턱도 같이 확인합니다. 자주 꺼내는 물건은 앞쪽에, 계절 지난 옷은 뒤쪽에 두면 매번 침대를 밀지 않아도 됩니다.
- 서랍 칸막이와 수납 상자: 대략 1만~4만 원, 고르고 채우는 데 1~2시간
- 이동식 얇은 선반: 대략 2만~6만 원, 조립에 30분~1시간
- 도구: 줄자와 드라이버 정도면 대부분 충분하고, 한 번 쓰는 전동드릴은 구매보다 대여가 낫습니다.
벽 선반은 바닥을 비우는 데 좋지만 임대 원룸이라면 벽 재질과 계약 조건을 먼저 봐야 합니다. 석고보드에 무거운 책을 올릴 선반을 일반 나사 몇 개로 고정하는 건 위험합니다. 벽 구조를 모르겠다면 구멍을 뚫지 않는 가구부터 고르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접착식 고리도 벽지와 페인트를 뜯을 수 있으니 눈에 덜 띄는 곳에 먼저 시험해 보세요.
페인트와 시트지는 작은 면적부터 시험하기
방 분위기를 빨리 바꾸고 싶을 때 벽 전체를 칠하거나 가구를 시트지로 덮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원룸 벽 한 면을 칠하는 데도 가구 이동, 바닥 보양, 먼지 제거, 테이핑, 2회 칠, 건조까지 들어갑니다. 제가 2m 남짓한 벽 한 면을 칠할 때 실제 손을 움직인 시간은 반나절 정도였고, 건조 시간을 포함하면 방을 정상적으로 쓰기까지 하루 이상 잡는 게 편했습니다.
페인트를 쓸 수 있는 집이라면 벽 상태부터 보세요. 들뜬 벽지 위에 바로 칠하면 페인트가 벽지를 단단하게 붙여주지 않습니다. 습기로 얼룩진 벽이라면 원인을 먼저 확인해야 하고요. 곰팡이나 반복되는 누수가 보이면 색으로 덮지 말고 집주인이나 관리인에게 상태를 알리는 게 먼저입니다.
가구 시트지는 손잡이 주변처럼 작은 면에서 연습하면 감이 옵니다. 표면을 닦아 완전히 말린 뒤, 한 번에 뒷종이를 다 떼지 말고 조금씩 밀어 붙이세요. 모서리가 계속 들린다면 접착력이 부족하거나 표면 재질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작은 서랍 앞판 하나를 먼저 해보면 재료 낭비를 줄일 수 있어요. 시트지와 밀대, 칼을 새로 사면 대략 1만~3만 원, 서랍 앞판 2~3개에 1~2시간 정도 예상하면 됩니다. 칼을 쓸 때는 바닥 보호판을 깔고 손이 가는 방향으로 칼날을 당기지 마세요.
조명은 배선 공사보다 켜는 위치를 먼저 바꾸기
천장등 하나로 생활하면 책상은 어둡고 침대에서는 빛이 눈부신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책상에는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스탠드, 침대 옆에는 낮은 밝기의 플러그형 조명을 둡니다. 조명 두 개를 사도 제품에 따라 대략 3만~10만 원 선에서 고를 수 있고, 배치에는 3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콘센트 위치와 코드 길이를 확인하고, 문틈이나 가구 다리 아래로 전선을 지나가게 하지 마세요. 멀티탭에 난방기기처럼 소비전력이 큰 제품을 여러 개 꽂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천장등을 떼어 배선을 만지거나 콘센트 위치를 옮기는 일은 직접 하는 작업으로 잡지 않습니다. 그런 변경이 꼭 필요하면 집주인과 협의하고 전기 작업이 가능한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원룸 인테리어 팁을 하나만 남기라면, 장바구니보다 줄자를 먼저 집으라는 말입니다. 제 방도 큰 공사 없이 가구 위치를 바꾸고 자주 쓰는 물건의 자리를 잡았을 때 가장 오래 편했습니다. 하루 만에 사진처럼 만드는 것보다, 며칠 살아보며 불편한 곳을 하나씩 고치는 쪽이 돈도 덜 들고 되돌리기도 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