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불장 끝물에 비트코인을 샀을 때는 가격이 더 오를 거라는 말만 들었다. 크게 물리고 나서야 매수 전에 숫자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채굴기도 비슷하다. ‘하루에 얼마 번다’는 광고를 보면 먼저 전기요금부터 계산하게 된다. 기계가 비트코인을 캐는 동안 전기계량기도 쉬지 않고 돌기 때문이다.
추천 모델보다 전기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먼저다
비트코인 채굴기 추천을 요청받으면 설치 장소와 전기 단가부터 묻는다. 가정용 콘센트가 있다는 것과 3.5kW가 넘는 장비를 24시간 안전하게 돌릴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전용 회로와 배선 용량은 전기 전문가에게 확인해야 하고, 뜨거운 공기를 빼낼 공간도 필요하다.
비트메인이 공개한 공랭식 S21 XP 사양은 270TH/s, 소비전력 3,645W, 소음 76dBA다. S21 Pro의 234TH/s 모델은 3,510W, 76dBA로 안내된다. 팬 소음과 열을 생각하면 아파트 방 한쪽에 놓고 지내기에는 부담이 크다. 사양표의 전력은 정해진 조건에서 측정한 대표값이라 실제 사용량도 달라질 수 있다.
하루 전력 사용량은 소비전력에 24시간을 곱해 구한다. S21 XP는 약 87.5kWh, S21 Pro 234TH/s는 약 84.2kWh다. 전기 단가를 예시로 kWh당 150원으로 잡으면 전기료만 각각 하루 약 1만 3,122원, 1만 2,636원이다. 냉방·환기 전력과 요금 체계에 따른 추가 부담은 아직 빠져 있다.
두 모델을 비교할 때 보는 숫자
같은 환경에서 두 제품을 비교한다면 나는 해시레이트만큼 전력 효율을 본다. 해시레이트는 채굴 연산량이고, J/TH는 연산량 대비 전력 소모를 나타낸다. 낮을수록 효율이 좋다. 비트메인 사양상 S21 XP는 13.5J/TH, S21 Pro 234TH/s는 15J/TH다. XP가 전기를 조금 더 쓰지만 연산량은 더 많다.
- S21 XP: 전기 단가가 낮고 환기·소음 대책이 갖춰진 곳에서 우선 비교할 만하다. 다만 구매가가 높다면 효율 차이만으로 그 값을 회수하기 어렵다.
- S21 Pro 234TH/s: XP보다 충분히 저렴하게 구할 수 있을 때 비교할 만하다. 판매 글에 S21 Pro라고만 적혀 있으면 220TH/s, 234TH/s, 245TH/s 중 어느 사양인지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추천’은 구매 확정이 아니라 비교 순서에 가깝다. 두 기계 모두 수익이 날지는 전기 단가와 실제 구매가에 달렸다. 중고 제품이라면 판매자가 적어 둔 해시레이트 대신 일정 시간 작동한 풀 기록, 장비 오류 기록, 실제 벽면 소비전력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
광고의 하루 수익을 내 계산으로 바꾸는 방법
룩소르의 해시프라이스는 1PH/s의 채굴 연산력이 하루에 벌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다. 비트코인 가격, 채굴 난이도, 거래 수수료에 따라 계속 바뀐다. 채굴기 해시레이트를 PH/s로 바꿔 곱하면 하루 예상 매출을 가늠할 수 있다. 270TH/s는 0.27PH/s다. 이 숫자는 전기료를 뺀 순이익이 아니다.
계산 연습을 위해 해시프라이스를 하루 1PH/s당 6만원, 전기 단가를 kWh당 150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S21 XP의 하루 예상 매출은 1만 6,200원이고 전기료를 빼면 약 3,078원이 남는다. S21 Pro 234TH/s는 매출 1만 4,040원에서 전기료를 빼 약 1,404원이 남는다. 모두 가정한 수치이며 채굴 풀 수수료, 장비를 멈춘 시간, 수리비와 세금은 반영하지 않았다.
매출 기준이 20%만 내려가도 같은 전기 단가에서 XP는 하루 약 162원, Pro는 약 1,404원의 전기료 손실이 난다. 그래서 지금 화면에 보이는 하루 수익에 365일을 곱해 투자금 회수 시점을 확정하는 계산은 믿지 않는다. 채굴 난이도와 비트코인 가격은 구매 후에도 움직인다.
구매 직전에 확인할 항목
- 모델명 뒤의 세부 사양과 제조사 사양표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 기계값에 배송비, 부가세, 전기 공사비, 환기 설비비를 더해 총투입금을 계산한다.
- 최근 해시프라이스와 자기 전기요금을 넣고, 매출이 20~30% 줄어드는 경우도 계산한다.
- 중고라면 작동 기록, 수리 이력, 보증 이전 가능 여부를 판매자에게 확인한다.
- 채굴 풀의 지급 방식과 수수료, 출금 조건을 읽는다.
나는 이 계산에서 여유가 거의 남지 않으면 기계가 싸 보여도 사지 않는다. 한때 가격 상승만 보고 비트코인을 샀던 실수를, 이번에는 채굴기 구매로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채굴기를 들이는 대신 같은 예산으로 비트코인을 조금씩 사는 선택과도 비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