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 체크아웃을 앞두고 가방을 다시 열어보면 선물을 넣을 자리가 생각보다 없다. 전국 숙소를 다니며 느낀 건, 여행 선물은 유명한 물건보다 받는 사람에게 무사히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이 낫다는 점이다. 포항에서는 특히 그 차이가 크다. 과메기처럼 포항다운 먹거리가 있는 반면, 보관과 이동을 따져야 하는 선물도 많기 때문이다.
포항 여행 선물을 고를 때 나는 먼저 세 가지를 적어본다. 누구에게 줄지, 집까지 몇 시간 걸리는지, 도착하자마자 냉장고에 넣을 수 있는지. 이 세 가지가 정해지면 시장에서 이것저것 들었다 놨다 하는 시간이 꽤 줄어든다.
과메기는 포항답지만 받는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
포항시가 소개하는 지역 답례품에도 구룡포 과메기 세트가 들어간다. 겨울에 포항을 여행한다면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선물인 것도 이해된다. 다만 과메기는 좋아하는 사람과 못 먹는 사람이 확실히 갈린다. 비린 향에 민감한 분이나 날것에 가까운 식감을 꺼리는 분에게는 이름값만 보고 건네기 어렵다.
살 때는 포장 상자보다 구성품을 먼저 본다. 과메기만 있는지, 채소와 김·미역·초장이 함께 들어 있는지에 따라 받는 사람이 준비할 일이 달라진다. 둘이 먹을 집에 큰 세트를 보내면 채소부터 남기 쉽다. 판매처에 몇 명이 먹기 좋은 양인지 묻고, 선물 받을 날짜에 맞춰 손질과 발송이 가능한지도 확인하는 편이 낫다.
차로 돌아가며 바로 전달할 수 있다면 선택이 편하다. 반대로 기차를 타고 몇 시간 이동한 뒤 숙소 밖에서 또 일정을 보내야 한다면 신중해진다. 아이스팩이 들어 있어도 포장마다 유지 시간이 다를 수 있으니 판매자에게 이동 시간과 보관 방법을 구체적으로 말해보는 게 좋다. 숙소 객실의 작은 냉장고에 밤새 넣어둘 계획이라면 안쪽 온도와 공간도 확인해야 한다. 사진에서는 넉넉해 보였는데 막상 가보니 생수 두 병만 들어가는 냉장고도 있었다.
건오징어는 들고 가기 편해도 포장을 봐야 한다
과메기가 부담스럽다면 건조 오징어나 반건조 오징어가 다음 후보가 된다. 포항시도 이를 지역 답례품으로 소개한다. 다만 둘을 같은 선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건조 오징어는 이동과 보관 계획을 세우기 비교적 편하지만, 반건조 오징어는 제품에 적힌 보관 조건을 더 꼼꼼히 따라야 한다.
시장에서는 크기만 보고 고르기 쉽다. 그런데 선물용이라면 몇 마리가 들어 있는지, 한 마리씩 꺼내 먹을 수 있게 포장됐는지, 제조일과 보관 표시가 읽히는지가 더 중요했다. 큰 봉지 하나는 보기에는 푸짐해도 한 번 열고 나면 받는 사람이 다시 소분해야 한다. 혼자 사는 친구라면 작은 단위가 오히려 편하다.
건어물 냄새가 가방 안에 배는 것도 은근히 신경 쓰인다. 밀봉 상태를 확인하고, 다른 옷이나 천 가방과는 분리해 담는다. 숙소에서 바로 먹을 용도라면 조리 도구도 생각해야 한다. 바비큐 시설이 있는 펜션이라고 해서 객실 안에서 오징어를 굽거나 냄새가 강한 음식을 조리해도 되는 건 아니다. 객실 이용 규정을 먼저 보는 게 서로 편하다.
부담 없는 선물은 포항 사과도 괜찮았다
수산물을 먹지 않는 가족에게는 포항 사과처럼 익숙한 먹거리가 더 잘 맞을 수 있다. 포항시가 소개하는 지역 답례품에도 사과가 포함돼 있다. 다만 ‘포항에서 샀다’와 ‘포항에서 생산됐다’는 다른 말이다. 지역 선물로 주고 싶다면 원산지 표시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과일은 향과 모양만큼 이동 중 멍이 들지 않는 포장이 중요하다. 숙소를 옮겨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탈 계획이라면 큰 상자보다 손에 들기 좋은 작은 포장이 편하다. 받는 사람 집에 이미 과일이 많을 수도 있으니, 나는 여러 사람에게 나눌 때 한 상자를 무턱대고 사기보다 줄 사람의 수와 전달 날짜부터 센다.
먹는 선물이 애매한 상대라면 관광지의 작은 기념품도 방법이다. 다만 자석이나 장식품은 취향을 많이 탄다. 상대가 책상이나 냉장고에 물건을 붙여두는 편인지 떠올려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포항이라는 글씨가 크게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사면 여행자에게는 추억이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둘 곳을 고민하게 하는 물건이 될 수 있다.
사는 장소보다 귀가 동선을 먼저 맞췄다
죽도어시장은 여러 먹거리를 비교하기 좋은 곳이고, 구룡포 쪽에 머문다면 과메기문화관에서 지역 특산품을 접할 수도 있다. 포항시 관광 안내에도 두 곳이 소개돼 있다. 그렇다고 숙소에서 먼 곳까지 선물만 사러 왕복할 필요는 없다. 냉장 상품을 들고 관광지를 한두 군데 더 도는 일정이라면 구매 장소가 아무리 유명해도 불편해진다.
내가 숙소를 고를 때 체크아웃 시간과 주차 동선을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를 가져갔다면 마지막 방문지에서 사고 곧장 돌아오는 편이 편하다. 대중교통이라면 손잡이가 튼튼한 포장인지, 짐칸에 넣어도 눌리지 않는지까지 본다. 택배를 이용한다면 여행 날짜보다 받는 사람의 수령 가능 날짜가 기준이다. 특히 신선식품은 판매처가 안내하는 배송·보관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포항에서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선물은 과메기일 수 있다. 하지만 내 가방에 오래 남지 않고, 받는 사람 식탁에서 편하게 열리는 선물은 또 다르다. 귀가 시간이 길다면 건조 상품이나 작은 상자를 고르고, 과메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확실하다면 먹을 날짜에 맞춰 보내는 쪽에 마음이 간다. 여행 선물은 포항다움에 상대의 생활을 조금 더 보태 고를 때 만족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