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실에서 관세사 수험생을 만나면 합격률부터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숫자 하나를 듣고 공부량을 늘리는 사람보다, 그 숫자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확인하고 버릴 범위를 정하는 사람이 오래 버팁니다. 관세사 합격률은 1차와 2차를 따로 읽어야 합니다.
관세사 합격률은 1차와 2차를 나눠 봐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발표 기준 2026년 제43회 1차는 1,655명이 응시해 466명이 합격했습니다. 합격률은 약 28.2%입니다. 2차는 534명 중 92명이 합격해 약 17.2%였습니다. 2025년 제42회는 1차 약 15.4%, 2차 약 19.6%였고, 2024년 제41회는 각각 약 25.4%, 14.8%였습니다. 1차는 한 해 사이에 합격률이 크게 움직였고, 2차도 매년 같은 비율로 뽑히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흔한 계산 실수가 나옵니다. 2026년 1차 28.2%와 2차 17.2%를 곱해 ‘처음 시작한 사람의 최종 합격 확률’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2차 응시자에는 그해 1차 합격자뿐 아니라 전년도 1차 합격에 따른 면제자 등이 포함됩니다. 두 비율의 분모가 같은 집단이 아니니 곱셈으로 개인의 합격 가능성을 구할 수 없습니다.
2차 합격률이 1차보다 높아 보이는 해에도 2차가 쉬운 시험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2026년 2차 최소합격인원은 90명이었고 실제 합격자는 92명이었습니다. 그해 시험을 본 인원과 합격 인원을 함께 봐야 비율이 왜 움직였는지 읽힙니다. 수험 계획에는 ‘몇 퍼센트인가’보다 ‘어느 과목에서 40점 아래로 떨어지는가’가 더 쓸모 있는 질문입니다.
1차는 고득점보다 과락 없는 평균 60점을 만든다
1차 과목은 관세법개론, 무역영어, 내국소비세법, 회계학 네 개입니다. 객관식이며 각 과목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이어야 합격합니다. 네 과목 총점으로는 240점이 필요하지만, 한 과목이 39점이면 다른 과목 점수가 높아도 탈락입니다. 그래서 잘하는 과목에서 5점을 더 올리기 전에 40점 안팎인 과목을 먼저 끌어올려야 합니다.
제가 수험생에게 권하는 첫 작업은 최근 기출을 시간 재고 풀어 과목별 점수를 적는 겁니다. 예를 들어 관세법개론 75점, 무역영어 65점, 내국소비세법 70점, 회계학 35점이면 평균은 61.25점입니다. 그래도 회계학 과락으로 불합격입니다. 이 경우 관세법의 드문 예외 조항을 더 외우는 시간보다 회계학의 반복 출제되는 계산 유형을 다시 푸는 시간이 급합니다.
공부 시간도 현재 점수에 맞춰 바꿉니다. 네 과목에 똑같이 주 10시간씩 쓰지 말고, 과락권 과목에 먼저 시간을 붙이세요. 다만 특정 과목을 버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목표는 모든 과목을 40점 위에 안정적으로 올린 뒤 평균 60점을 넘기는 것입니다. 기출에서 두 번 이상 틀린 유형, 계산 순서를 몰라 시간을 잡아먹는 유형부터 처리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지엽적인 지식을 끝없이 늘리는 일은 뒤로 미룹니다.
2차는 관세율표와 답안 작성에 시간을 써야 한다
2차는 관세법, 관세율표 및 상품학, 관세평가, 무역실무 네 과목의 논술형 시험입니다. 기본 합격 기준은 과목별 40점 이상과 평균 60점 이상입니다. 평균 60점 이상인 사람이 최소합격인원에 못 미치면, 과목별 40점 이상을 받은 사람 중 평균 점수가 높은 순서로 최소합격인원까지 선발합니다. 평균 60점에 못 미쳐도 합격자가 나올 수 있지만, 과락을 피해야 한다는 조건은 그대로입니다.
과목별 위험은 실제 채점 결과에서 드러납니다. 2025년 제42회 2차에서 관세율표 및 상품학의 과락률은 71.49%였습니다. 같은 시험의 관세법은 38.34%, 관세평가는 50.82%, 무역실무는 45.39%였습니다. 네 과목 모두 만만하지 않지만, 당시 관세율표 및 상품학은 응시자 열 명 중 일곱 명가량이 40점에 닿지 못했습니다. 이 수치를 보고도 네 과목의 회독 횟수만 똑같이 맞추는 건 효율이 낮습니다.
2차 준비에서는 관세율표 및 상품학을 매주 고정해서 공부하고, 품목 분류 근거를 짧은 문장으로 설명하는 연습까지 해야 합니다. 눈으로 보면 아는 내용도 답안지에 분류 이유를 쓰려면 막힙니다. 관세평가 역시 개념을 읽는 데서 멈추지 말고, 사실관계에서 쟁점을 골라 법적 근거와 판단 순서를 적어야 합니다. 관세법과 무역실무는 기출 쟁점을 중심으로 목차를 세우고 제한 시간 안에 답안을 끝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모든 주제를 같은 깊이로 외우기보다 빈출 쟁점은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드문 쟁점은 위치를 알아보는 수준으로 나누는 편이 낫습니다.
다음 시험을 준비한다면 먼저 확인할 것
관세사는 국가기술자격이 아니라 국가전문자격입니다. 일반적인 학력·전공·경력 제한은 없지만, 관세사법상 결격사유나 부정행위에 따른 응시 제한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시험을 볼 수 있다’는 문장만 믿지 말고 본인에게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당 회차 시행계획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2026년 제43회 시험은 1차가 3월 14일, 2차가 6월 13일에 치러졌고 최종 합격자는 10월 14일 발표됐습니다. 다음 회차의 접수일과 시험일은 새 시행계획이 공고되면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일정이 확정되기 전에도 할 일은 분명합니다. 1차 기출로 네 과목의 과락 위험을 재고, 2차 기출 한 회분은 실제 시간에 맞춰 써 보세요. 점수와 답안 분량이 나오면 어떤 강의를 더 들을지보다 어떤 범위를 줄이고 어느 과목에 시간을 더 줄지가 먼저 보입니다. 저는 그 선택이 합격률 숫자를 오래 들여다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